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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i Apr 18. 2023

30대 전문직 infj 여자의 이상형

이상형이자 이상향, 이상적 자아에 대한 소고.


전문직은 대개 빡빡한 시간표의 캠퍼스 생활, 폐쇄된 환경이나 도서관에서 20대 초중반을 보낸다. 덕분에 자연스러운 연애를 하는 건 매우 매우 힘들다. 당시에 남자동기들만 봐도 힘들게 소개팅으로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시험으로 한 학기 내내 바쁜 대학생활을 이해 못 하는 연인으로 인해 헤어지는 걸 많이 봤다.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치른 뒤엔 일이 고되고 추후 개원을 위해 공부를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인과는 거의 접점이 없으며 연애를 해도 서로 이해하지 못해 싸우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꼭 개원을 당장 염두하지 않더라도 어릴 적부터 열심히 사는 것에 익숙한 데다가 지금 일하는 곳이 평생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자기계발에 이리저리 바쁘다. 심지어 개원의가 되면 초기엔 거의 밤낮, 주말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남녀 할 거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비슷한 전문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예외도 있다.


infj 또한 연애가 쉽지 않은데 대부분 인프제들은 20대에도 연애와 결혼을 따로 두지 않는다. 현재 남자친구를 미래의 배우자로 보기 때문에 연애에 엄청 신중해져 연애 난이도가 극악에 가깝다. 많은 인프제들의 이상형을 들어보면 내적 조건을 많이 따지고 이 조건 또한 매우 구체적인걸 알 수 있는데 우선 가치관이 잘 맞아야 하고, 미래를 함께할 만큼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적당한 소통능력, 공감능력이 있어야 하며 예의, 배려, 존중, 도덕성은 디폴트값이다. 게다가 나의 예술적 감성도 이해해 주면서 적당히 현실적인 감각도 있어야 하는.. 내가 느끼기에 mbti 중 내적조건이 극강으로 까다롭다.




나 또한 전문직 intj이자 infj가 나오기도 하는 여자로서 연애를 어느 정도 하기야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들로 연애가 쉽지는 않았다.


위에 나열한 이상형 사례들도 공감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바라는 이상형의 모습은 크게 3가지다.

가장 먼저 삶에 대한 태도와 관련 있는데 바로 성실한 사람이다. 하고자 하는 바나 맡은 바에 책임감을 갖고 정성껏 그리고 꾸준하게 할 줄 아는 것. 나 스스로 그렇게 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후회가 없었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게 무엇이든 그것을 위해 성실하게 하는 사람을 봤을 때 안정감을 느끼고 그 사람의 태도를 함께 배워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중요한 게 대화의 결인데, 스몰톡과 딥톡이 모두 가능한 사람이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얘기도 재밌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는 함께 고민하고 인프제의 무궁무진한 생각들도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나는 술을 거의 안 마시기 때문에 상대도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걸 즐겼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다정한 사람. 하지만 나에게 다정하다는 건 단순히 착하거나 친절한 게 아니라 인생에서 지금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소중한 사람에게 정을 베풀 줄 아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앞서 말한 성실함다정함을 둘 다 갖추기가 어렵다. 성실하면서 다정하다는 건 자기가 하고자 하는 바를 열심히 하면서도 곁을 챙기고 베풀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는 건데 그렇게 사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나도 늘 여기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참되게 성실한 사람은 자신의 일 뿐만 아니라 소중한 관계에서도 성실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나와 함께할 사람도 이처럼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면서 관계에도 성실함을 잃지 않는 다정한 사람이길 바란다.


정리하자면 내 이상형은 성실하고, 대화의 넓이와 깊이가 있으며, 다정한 사람이다. 이상형이라고 써놓고 다시 보니 사실 나의 이상향, 이상적 자아다. 유니콘에 가까운 이상형이지만 내가 언젠가 이런 사람이 된다면, 적어도 되려고 노력한다면 나도 이런 사람 또는 이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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