[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예전에 <비정상회담>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국 비정상 대표로 나왔던 출연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얼굴에 여드름이 났을 때 그걸 꼭 말해준다고요. 저도 그게 참 의문입니다. 피부과 갈 돈 챙겨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외모 평가를 하는 걸까요?
관심의 표현이라고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개꼰대 : 힉! 얼굴이 왜 그래?
이루다 : 네?
개꼰대 : 뭐가 잔뜩 났잖아! 잠 못 잤어? 피곤해?
이루다 : 아, 네… 좀 그랬나 봐요.
개꼰대 : 어휴, 그게 뭐야! 관리 좀 해야겠다.
위와 같은 대화가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요. 저게 뭐? 뭐가 문젠데?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예민하고 민감한 누군가에게는 지적질로 느껴질 수 있는 겁니다. 왜냐, 사람은 누구나 제각각 다른 관점과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겠죠? 당연하게도.
만약 그저 ‘발견’이었다면, 속상하기는 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옷에 얼룩을 발견하고 말해주는 수준의 뉘앙스였으면 그런가 보다 넘어갔겠죠. 그런데 아니잖아요. 다짜고짜 얼굴이 왜 그러냐니.
뾰루지 난 거? 저도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부터 하는데 당사자가 모를 리가 있나요? 콕 집어서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알고 짜증이 난 상태인데, 출근하자마자 여보세요들~ 여기 좀 보세요~ 뾰루지가 났대요~ 차라리 광고하시죠. 조직 내 전 직원이 제가 얼굴에 뾰루지 난 사실을 알 수 있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태도의 문제, 뉘앙스 차이라는 거예요. 저라면 아예 그런 말 자체를 꺼내지도 않겠지만, 굳이 기어코 말해야겠다 싶으시다면 ‘걱정스러운’ 말투로 한 마디면 충분하죠.
얼굴에 뭐가 올라왔네, 피곤했나 보다.
사실 이것도 기분이 썩 안 좋기는 해요. 그래도 얼굴이 그게 뭐냐며 관리 좀 하라고 타박하고 호들갑 떠는 것보다야 나은 편이죠.
남에게 참견하기 좋아하고, 남 얘기하는 걸 즐기는 개꼰대의 활약은 계속됩니다. 그들의 화법은 주로 이래요.
살 좀 빼야 하지 않아? 어휴, 건강에 문제 있을까 봐 그래.
왜 그렇게 말랐대? 편식하는구나? 잘 좀 먹어라.
얘, 너는 무슨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을 마시는 거야?
그게 요즘 유행하는 화장이야? 난 진짜 예쁜 줄 모르겠다.
살이 쪘으면 쪘다고 지랄, 말랐으면 말랐다고 지랄, 많이 먹으면 많이 먹는다고 지랄, 안 먹으면 편식한다고 지랄.
도대체 개꼰대들은 왜 항상 부정적인 어투로만 문장을 구성하는 걸까요? 진심으로 관심의 표현인 거라면 상대방이 지적으로 느끼지 않게 본인이 말하는 습관을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역시도 저라면 아예 그런 말 자체를 꺼내지도 않겠지만, 굳이 기어코 말해야겠다 싶으시다면 도전해 보겠습니다.
살 좀 빼야 하지 않아? 어휴, 건강에 문제 있을까 봐 그래.
→ 요즘 건강은 어때요?
왜 그렇게 말랐대? 편식하는구나? 잘 좀 먹어라.
→ 좋아하는 음식은 뭐예요?
얘, 너는 무슨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을 마시는 거야?
→ 오늘 카페인 달리는 날이네요ㅎㅎㅎ
그게 요즘 유행하는 화장이야? 난 진짜 예쁜 줄 모르겠다.
→ 오? 새로운 화장법?
아… 그마저도 자연스럽지 않아요. 너무나도 안 해도 될 말이고, 저로서는 하지 않을 말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해져 보세요. 진짜 그 사람의 건강이 걱정돼서 살쪘다고 하는 건가요? 아니죠. 너 뚱뚱해, 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나름 돌려서 말한 게 저 정도인 거잖아요. 나머지도 마찬가지고요.
개꼰대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겠지만, 관심이 아니라 지적하고 싶은 겁니다. 세상 모든 사람을 다 본인의 잣대로만 보니까, 본인의 잣대 혹은 기준에서 조금만 어긋나면 그게 다 못마땅한 거예요.
‘나는 안 그런데, 쟤는 왜 저렇게 커피를 많이 마셔?’, ‘나는 안 그런데, 쟤는 화장이 왜 저래?’ 하면서 나와 다른 걸 못 참는 거죠.
괜찮으신가 싶어요. 세상만사 불평불만이 그만큼 많은데 스트레스받아서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게다가 개꼰대는 어쩌다 본인의 기준으로 배려라는 걸 했다고 느끼면,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 몰라요. 전혀 배려가 아닌데도요.
개꼰대 : 이번에 회사 체육대회에 이루다 씨 달리기 계주로 신청했어ㅎㅎ
이루다 : 네? 저를요? 왜요? 저 달리기 진짜 못 해요.
개꼰대 : 에이~ 잘 달릴 것 같은데, 뭐. 그리고 이 기회에 다른 직원들하고도 친해지면 좋잖아~
사실 실제 제가 겪었던 종목은 달리기가 아니었지만, 어쨌든요. 이미 결재 났다고 취소도 안 해주시고요.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다른 직원들하고 친해져도 제가 알아서 친해질게요, 다른 직원들하고 교류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데 개꼰대는 본인 덕분에 제가 모르는 직원들과 알게 됐다고 소문내고 다니면서 좋아하더군요.
또 있어요.
개꼰대 : 어제 직원 교육 받으라고 협조문 온 거, 이루다 씨 참여로 회신했어.
이루다 : 네? 그거 필참도 아니고, 제 업무랑은 관계없는 교육이라서….
개꼰대 : 뭐든 들어보면 좋잖아~
결국 담당 부서에서 전화 와서 저는 해당 사항 없다고 취소하시더라고요. 정말… 왜 그러는 걸까요? 이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너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관심 맞나요? 배려 맞나요? 참견이고, 오지랖이잖아요.
그래 놓고 아랫사람이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면… 겪어 보신 분들은 아시죠? 개꼰대들이 토로하는 억울함과 서러움, 전부 비논리·무논리로 귀결되는 그 흐름을요.
조금만 생각하면 어려운 일 아니거든요. 윗사람한테 안 하는 행동을 아랫사람한테도 안 하면 된다고요.
출근했더니 팀장님 얼굴에 뾰루지가 났다면, 관리하시라고 얼굴이 그게 뭐냐고 타박하듯 말할 수 있어요? 부장님 살 좀 빼세요, 과장님 너무 말라서 볼품없어요, 대리님 화장법이 안 예뻐요. 이렇게 말할 수 있냐고요. 승인도 없이 제멋대로 체육대회나 교육과 같은 업무 외적 일에 상사 이름 적으실 건가요?
관심과 지적, 배려와 참견을 구분하는 건 생각보다 쉬워요.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면 관심과 배려고,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지적과 참견입니다.
참견해 놓고 왜 내 배려를 받지 않냐고 하는 건, 생떼죠. 지적해 놓고 관심 표현이라고 우기는 것도 아집이고.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예쁘다’는 말도 결국에는 외모 평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너무 공감하는 발언입니다.
뭐, 그래서 예쁘다·귀엽다는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거냐―고 물으시면 할 말은 없는데요,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니까요.
다만 우리 사회가 그 정도로 타인을 쉽게 평가하고 있고, 쉽게 타인의 가치를 정의하고 있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주면 어떨까 싶을 뿐입니다.
누군가의 외모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말과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아서 불편하다고요? 그럴 수 있죠. 당연하게도,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요. 어떻게 나와 똑같은 ‘나’가 있겠습니까? 타인에 대해 싫은 감정을 느끼는 건 인간이니까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너 혼자 생각하시라고요. 당신의 생각과 느낌, 감정? 안 궁금해요. 궁금하면 먼저 물어볼 테니까 그때까지는 아무 말씀 마시고요, 너나 잘하세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10화.
커버이미지: Self-Portrait with Cropped Hair(1940)_Frida Kah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