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은 경험과 감정 속에 있다

by Hwan

유전자, 그리고 복제인간이라는 존재

유전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가장 정교한 설계도다. 눈동자의 색부터 성격적 경향, 질병에 대한 취약성까지 인간의 몸과 삶은 이 작은 염기서열 위에 설계된다. 복제인간은 바로 유전 정보를 토대로 태어난 존재다. 자연스러운 유전적 섞임 없이 특정 인간의 DNA를 그대로 복제한 생명체, 마치 한 사람의 유전적 거울처럼 태어난다.

영화 "Never Let Me Go"는 조용하고 서늘한 톤으로 인간의 존재 의미와 사랑, 운명, 삶의 유한함을 깊이 있게 탐색한다. 영국의 외딴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자란 캐시, 토미, 루스는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특정 목적을 위해 복제된 아이들이다.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장기를 기증하고 결국은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진짜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그 안에서 사랑하고, 질투하고, 추억을 만든다.



비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는 복제된 인간들을 조용하고 비극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주인공들은 모두 장기 기증을 위해 만들어진복제인간이다. 그러나 그들은 울고, 웃고, 사랑한다. 겉모습은 물론, 유전정보까지 완벽하게 설계된 존재지만 그 안에는 고유한 감정과 기억이 깃들어 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유전자로 정의되는가?" "누군가의 복사본이라는 이유로 그 삶의 가치까지 복제될 수 있는가?"


복제인간이라는 존재는 생명의 경계와 인간됨의 본질을 묻는 거울이다. 그들은 유전적으로는 복사본일지 모르지만 감정과 의식, 사랑과 상처는 단 하나뿐인 삶의 기록이다. 복제되었기에 더욱 섬세하고 절박하게 살아가는 존재. 그들이 느낀 외로움, 헌신, 갈망은 유전자와는 무관한 고유의 인간성이다. 복제인간은 과학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철학적 존재다. 복제된 삶도 고유한 삶이다. 동일한 유전자가 반복되어도 그 삶은 언제나 단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움은 유전자가 아니라 경험과 감정 속에 있다

영화가 주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간다움은 유전자가 아니라 경험과 감정 속에 있다는 것이다. 비록 복제 인간이라는 운명을 타고났을지라도 그들이 느낀 사랑, 상실, 희망은 진짜였다. 이 작품은 시간의 유한성을 철학적으로 되짚는다. 우리 모두는 정해진시간을 살아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안에서 누구를 사랑하고, 어떻게 기억되며,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다.


Never Let Me Go는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사라질 것을 알고도 사랑하는 존재"의 슬픔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만의 고귀한 감정이며 복제 인간이라는설정 안에 담긴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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