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성숙한 복제 인간의 인간관계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by 민경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가 2005년에 썼던 문학작품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는 일명 복제 인간을 중심으로 전개가 이어지는데, ‘4차 산업혁명’과 ‘인권’과 관련된 주제의 논쟁에서는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다. 이는 인간 본체의 수명이 길어짐으로써 복제 인간들은 자신의 본체 인간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것으로 이바지하기 위해 인간과 같은 교육을 받고 성장한다.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선 ‘사랑’이 중요한 와중에, 복제 인간들 사이에서도 사랑은 존재할 것은 당연한 사항이다. 더욱이나 특별할 수 있는 이들의 사랑은 자신들이 받았던 교육으로 인하여 어쩌면 원래의 인간보다 성숙한 사랑을 하며 성장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나, 2부의 열한 번째 이야기를 특별한 예시로 하여 인간보다 성숙한 복제 인간의 사랑과 감정을 다뤄볼 것이다.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의 2부 열한 번째 이야기에서는 인간 본체들이 느끼는 본능을 복제 인간들도 느낀다는 것을 알려준다. 캐시가 루스의 말이 특히 자극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코티지로 들어오고 나서 처음 몇 달 동안에는 루스와 캐시는 방에서 헤일셤에서 지냈던 방식으로 차를 마시고, 개인적인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 오갔던 대화들 중 하나는, 캐시는 루스가 어떤 사람과 성관계를 가지자고 ‘강요’한 적이 있었냐고 루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인간들이 느끼는 본능을 이들도 느끼는 것 같았다. 캐시는 이런 충동이 든다는 것은 자신에게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느꼈고, 루스는 캐시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루스는 캐시와 다른 점이 있었다. 루스는 토미와 ‘커플’이기 때문에 루스는 항상 자신과 토미는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루스는 캐시의 충동을 아니꼽다는 듯이 말한다. 캐시는 코티지에서 여러명의 남자들과 ‘첫날 밤’(일명 원나잇)을 보낸다. 비록 헤일셤보다 코티지가 여러 방면에서 노골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캐시는 다니엘과의 대화 중에 루스가 직설적인 발언을 할 때, 캐시는 자신의 문란함을 인식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캐시는 루스가 다른 헤일셤 학생들을 보다 더 깨어있고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있었다. 캐시 또한 루스가 자신이 헤일셤으로부터 가져온 물건들을 필요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버렸다고 말한 것을 주목한다. 캐시는 그런 루스의 모습을 낯설다고 생각한다. 그 해 가을, 캐시는 코티지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던 스티브의 농담과 함께 포르노 잡지 보관함을 발견하게 된다. 캐시는 낡은 창고에 들어가 호기심에 포르노 잡지를 자세하게 훑어본다. 캐시와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토미는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짐작한다.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의 2부의 열한 번째 이야기에서는 헤일셤에서 자란 복제 인간 캐시, 루스, 토미와 함께 헤일셤을 졸어하고 코티지로 옮긴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이야기의 첫 시작부터 끝까지 쭉 이어지는데, 이때 주목해야 할 문장은 “여러분도 짐작하겠지만 코티지에서의 성관계는 헤일셤에서의 성관계와는 달랐다. 훨씬 더 노골적이었다. 좀 더 ‘성숙’했다고도 할 수 있다.”(As you’d expect, sex was different at the Cottages from how it had been at Hailsham. It was a lot more straightforward – more ‘grown up.)이다. 이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세 명의 복제 인간들의 사랑이 이들의 원본인 일반적인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과 동시에 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누가 누구와 했느냐를 두고 수군거리고 킬킬거리며 돌아다니는 일 같은 것은 더 이상 없었다. 누가 누구와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도 그들이 과연 좋은 커플이 될지 안 될지 이러쿵저러쿵 추측이 나오지도 않았다.”(You didn’t go around gossiping and giggling about who’d been doing it with whom. If you knew two students had had sex, you didn’t immediately start speculating about whether they’d become a proper couple.)에서는 사람과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인 것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에 대해 원점에서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문장은 “또 어느 날 새로운 커플이 나왔다 해도 대단한 일인 양 떠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차분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 이후부터는 해당 커플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한 사람을 언급하고 나서 또 한 사람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 정도였다.”(And if a new couple did emerge one day, you didn’t go around talking about it like it was a big event.)인데, 인간 본체에 있어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에 대한 자극적인 말은 물론이고, 일종의 ‘관음증’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나치게 남에게 관심이 많은 현대 사회를 떠오르게 된다. 나의 부모님 세대로 흔히 불리우는 58세대나 베이비 부머 세대 같은 경우는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 개가 있는지도 기억하다고 했지만, 현대 사회는 남한테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SNS가 생겨난 이후로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범죄와 혐오발언이 생겼다. SNS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명 ‘문찐’(문명찐따, SNS를 하지 않은 사람)이라 부르면서 집단의 분위기를 중요시 하고 개인의 권리는 존중해주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또한, 이와 다른 부류지만 똑같이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 하지 않은 태도들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모든 것들은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만 공개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자신이 예전에 사귀었던 애인들의 SNS 계정을 어떻게서든 찾아내어 훔쳐보는 ‘스토킹’ 범죄까지 생겨난다. 이런 ‘스토킹’을 통해 있는 사실과 없는 사실을 어떻게서든 부풀려 뒷담화와 소문을 퍼트리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당사자의 인생과 평판은 송두리째 바뀌어버린다.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에서는 이런 ‘관음증’적인 모습이 성관계와 같은 예민한 사항들은 더욱 상관을 하지 않는다. 물론, SNS가 활발하던 시대가 배경이 아닌 것도 한몫한다. 복제 인간들이 인간들과 같은 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에게서 보이지 않은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복제 인간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성숙하지 못한’ 태도와 비윤리적인 철학을 가짐으로써 평균 지적 능력이 하향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독자들 및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곧 맞이할 세대들에게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를 통해서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이는 캐시의 태도는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성숙한 인간의 모습과 성격을 알 수 있다. “내가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에 그가 서운했으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직 그 단계에서는 나 자신도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I knew he’d be disappointed I hadn’t told him anything, but at that point I hadn’t thought things through properly myself and wasn’t ready to tell anyone.)라는 문장의 원래 내용상의 의미는 캐시가 토미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정리할 시간과 단계가 아니라는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 태도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인정하고 자신을 되돌아볼줄 아는 것이 성숙한 생각을 가진 이상적인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본체의 인간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캐시의 모습은 일반 사람들에게서 잘 보일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만의 철학과 자존심이 우둔하여 다른 사람과자신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때로는 굽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캐시 같은 사람의 모습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에서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어떤 행동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현대 사회를 비롯하여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복제 인간들의 사회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캐시처럼 자신의 모습을 되뇌이고 생각을 한 번 더 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훨씬 더 나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생겨날 것이고, 적어도 ‘인간관계’로 생겨나는 범죄들과 혐오발언과 동시에 그로 인해 상처를 받고 오랫동안 지니고 있지 않아도 되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의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를 읽고 나서 내가 다니는 학교 단과대의 대표적인 단어라고 이르는 ‘휴먼 테크(Human Tech)’가 떠올랐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올수록 휴먼 테크의 기본적인 사항인 ‘인간’에 대한 생각을 독서를 통해서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었던 수많은 독자들은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를 복제 인간이 인간에게 장기기증을 함으로써 옳고 그름을 따지는 윤리적인 측면을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를 읽고 조금 다른 방면으로 생각을 했던 이유는 그동안 경험했던 나의 복잡한 인간관계의 문제를 생각하고, 복제 인간들의 ‘사회성’을 조금 더 주의 깊게 봤기 때문이다. 비록 복제 인간들의 별반 다를 거 없는 사회겠지만, 우리는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서로를 향한 모습을 통해 성숙한 인간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인 ‘존중’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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