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지금까지 말한 개꼰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꼰대가 아니다.’ 안심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착각이세요, 꼰대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새에 꼰대 짓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개’꼰대가 아닐 순 있겠지만요.
저와 동갑인, 같은 연도에 태어나 같은 교육을 받았는데도 개꼰대인 사람 수두룩합니다. 즉, 개꼰대는 ‘나이’가 기준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사람이라도 충분히 개꼰대가 될 수 있습니다. 스무 살부터 개꼰대였으므로, 그 상태로 개과천선하지 않고 나이만 많아지면 정말이지 사회악 같은 빌런 개꼰대로 무럭무럭 자라나게 되죠.
저는 학생 신분으로 일하는 근로장학생인 청년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업무는 시키지 않는 쪽이었는데요, 저와 동갑이면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직장 동료들도 많았습니다.
이루다 : 저는 학생들이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면서 일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말 그대로 아직 ‘학생’이니까 직원만큼의 책임감을 바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동료 : 그건 아니죠. 근로학생들 장학금, 저희 월급이랑 별로 차이 안 나요. 나랑 돈은 비슷하게 받으면서 일은 조금 하는 게 말이 돼요? 전 억울해서라도 일 시켜야 한다고 봐요.
이루다 : 아, 네. 근데 저는 그런 건 최저 임금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생각해서요. 우리 직종이 박봉이라고 해서 학생들한테 더 일해라, 많이 해라, 화풀이하듯 시키지 않을 일까지 떠맡겨서는 안 되잖아요.
동료 : 아뇨, 월급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일을 만들어서라도 시켜야죠? 나는 바빠죽겠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꼴은 도저히 못 보겠던데요.
뭐랄까, 숙연해지는 대화였습니다.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무작정 개꼰대라 치부할 수는 없고 또 그를 설득하겠다고 시간을 들일 이유도 여유도 없어요.
다만 한 가지는 물어볼 수 있겠죠. 만약 학생 즉, 나보다 아랫사람이 아니라 ‘윗사람’이 하는 거 없이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때우며 월급 루팡 한다고 느껴질 때. 그때도 ‘똑같이’ 반응할 수 있느냐고요.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대하는 게 똑같다면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안 경험한 사람의 대부분은 윗사람한테 하듯이 아랫사람을 대하지 않았어요.
윗사람한테는 깍듯하고 억울해도 묵묵히 참으면서, 아랫사람은 하대하고 억울한 걸 약간도 못 참아서 바로바로 불만을 토해내더라고요. 제가 개꼰대라고 부르는 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앞뒤, 위아래가 다른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요.
비슷한 돈 받으면서 비슷한 업무량이 아니면 억울한 게 당연해요. 저도 그래서 개꼰대보다 상급자인 분들을 찾아가 문제 제기하고, 시정 요구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나보다 월급 몇 배로 받으면서 왜 부서 업무의 80% 이상을 나 혼자 하고 있는지, 할 말은 했죠.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월급 차이가 많지 않은 아랫사람의 업무량이 현저히 적을 때, 단순 업무 분장 문제라면 차라리 간단합니다. 제가 윗사람이니 필요한 업무를 지시하거나, 상위 관리자 혹은 인사 담당자를 대면하여 업무 재분배를 요청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마련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말하는 건 단순 업무 분장 문제가 아닌 경우입니다. 직종·직렬이나 전공 분야가 상이하든지, 위의 대화에서처럼 학생들이 받는 ‘장학금’과 박봉인 직종의 ‘월급’ 차이 등 사회 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어느 특정인 한 사람의 과실이 아닌 상황이 있다는 거죠.
물론 그 사람이 맡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거나,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고, 잘못을 저지른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겠죠.
하지만 단지 비슷한 돈을 받는데 나만 일하는 것 같아 억울해서? 그럼 그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상위 기관이나 주체에게 문제를 제기하세요. 한 ‘개인’한테 꼬장 놓지 마시고요.
없는 일까지 만들어가며 시키는 수고는 자처하면서, 정작 윗선에는 끽소리 못 하는 게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어요.
왜 아랫사람한테는 불만이 생기는 족족 티 내고 표출하면서, 윗사람을 향한 불만과 부당함은 꾹 참고 인내하세요? 전형적인 강약약강 아닌가요? 진짜 화풀이가 아니라고요?
뭐, 제 의견일 뿐입니다. 기분 나쁘셔도 그냥 지나가세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그런 말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가 본성이라고요. 네, 정말 동감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환경미화원분들을 무시하는 인간들은 솔직히 상종하기도 싫습니다.
“아줌마!!! 이리 와봐요!!!”
사무실에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며, 미화 직원을 불러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한바탕 난리 치는 개꼰대를 보고 저는 진심으로 그 인간을 혐오하게 되었어요. 이건 생각이 다른 것도, 의견의 차이도 아니에요. 무식한 겁니다.
업무의 종류나 모습이 다양한 것을 직업의 귀천으로 보는 인간들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미천하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청소하시는 미화 직원분들도 엄연히 ‘직원’인데 왜 호칭을 ‘이모’, ‘아줌마’라고 부르는 걸까요? 참고로 저는 미화 직원분들이 따로 직급이 없으신 경우에는 호칭을 ‘여사님’ 혹은 ‘선생님’으로 통일합니다. 아무튼.
대체로 개꼰대들은 권위 의식에 찌든 꼴통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개꼰대들은 민주사회를 살아가면서도 나보다 계급이 ‘아래’인 사람이 있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대접받고 싶어 하고, 대접받아야 한다고 느껴요.
내가 ‘위’니까 아랫사람이 굽혀야 하는 거고, ‘위’에 복종하는 게 옳은 거예요. 나보다 ‘아래’라고 판단되는 사람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게 찍어 눌러야 직성이 풀리죠. 개꼰대에게는 아랫사람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쿠데타나 다름없어요.
실제로는 가진 게 쥐뿔도 없으면서, ‘나 이런 사람이야, 알아서들 기어.’ 이 마인드로 어디를 가든 으스대고 싶어 해요. 진짜, 꼴불견.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해야 하나 싶지만 그럼에도 말하자면,
인간은 모두 평등합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 적게 버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더 귀한 사람 덜 소중한 사람은 없습니다.
고작 돈의 유무로 존재의 가치를 순위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짜 직업, 재력가, 흔히 말하는 자산 기준으로 상위 계층인 사람들의 인생이 서민이나 경제적으로 가난한 계층인 사람들의 인생보다 중요하다고 말하실 건가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지금의 이 사회가 얼마나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든 구조이고, 대물림되는 가난과 극심한 빈부격차,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부의 피라미드가 있다는 걸 살아가면서 누구나 뼈저리게 느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급사회와 권위주의를 ‘지향’하는 풍토나 문화만큼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 타자기 두드리는 일을 한다고 대단한 거 아닙니다. 계장, 과장, 팀장, 부장 등 직급 달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대접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이 기피하는 힘든 직업군에 기꺼이 종사하시는 분들이 훨씬 존경스럽고,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는 분들이야말로 박수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재의 가치는 모두 똑같습니다.
다들 썩어빠진 세상에서 하루하루 겨우 버텨내시느라 자꾸 까먹는 것 같은데요. 우리는 모두 똑같이 저마다 ‘나’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개인일 뿐, ‘나’보다 더 값진 ‘너’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착각 좀 하지 마세요. 세상의 주인공은 당신이 아닙니다. 당신이 주인 행세할 수 있는 건 당신 자신, 한 명뿐이에요. 남의 인생에 감히 주인 노릇 할 생각조차 마세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14화.
커버이미지: Laugh Now(2003)_Ban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