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도 생각도 뒤죽박죽인 사랑
28살의 중반을 달려가고 있을 즈음에 내 친구 현이한테 엑스에게 미련을 갖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현이는 나한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었다.
"만약 돌아오면 받아줌? 엑스가"
현이는 작년에 친해진 다른 학과 동갑내기 친구다.
나는 나이가 들면 새로운 친구가 사귀기 더욱 힘들어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 년에 한 명 정도는 운 좋게 새 사람을 알고 지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긴커녕 당장 내 옆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관계'라는 단어 앞에서는 비상하지 못한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된다는 건 어떤 관계가 되었든 귀인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나는 이별의 아픔을 또 겪었다.
이 정도로 다쳐봤으면 지겨워서라도 조심하거나 안 다치는 방법도 터득할 것 같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한다.
타인이 보는 나의 모습은 끈적한 시럽 속에 빠져나올 생각조차 안 하는 더러운 의지력으로 허우적댈 뿐, 안간힘을 써도 결국엔 가라앉는 행동만 반복하기 일쑤였다.
"현아, 난 기적이 일어나는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는데 특화된 사람이야. 내가 멍청하게 굴러 들어온 행복을 발로 차겠니.”
멍청하기 그지없는 답변을 보내고 나서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질문을 했어도 나는 앵무새처럼 재회를 외친다.
"결론 났네. 인생사 모르는 거긴 하니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겠음."
끝난 인연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매일 엑스를 놓지 못한다. 매일 밤 샤워를 하고 나면 같이 맞췄던 커플 인형에 그가 썼던 향수랑 필로우 미스트를 뿌리고 눈을 감는다.
대표적인 기적의 예시는 자고 일어났을 때 엑스한테서 먼저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와 있거나, 마음이 변해서 사과한다거나 등의 터무니없는 행동들이다.
한편으로는 엑스도 나처럼 같이 고통받았으면 좋겠다는 심술궂은 마음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엑스에게 표현하면 되지 않나 싶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엑스에게 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들 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법이 제일 나은 선택이라 생각하고 잠을 청한다.
그가 잘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같이 잘 되고 싶다.
매일 그가 사준 인형을 끌어안고 입 밖으로 내뱉는다.
내일도 버텨보자, 그게 용기이자 기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