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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i Aug 19. 2023

신경 끄기의 기술

자유롭지 않음의 가치

우리는 참 많은 신경을 쓰고 산다. 개인적으로 잘하고 싶은 것도 있고 타인의 시선에서 잘나 보이고 싶은 것도 있다. 게다가 세월이 흘러 경험이 많아지고 크고 작은 관계들도 쌓이면서 신경 쓸 곳들은 늘어나기만 한다. 그에 맞춰 신경 바운더리를 넓힌다면 포화상태에 빠져 일이나 관계에서까지 번아웃이 오기 쉽다. 저자는 이처럼 과분히 신경 쓰고 사는 우리에게 신경을 쓰지 말고 오히려 신경을 꺼버려라고 한다.


신경을 끈다는 것

여기서 신경을 끈다는 건 무심해져라는 게 아니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은 세상 초연해 보여 마음 여린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그중 몇몇은 오히려 관계 불능자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이들이야 말로 진짜 신경을 끄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다. 사람은 정을 먹고살며 어떤 형태든 정이 필요한데 이 부류의 사람들은 관계가 깊어지기까지 겪게 되는 정신적인 에너지와 원하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느끼는 절망감을 기회비용으로 삼아 관계성립 자체를 부정한다. 관계에서든 개인적인 목표에서든 신경을 끈다는 건 무심한 태도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고통과 기회비용에 신경 쓰지 않음'이다.


삶은 원래 고통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삶이 원래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고통에 빠져 살아라는 얘기가 아니라 무언가를 얻거나 이루기 위해서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추구하는 과정 중에 반드시 고통을 겪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관계에서도 흔히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보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사람과 오래갈 수 있다고. 전반적인 인생도 이와 비슷한데 무언가 선택을 할 때 그것의 장점을 보고 혹할 게 아니라 단점을 파악한 뒤 내가 수용할 수 있는 고통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수용할 수 있는 고통

이렇게 말하면 '나는 무슨 고통을 수용할 수 있고 또 견딜 수 없는지 모르겠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알기 위해 그냥 '뭐라도 해'라고 한다. 대개 우리는 어떤 자극을 받아 동기를 얻은 뒤 행동을 하려 하지만 실상 일을 하다 보면 행동이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하고 또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직접경험만큼 무시할 수 없는 게 간접경험이라 독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은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또 결은 조금 다르지만 닮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도 중요한 힌트를 준다.


자유롭지 않음의 가치

저자는 자유에 있어서 '완전한 자유 그 자체는 아무 의미도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의미 있고 중요하게 만드는 유일한 길을 수많은 선택지를 거부하는 것이다.'라며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는 하나를 위해 다른 선택지를 지우면서 책임감을 갖게 된다. 또 하나에 파고들어야만 비로소 겪게 되는 경험과 감정들이 있다. 거기엔 고통이 있지만 고통이 있기에 누구나 쉽게 얻기 힘들고 소중함이라는 가치가 생긴다. 우리는 그렇게 작은 자유를 포기함으로써 가치관을 세우며 나라는 정체성을 만든다.




신경 끄기는 목표를 이루는 성공에서 뿐만 아니라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인데, 신경을 끔으로써 생기는 책임감과 기꺼이 거절하고 거절당할 용기는 삶 전반에 걸쳐 건전함을 이끈다. 신경을 끄는 게 아직도 어렵다면 죽음을 의식하자. 죽기 전 침대에 누워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면 비로소 중요한 것과 중요해 보이기만 하는 것들의 경계가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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