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갔던 이유
여행에서 내가 얻은 것, 덧붙여 소속감에 대하여
여행은 친구, 직장, 모임, 심지어 소개팅에서까지 빠지지 않는 소재거리다.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건데 누군가의 동행이 어색한 나와 달리 많은 사람들이 혼자 가는 여행을 싫어하거나 혼자 여행 가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더라. 여행을 가는 이유를 들어보면 대부분 힐링, 맛있는 음식 먹기, 액티비티 등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는 게 주 목적인 동시에 한 편으로 익숙한 현실에서 벗어나 모르는 곳으로 혼자 동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하다.
나는 20대 초중반 학기가 끝나면 방학마다 주구장창 여행을 다녔는데 갑갑한 한의대 생활 때문인지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가 컸다. 더불어 당시의 나는 소속감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름 학교를 성실하게 다녔지만 속으로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으며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정이라는 것을 붙이지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소속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여행지가 편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우린 당연하게 이방인이 되며 어디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강박과 홀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소외감에서 해방되어 자유롭다.
이렇게 말하니 나의 여행이 조금 슬프게 들리지만 그 이상의 깨달음도 얻었다. 우선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나의 고민들을 전보다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게 됐고 스스로 항공권, 티켓을 끊고 숙소, 음식 등 생활을 영위하며 내가 혼자서도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도 생겼다.
힐링 여행이 유행하는 요즘, 나는 놀랄 정도로 여행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는데 이미 여행을 많이 다녀와서 그런 경향도 있겠지만 지금 여기서 탐구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고 재밌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경험하고 책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와 세상을 배우고 있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그 어떤 여행보다 두근거리며 설렌다.
그리고 지금 내가 느낀 소속감에 대한 얘기,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그 누구도 어디에서 완전한 소속감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 속으로 나를 내던지면 내가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찾을 기회와 함께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커진다. 그게 나의 아주 작은 일부라도 괜찮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나의 다양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심지어 내가 누군가에게 소속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