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 글에서 성차별 혹은 젠더 이슈 주제를 다루려는 게 아닙니다. 남녀 구분 없이 사회에서 개꼰대들이 행하는 선 넘는 성적인 발언에 대해 말하고자 할 뿐입니다.
2020년대의 회사 생활은 그나마 조심하는 분위기입니다. 무슨 말이냐, 자칫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적인 발언을 개꼰대가 농담이랍시고 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동조하기보다는 “아, 그건 좀….” 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가고 있다는 뜻이죠.
다만 가끔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져서 전혀 조심하지 않는 몇몇 개꼰대가 물을 흐리곤 합니다.
먼저 어린 남성을 예로 들어 볼까요?
근무지에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자신은 어차피 나이가 많아 어린 남성들에게 ‘연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오히려 스킨십이나 성적인 말을 스스럼없이 하고는 했습니다. 뭐 어떠냐는 식으로요.
00아, 너는 진짜 핸섬하게 잘 생겼다.
여자들한테 인기 많지? 그래 보여.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매력적이잖아~
운동 열심히 하나 봐? 몸 되게 좋다. 어머, 근육 좀 봐.
이루다 씨, 그 친구 너무 잘 생기지 않았어? 내 스타일이야~
표면상으로는 별로 문제 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별을 바꿔서 생각해 보세요.
퇴직을 앞둔 할아버지뻘의 직장 상사가 이제 막 대학생인 20대 여성에게 “너 진짜 예쁘다.”, “남자한테 인기 많지? 키도 크고, 얼굴도 귀엽고, 성격도 좋아서 매력적이야.”, “몸 되게 좋다.”, “그 친구 너무 예쁘더라, 내 스타일이야.” 등의 말을 한다고 가정하면 느낌이 확 달라지죠.
솔직히 징그럽고, 끔찍합니다.
개꼰대는 20대 대학생 남성을 아들―사실은 손주뻘인데도―처럼 아낀다는 말로 합리화하면서 스킨십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밥 먹었어?” 묻고 팔짱을 낀다거나, “여자 친구 있니?” 물어보며 괜히 팔뚝을 쓰다듬고, “너 정말 애가 괜찮다~”라며 뒤에서 어깨를 끌어안는 식으로요.
체격이 좋은 청년들한테는 강도가 더 심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친구들을 데려가서 힘쓰는 일을 시키곤 “남자답다.”, “힘세다.”, “멋있다.”라며 상대방은 불쾌하기만 한 칭찬을 일삼았습니다.
만약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면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양, “걔는 애가 좀 예민하더라.” 적반하장으로 말하고요.
학생들은 참다못해 저에게 털어놓았고, 저는 이후부터 개꼰대가 어린 친구들에게 사소한 업무 지시라도 꼭 저를 통해서 할 수 있게끔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그로 인해 개꼰대가 저를 더욱 시기하고 극혐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지만,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대학생 청년들을 지켜주던 제가 퇴사하자마자, 20대 대학생 남성에게 싹싹하고 예쁘다며 엉덩이를 토닥이는 대형 사고를 치셨다는 그분. 아직도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를 겁니다. 그저 요즘 애들이 유별나다고 생각하겠죠. 개꼰대는 제 잘못을 인지조차 못 하고 억울해하는 게 특징이니까요.
반대로 상대가 여성일 때야 뭐, 사회에서 너무 흔해서 말하기에 입 아프고 글 쓰기에 손 아플 지경입니다.
대표적으로 엄연히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우리 부서의 꽃.”, “얼굴마담.”이라고 성적 대상화를 하는 게 있죠.
출근룩으로 바지만 입는 제가 어쩌다 치마를 입고 간 날, “진작 좀 이렇게 입고 다니지. 굉장히 여성스럽고, 아름다우십니다~”라며 칭찬인 양 성적인 발언을 하신 개꼰대.
죄송한데, 그쪽한테 잘 보이려고 입은 치마 아닙니다.
이외에도 여러 일들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할아버지뻘의 내빈들이 방문하면 반드시 젊은 여성 직원이 맞이하여 코르사주를 달아주고, 다과를 대접해야 하는 문화.
어쩌다 외부에 사진이 찍힐 일이 있으면 업무와 아무 상관없는데도 ‘예쁜 애.’가 찍으라며 젊은 여성 직원을 내세우고,
“얼굴 예뻐서 뽑혔나 보네.”하고 아무렇지 않게 한 사람의 능력과 경력을 깎아내리며 가치를 평가절하하거나,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 민낯으로 출근하면 “별로다, 못생겼다, 화장 전후가 너무 다르다, 여자답지 않다, 선머슴 같다, 그러고 다니면 남자한테 인기 없다.” 등등의 말로 외모 평가하며 인신공격하기.
회식 자리에서 “여자가 따르는 술 한 번 마셔보자.”, “여자가 따라준 술이라 더 맛있다.”라며 성적인 의도가 담긴 발언을 하면서 술 따르기를 강요하고,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하게 지내는 동료나 상사와 무조건 불미스러운 소문(불륜, 사귀네마네와 같은)에 휩싸이는,
등등등. 모두 나는 절대 아랫사람한테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던 모습들입니다.
팀 전체 점심 식사 자리에서 느닷없이 부부관계 이야기를 꺼내시더니, 속궁합이 어쩌고 경험 횟수가 저쩌고 하며 분위기가 싸해진 것도 모른 채 떠들던 개꼰대.
그분 또한 모르시겠죠. 당신은 요즘 애들처럼 성적으로 쿨하거나 개방적이라서 말이 잘 통하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그저 그 나이 먹고도 천박한 농담 따먹기에 낄낄대기나 하는 저질에 불과하다는 걸요.
만약 누군가 평소와 다른 스타일로 입었다면 그 ‘사실’을 ‘발견’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여성스럽네, 아름답네 따위의 부모뻘한테 들어서 기분 좋지도 않은 칭찬은 집어치우시고요.
어, 치마 입었네요?
끝.
앞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죠. “예쁘다.”라는 말도 결국에는 외모를 ‘평가’하는 말이기에 누군가한테는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고요.
물론 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기분이 좋은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오히려 더 그런 식의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죠.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누구에게나 잘생겼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잘생겼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제가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는 정말 ‘당연히’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 사고방식이 각각 다른 존재들이니까요. 저도 제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외모 칭찬이 기껍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뻐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외모 칭찬을 했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했다면 다음부터는 안 하면 됩니다. 왜 그렇게 예민하냐, 별나다, 까탈스럽다며 욕할 게 아니라요. ‘아, 이 사람한테는 조심해야겠다.’ 하면 된다고요.
겨우 그만큼의 배려심도 없다면 그건 본인이 그 정도 그릇밖에 안 된다는 뜻이고, 속 좁다는 뜻입니다.
또한 무언가 질문할 때는 동성이건 이성이건 스!킨!십! 없!이! 묻기만 하면 됩니다. 친근함의 표시라며 팔짱 끼고, 어깨 감싸고, 끌어안고, 쓰다듬는 행위 전부 다 고소감입니다. 애정 표현이 아니라 더러운 욕망의 표현이라고요.
본인 눈에 잘 생기고 예쁘고 매력적이고 내 스타일인 애들? 있을 수야 있죠. 근데 섣불리 표현하시지 말라고요. 잘 생기고 예쁜 젊은 애들끼리 놀게 내버려 두시라고요. 부모뻘, 조부모뻘 되는 윗사람한테 이성적으로 보여봤자 기분만 더러워요.
개꼰대의 취향? 이상형? 진심으로 1도 안 궁금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13화.
커버이미지: Untitled(Your gaze hits the side of my face)(1981)_Barbara Kru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