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화. 인사는 하는 거지, 받는 게 아닌데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by 이루다

w.이루다




저도 어쩔 수 없는 꼰대라서 인사성 밝은 사람들이 좋아요. 저 역시 나이가 많건 적건, 선임이건 후임이건 상관없이 만나면 인사부터 합니다.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묵례 정도로 인사하고요.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제가 먼저 인사해도 무반응이거나 ‘누구세요?’라는 표정으로 도리어 인사한 저를 별종 취급하는 사람과는 아무래도 잘 지내기가 어려워요.

극도의 내향인으로 낯가림이 상상 이상으로 심해서 인사를 못 하는 분들도 있으니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은 하지만, 막상 무시당하면 기분이 좋지 못하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인사를 ‘받기만’ 하는 인간은 아닙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개꼰대 이야기예요.

본인이 먼저 누군가를 발견했으면 그냥 먼저 인사하면 되잖아요? 멀리서부터 그 사람이 직접 와서 인사하기를 기다리고 있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 놓고 만약 그 사람이 끝까지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잖아요? 그럼 갑자기 인사성 없고, 버릇없고, 예의 없는 요즘 애들이 되어버려요.

도대체 왜 그러세요?


인사성 밝은 사람들도 거리가 애매하거나 타이밍을 놓쳤을 때는 먼저 아는 체 못 할 수도 있습니다. 뭐, 한 100m 떨어진 곳에서부터 허리를 숙이고 손을 흔들면서 다가와야 하나요? 아니면 떨어진 거리를 쫓아가서까지 꼭 인사를 해야 한다는 소리일까요? 그게 더 이상해요.


개꼰대 : 방금 쟤 봤지? 나 보고도 인사 안 하고 그냥 가는 거?
이루다 : 그냥 못 본 것 같은데요.
개꼰대 : 아니야, 일부러 저러는 거야. 내가 계속 보고 있어서 시선이 느껴졌을 텐데 어떻게 못 봐?


참고로 ‘인사’의 사전적 정의(네이버)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마주 대하거나 헤어질 때에 예를 표함.
2.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이름을 통하여 자기를 소개함


오해하실까 말해두는데 여기서는 아예 인사라는 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위에서 말했듯 저도 꼰대라 인사성 밝은 사람을 좋아하니까요.

다만 ‘서로’ ‘마주’친 게 아니고 혼자서만 봤으면서 일부러 인사 안 했다며 피해의식까지 가지는 개꼰대를 말하는 거죠.

설령 일부러 피한 거라고 해도, 어쩌라고요. 싫어서 피했다는 말을 직접 듣고 싶으신 건가? 시선을 알아채라며 쳐다보고만 있지 말고 인사하고 싶으면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는 법도 배우세요, 좀.


인사를 ‘받아야만’ 하는 개꼰대들은 심지어 기분이 나쁘면 그 ‘받는’ 인사조차도 받지 않아요.

평소와 똑같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출근하기 싫은 아침인데, 어느 날은 살갑게 인사를 받고 어느 날은 뻔히 쳐다보고도 들은 척도 안 합니다.

그럴 때는 저도 무시하고 지나가는데요, 혹여나 기분이 나쁠 때는 인사하지 말라는 건가 싶어서 넘어가면 큰일이 납니다. 지금까지 계속 깍듯하게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실수로 인사도 할 줄 모르는 근본 없는 인간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는데요. 제가 첫 직장 생활을 할 때였습니다.

저는 가리는 것 없이 모든 음식을 좋아하는데도, 회사에서 일할 때는 간단한 믹스커피나 과자·간식 등을 아예 안 먹는 스타일이라서 탕비실이 있어도 거의 갈 일이 없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제가 그만둘 때 어떤 상사 한 명이 저한테 “너는 일은 잘하는데 사회생활을 못 하더라.”, 라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선배들 믹스커피 한 번을 나서서 안 타 주니?


믹스커피를 먹지 않는 사람이라서 몰랐네요, 제가 매일 아침이나 점심마다 믹스커피를 타다 바쳐야 했다는 것을요….

그냥 편하게 믹스커피 준비해 달라거나 커피를 사 오라고 시키셨으면 얼마든지 심부름했을 텐데요. 제가 자진해서 커피를 챙기지 못한 게 잘못이었던 거예요.

그래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느껴지기는 해도, 막내가 잡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은 있습니다. 저 또한 꼰대이니 당연히 신입일 때는 온갖 잡일을 해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말하지 않은 일까지 헤아리는 건 누구라도 불가능합니다.


카페인을 아예 못 먹는 사람인데 상사가 물어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아메리카노를 사줬다면, 그 사람은 아메리카노를 병원에 실려 가게 되어도 마셔야 하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정중한 거절이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일단은 받고 버리든 다른 사람을 주든 처리하겠죠. 그 사실을 모를 상사는 이후로도 계속 내키는 대로 커피를 사줄 테고요. 그럼 그 상사도 사회생활을 못 하는 사람인가요? 예상하건대 나중에 상사가 알게 되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며 뭐라 할 걸요?

아랫사람이 말하지 않은 일까지 눈치채길 바라면서, 반대의 상황에서는 왜 말하지 않았냐고 화내면 뭐 어쩌라는 걸까요.


기분 나쁘면 인사를 안 받고, 멀리서부터 자신을 발견하고 뛰어와서 인사하기를 바라며, 눈치껏 알아서 커피를 대령하기를 기다리는 개꼰대들이 제 입장이 되면 웃긴 상황이 벌어집니다.


헉! 저기 팀장님 있다, 마주치기 전에 돌아가자.
저 과장님은 진짜 짠돌이다? 밑에 사람들 한 번을 안 사줘.


인사받기를 원하면서 왜 본인은 윗사람과 마주치기 싫어 도망가시는지, 윗사람이 커피를 사주길 바란다면 본인도 아랫사람 커피를 사줘야 하는 게 아닌지.

하나만 하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06화.

커버이미지: Unexpected Visitors(1884-1888)_Ilya Re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