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i Mar 17. 2023

infj가 다중인격이라는 오해

덧붙여 infj 이상형 소울메이트에 대한 고찰


항간에 infj가 다중인격이라는 얘기가 떠돌며 수많은 인프제들을 '가식덩어리', '음흉한 사람'으로 칭하는 걸 봤다. Intj지만 f비율이 다소 높은 나는 상대방에 따라 톡톡 튀고 마냥 밝은 사람이 되거나 한없이 차분한 사람이 되기도 하며 차갑고 냉철한 사람이 되기도 하는데, 이 모든 모습이 페르소나를 장착한 연기된 모습이라면 덜 억울할 텐지만 이 모습들은 모두 나의 진실된 자아들이다.


한 가지 성격으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를 봐도 마냥 착한 줄 알았던 주인공의 사악한 이면, 잔인하게만 느껴졌던 빌런의 숨겨진 아픔들이 나온다. 즉 모든 인간은 다양한 자아를 품고 있다. 인프제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다양한 자아가 담겨있는 주머니 속에서 상대와의 관계, 그때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내 모습을 잘 찾아내어 꺼낼 줄 안다는 거다.


상대와의 관계나 분위기가 아무리 중요한들 나는 나에게 없는 모습을 꺼내지는 못한다. 실제로 이게 가능한 인프제들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마 아주 공감능력이 뛰어난 인프제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intj이자 infj라 그런지 나에겐 그게 불가능하며 그렇게까지 해서 상대에게 맞추거나 분위기에 어울리고 싶지도 않다.


가끔 내가 몰랐던 나의 자아들을 꺼내게끔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데, 그로 인해 발견된 나의 모습이 긍정적일 땐 나의 자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게 되어 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그 모습이 부정적일 땐 그 자아를 땅에 묻어 당장 사망신고를 하고 싶을 만큼 수치심, 자괴감이 치솟아 관계의 단절을 단행하곤 한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친구들에게 오글거리게도 소위 애교라는 걸 부리며 귀여워지길 자처했다. 어릴 적 아빠는 무척 강인한 존재였고 나를 다양한 트레이닝을 통해 강인하게 키웠는데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집에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아'를 꺼낼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면 이때다 싶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아를 마구 꺼내놓았다. 갑자기 나를 귀여워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혹자는 '나의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게 만드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하지만 나는 '나의 귀여운 모습을 마음 놓고 꺼내주게 만드는 사람'이 좋다. 마냥 칭얼거리는 어린아이가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차분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치부되어 꺼내지 못한 내 자아 주머니를 후루룩 털어버리고 싶달까.


아이러니하게도 나와 비슷하게 '차분하고 성숙한 사람' 앞에서 나의 자아노출이 잘 되는데, 그건 아마 그도 '차분하고 성숙한 사람'으로 치부되었지만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이면에 숨겨놨던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아'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과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자아'를 꺼내주고 함께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나름대로 배려는 가스라이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