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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i Sep 11. 2023

작은 글 하나, 첫 출판 에세이

나를 만나는 글쓰기

글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꿈꾸어볼 만한 책 출판은 나 역시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정말 우연찮은 기회를 얻어 이루게 되었다.


올해 초 브런치 작가 승인이 떨어진 후 나는 브런치에 일기인지 에세인지 모를 뻘글을 쌓기 시작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절한 이웃들이 작은 위로의 하트를 눌러주셨구나 하고 브런치에 접속했는데 이메일로 누군가가 제안을 보냈다는 메시지가 떴다.

'출간, 기고 목적으로 ㅇㅇ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 주세요.'


무려 원고청탁서였다. 2023년 우수콘텐츠잡지로 선정된 문학잡지 '월간에세이' 편집장님의 청탁 이메일.

학생시절 뼈아픈 보이스 피싱의 경험을 겪은 뒤 의심이 가는 이메일을 받으면 여기저기 검색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행히도 나처럼 브런치를 통해 월간에세이에서 청탁서를 받은 분들이 꽤 있었다. 내가 받은 이메일은 피싱이 아니라 진짜였다.


원고 내용은 2200자 내외 자유 주제의 에세이였는데 브런치 초보작가인 내게 한 주제로 짧지 않은 글을 쓰는 건 꽤 어려워 보였다. 그동안 주로 짧은 글들을 써나갔고 그나마 긴 건 서사성이 있는 개인적인 경험들 뿐이었다.

주제 선정은 더욱 마땅치 않았는데 월간 에세이 모토인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 우리들의 인생을 담은 잡지'에 맞게 인생을 논하자니 연륜이 부족했다. 한의대 현역 입학, 수석 졸업을 한 스마트한 전문직 여성으로서 멋있는 현업 이야기를 써냈으면 좋으렸만 실상은 현업에 적응 못해 매일을 방황하는 이방인이다. 동기들은 하나둘 개원을 준비하며 한의사로서 발돋움에 우선이지만 나는 방구석에 박혀 책과 그림을 파며 재미를 느낀다. 아무래도 난 히키코모리 체질일 수도.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요즘 세상에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또 스트레이트로 그 일을 업으로 만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나름 이름 있는 전문직 타이틀을 가진 뒤 제대로 방황하는 2030 젊은이의 얘기가 훨씬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가.

솔직하게 내 얘기를 끄적끄적 쓰다보니 눈물이 나고 웃음도 났다. 내 심정을 끄집어내면서 숨어있던 나와 만날 수 있었고 언어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점차 정립되었다. 글쓰기는 치유의 도구라는 말처럼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아 이런 기회를 주신 편집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나의 작은 글, '다름으로 방황하는 우리에게' 하나가 월간 에세이 9월호에 실렸다. 편집장님께 부끄럽게 써 내린 내 글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울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앞으로 더 방황할 테지만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면서 살고 싶다. 아직 만나지 못한 자아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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