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한 번 꼰대는 영원한 꼰대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by 이루다

w.이루다




제가 직장 상사로서 만났던 개꼰대를 주 예시로 들었다고 해서 기성세대 전체를 개꼰대라고 치부하는 건 아닙니다. 앞선 화에서 말했듯, 젊은 2030세대 전체가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사고관을 가진 게 아닌 것처럼 단지 나이가 많다고 전부 개꼰대는 아니죠. 일반화하지 말자고요.


다만 저는 한 번 꼰대는 영원한 꼰대라고 여기는 편입니다. 젊었을 때는 괜찮다가 늙어서 꼰대가 되는 게 아니라요, 젊었을 때도 이미 꼰대였던 사람이 그대로 늙는 것뿐이라는 거죠.


그러니 꼰대가 ‘개’꼰대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생각이 트여있을 때, 조금이라도 다양한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일 때, 무엇이든 열심히 경험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 교류하면서 타인의 삶에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예전에는 나와 다른 사상을 지닌 인간이랑은 옷깃이 스치는 것도 싫었던 제가 ‘그럴 수 있지.’라며 완전히 이해는 못 해도 ‘그렇구나.’ 넘어갈 수 있게 된 건, 타인의 이야기에 경청하면서 나와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 개꼰대의 강을 건너지 않는 방법 >
1. 그럴 수 있지, 그렇구나.
- (나는 아닌데)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 (나는 아니라도) 너는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가라 좀.


사람은 결국 ‘나’로서 살아갈 뿐이라서, 제한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제한적인 입장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을 아예 ‘없는 일’이라며 오만한 부정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겪어 보지 않았으니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건, 백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흑인과 유색인 앞에서 인종차별은 없다고 단정 짓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상위 10%의 자본을 가진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하위 10%의 자본도 없는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 앞에서 가난은 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고요.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고 80억 명의 인구를 다 알지는 못하듯이, 내가 겪지 않았더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 있습니다.


나의 경험이 아니라는 이유로 남을 부정하지 마세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지만, 세상의 주인공은 ‘나’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오직 내 기준으로만 보고 판단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내 생각, 기준, 판단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편협할 수 있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개꼰대가 되지 않아요.


타인에게 경청하는 게 영 어렵다 싶으시면 또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무심하게 내버려 두는 거요. 때로는 무관심이 배려가 되기도 하거든요.

평소에는 담백하고 무심하다가 상대가 진정으로 원하는 타이밍―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관심과 배려를 해줄 수 있게 된다면, 제아무리 속은 배배 꼬인 꼰대일지라도 젊은이들이 좋은 사람이라며 데리고 놀아준답니다.


< 개꼰대의 강을 건너지 않는 방법 >
2. 내버려 두기
- 사생활 궁금해하지 마.
- 안 해도 될 말 하지 마.
-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라고 시작되는 말 다 하지 마.
- 쟤 왜 저래? 싶어도 하지 마.
- 객관적으로도 명백하게 ‘실수’와 ‘잘못’일 때만 따로 불러내서 말해. 남들 앞에서 망신주기 하지 마.
- ‘꼰대 같나?’ 생각 들면 꼰대 맞아, 하지 마.
- “꼰대 같니?” 묻지 마. 개꼰대 맞아.
-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관심과 필요 없는 배려 하지 마.
한 마디로 본인 일이나 똑바로 하시고, 제발 가만히 좀 있어.


아. 무심하게 내버려 두라고 했다고 또 엉뚱한 방향으로 오해하실까 말씀드리는데, 사회적 이슈나 어떤 불의에도 모른 척하면서 외면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사에 냉소적으로 굴라는 말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기 위한 무관심 기술을 터득하라는 겁니다.


만약 도저히 저 사람은 나와는 너무 안 맞아서 견딜 수 없다 싶으면 유유히 지나가시면 돼요, 아무도 안 붙잡아요. 기어코 드러누워서 남의 인생이 틀렸다며 시비 걸고 토 달지 마시고요.

나 하나 데리고 살기에도 벅차지 않나요? 도대체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억지로라도 본인에게 끼워 맞추려고 달려드는 그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


여기까지는 똑같은데 개꼰대는 절대 1절만 하지 않죠.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이해할 수 없다, 틀린 거다, 고쳐야 한다.’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불법을 저질러서 사회에 악을 끼치지 않는 이상에야, 나와 다르면 다른 모습대로 좀 가만히 두시라고요.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과 배려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습니다.


그런데 보통… 개꼰대들이 사회에 저항하는 순간이 언제인지 아세요?

어떤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본인의 주식이 떨어질 때,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나 자산 유지 혹은 돈 불리기에 제약이 오면 난리가 나더라고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 제 손익을 따지는 데에만 눈이 벌게지잖아요. 진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한 순간에는 눈과 귀를 철저히 틀어막고 고개를 돌리면서, 괴롭히거나 편 가르는 행위는 누구보다 앞장서는 부류더라고요.


개꼰대의 공통된 특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소통불가(말이 안 통함) : 나와 다른 생각과 언행을 하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상대를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사람 취급한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의 기준이 자기 자신이다. 제 말만이 맞다.

이기적인 대화(자기 할 말만 한다) : 대화의 80% 이상을 본인이 차지하고, 상대는 대답과 단답 위주인데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참견과 지적, 뒷담화 : 가십에 열을 올린다. 온갖 사람들 일에 간섭하고, 알고 싶어 하고, 정도를 모른 채 꼬치꼬치 캐묻고, 비밀이라면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닌다. 사생활 파헤치려는 행위를 상대를 향한 관심이라며 합리화한다.

이분법적인 사고 :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다. 나와 같지 않으면 무조건 틀린 것이다. 제 뜻에 동조하지 않으면 발작한다.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느 편에 설 지 선택을 강요한다.

일반화 : 사람의 입체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한 면만 보고 그 사람을 단정 지어 버린다. 편견도 심하다. 여름에 노출 있는 옷을 입는 사람은 가볍고 천하다는 식. 어쩌다 인사 놓쳤다고 바로 예의 없는 요즘 애들이라 치부하거나, 9시 땡하면 맞춰 오는 MZ라고 일을 못할 거라는 이상한 편견을 가짐.

시시때때로 남을 평가하면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윗사람은 조심하고 아랫사람은 조심하지 않는다.

급 나누기, 편 가르기를 자주 한다.

놀랍게도 본인은 해당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최악 아닌가요? 이런 사람이 어디 있나 싶으시죠? 그런데 충격적이게도 이런 사람 아주 널렸죠? 심지어 이외에도 제 글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기상천외하고 별난 개꼰대들이 득실득실합니다.

오히려 개꼰대가 아닌 사람을 손에 꼽는 게 나을 거예요. 개꼰대의 강을 건넌 이가 되돌아오는 일은 없는데, 개꼰대의 강을 건너가는 이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니까요.


매일매일 불평불만, 남 욕에다 지적과 트집 잡기 바쁘고, 책임질 일은 하기 싫지만 승진은 하고 싶은, 쟤 일하는 건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드는데 나 일하는 건 늘 정답인, 본인만 힘들고 궂은일 떠맡는다며 착각하는 자의식 과잉 개꼰대들―에게 배울 점은 딱 한 가지입니다.


아, 나는 절대 저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아직 ‘그냥’ 꼰대일 때 멈출 수 있어요. 내가 가진 생각·가치관·사상 등을 뜯어고치라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가치관·사상 등을 인정하고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되니까.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네? 그게 싫다고요? 어떻게든 타인을 뜯어고쳐야겠다고요? 예, 축하합니다. 영원불멸의 개꼰대가 되셨네요. 땅땅땅. 멀리 안 나갑니다. 뭐, 똥이 무서운가요. 저희가 알아서 피해 갈 테니, 죽을 때까지 더러운 똥으로 그러고 사세요 그럼.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15화.

커버이미지: Best Buddies(1990)_Keith Ha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