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을 활용한 유전체 비즈니스의 확장-
기존 의료의 혁신은 신약 또는 새로운 의료기기의 개발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의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등장, 그리고 유전자 정보의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이를 이용한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확장된' 개념의 의료 서비스들은 기존의 의료 시스템의 영역 바깥에 있었던 환자의 'unmet need (미충족 필요)'를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기존 헬스케어 시스템의 바깥 영역에 머물러 있던 미충족 필요를 찾아낼 수 있을까? 두 가지 사례를 (Proteus and Uber) 살펴보며, 의료 서비스가 어떻게 확장되어 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Proteus는 약을 처방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콘셉트의 비즈니스 모델을 의료 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는 회사이다. 약을 처방(의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환자의 회복을 위해 처방한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중증 환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번 먹고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 일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약을 처방받으면 중간에 먹기를 중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활하다 보면 놓치기도 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으니 꼭 약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이 뚜렷한 임상시험의 경우와 중증환자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환자의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중요한 심혈관 계통의 질환, 중증 신경계 질환 (알츠하이머, 헌팅턴, 다발성 경화증 등)은 약의 복용 (정확한 용법과 용량)이 중요하다. Proteus는 치료의 최전방에 있는 의사와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금액을 투입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약사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의료 서비스까지 확장을 한 경우이다.
Source: Proteus 홈페이지(http://www.proteus.com/)
Uber는 이미 알고 있듯이, 택시 운전사와 택시 고객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 어떻게 이러한 모델이 의료 서비스에 접목되어 있을까? 단순히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임상시험의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아하!'하고 무릎을 칠게 될 것이다. 신약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이를 진행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집하는 것이며, 더불어 참여한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즉,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이들을 병원으로 오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임상 시험 참여자의 중도 이탈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며, 특히 미국과 같이 땅이 넓은 지역에서는 더더욱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Uber의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가? 본연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여 정해진 시간에 임상시험 참여자의 집에 방문하여 이들을 병원까지 데리고 오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임상시험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정확히 니즈를 파악하고 플랫폼을 활용하여 의료 서비스로 확장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Source: mobihealthnews.com
두 가지 모델이 기존 의료서비스에 접목이 가능했던 이유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폰의 확산,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제약/ 병원들의 니즈, 참여자 (환자)의 니즈를 플랫폼 안으로 절묘하게 연결하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의료서비스의 개념을 넘어 확장된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가 디지털 기술과 혼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럼 플랫폼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양한 종류의 시스템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통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기반 모듈, 어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일종의 토대"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제품/서비스/자산/기술/노하우 등 모든 형태가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공급자에게는 고객을 쉽고 빠르게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장터(Market)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며,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두 개 이상의 고객 군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에서 보았듯이 플랫폼은 확장 가능하며, 그 힘은 막강하다. 결국 의료 서비스에서도 플랫폼을 가진 자가 '룰'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서비스든 기술만 좋다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의 욕구는 생각보다 변화무쌍하며 이를 이해하고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유전체 비즈니스 또한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주로 임상 영역(진단, 치료)에서 유전체 기술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고민이 적을 수밖에 없겠지만, 향후 개인들의 유전자 분석 의뢰가 늘어나고, 관련 법규가 개정될 것을 생각한다면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
제목에서 언급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명확히 한 가지로 정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개념이나 작동원리에 대해서 일반적인 설명을 하라면 많은 사람들이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산업이나 기업으로 들어가 보면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이나 참여자들의 역할이 각기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의 개념은 아직도 보완, 진화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산업별, 개별 기업별로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화 시대의 기업이 성장하는 속도에 비해서 플랫폼 기반 비즈니스 기업인 애플, 구글, 카카오, 우버 등이 성장한 속도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빨랐으며, 산업화의 경제논리가 '규모를 키워서 경쟁력을 갖추라' 였다면, 플랫폼 비즈니스의 경제 논리는 '가치를 제공하면 규모는 자동적으로 커진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징을 가진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유전체에 적용하여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더 좋은 제품,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생에 단 한 번만 받으면 되는 유전자 검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서비스들과 연계하고 있는지에 대해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드리는 유전체 비즈니스 모델은 VeritasGenetics로, Human Genome Project를 주도했던 George Church를 비롯해 Harvard Medical School의 Personal Genome Project의 리더들이 모여 공동 창립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유전 스크리닝의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개인과 의사가 질병 예방과 오랫동안 건강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라이프 스타일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는 whole genome sequencing (전장 유전체) 분석을 $999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필두로 myBRCA, myPrenatal, myCarrier, myNewborn 서비스로 영역을 점점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에서 주목하여 볼 것은 physicians/ Researchers/ Distributors를 서포트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려면 사용자가 많아야 함은 물론이고, 특히 의료영역에 있어서는 "데이터"가 곧 힘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Source: VeritasGenetics 홈페이지(https://www.veritasgenetics.com/)
또 다른 유전체 비즈니스 모델인 Genos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399에 엑솜 시퀀싱을 통한 분석 데이터(Clinical 데이터)를 제공해 주며, 생성된 유전 정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제공해 주는 정보는 개인 변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 (Chromosome Region, Gene, Variant 등), 변이와 관련된 과학적 증거 (Condition), 그리고 모발의 곱슬, 귀지 유형과 같은 특성(Traits)에 대한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흥미로운 것은 개인 스스로가 데이터의 소유권을 가지며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각 유전 정보 별로 공개 여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데이터의 소유권이 개인에게 있음을 전제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Source: Genos 홈페이지 (https://www.genosresearch.com/)
또한, 점점 유전체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시점에 필자가 흥미롭게 지켜보는 것이 소비자 유전체 앱의 출현인데, 과연 유전체 관련 소비자 앱이 올라와 있을까? 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소수이지만 관련된 앱이 출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McGill University의 Bioinformatics 파트에서 개발한 phylo라는 앱이 있으며, phylo를 할 때마다 여러 종의 유전 암호를 비교하고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구조를 해독함으로써 유전질환 연구 도움을 주는 콘셉트로 개발되어 있다. 또 하나 소개하여드릴 앱은 아이들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DNA PLAY라는 앱이며, 자신만의 괴물을 만든 후 실시간으로 DNA 조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생명체를 변형시킬 수 놀이 앱이다. DNA라는 조금은 어려운 내용을 아이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 있으며, 이 앱은 2015년 App Store의 베스트 앱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직은 유전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앱들이 올라와 있지 않지만,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렇듯 멀게만 느껴졌던 유전체 비즈니스 시장이 이제는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으며, 우리의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날이 멀지 않은 거 같다.
Source: 애플 앱 홈페이지
공유경제 모델은 소비자들의 성향을 대변하는 것으로,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관념이 사라지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용의 개념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며, 소비자들에게 소비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라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공유 경제를 통해 소비자는 더욱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고 더 많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유휴 자원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 유전정보 역시 개인이 소유하고 공개 여부에 대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 공유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여 파생되는 혜택은 개인은 물론이고 의료계 및 해당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에게도 엄청난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개인 유전 정보의 소유권이 누구한테 있어야 하는 것일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직은 이와 관련된 의견들이 분분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유전 정보 활용의 주체가 되어야 할 개인이 자신의 유전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2016년 6월 30일을 기점으로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해서 개인이 직접 유전자 분석을 의뢰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지만, 이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료 기관을 통해서만 유전자 검사의 진행이 가능하며, 그 데이터는 해당 병원의 데이터 베이스에 남게 되어 있어 데이터를 소유하고 접근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유전 정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고 있는 시점이기에, 우리는 유전 정보의 소유와 활용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해야함은 분명한 사실인 거 같다.
점점 증가하는 유전 정보 데이터, 느리지만 조금씩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규제의 흐름, 일생에 단 한 번만 받으면 되는 유전자 검사의 한계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만나 앞으로 상상할 수 없는 다양한 형태의 제품, 서비스들이 선보여질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유전체 비즈니스는 수많은 유전 정보가 쌓여야 비로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전 정보의 소유 및 공유에 대한 문제를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며, 이러한 고민의 확장이 결국 유전체 비즈니스에 접목되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