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hini Dec 18. 2023

한파 속 마음만은 따뜻했던 야외전시

마포아트페어 홍대 레드로드R5

예상치 못했던 극한 추위에 야외전시라 흥행은 못했지만 마음만은 어디보다 따듯했던 날





마포구에서 주최하는 마포아트페어 그림작가로 선정된 덕분에 홍대 레드로드에서 전시를 할 기회를 얻었다. 야외전시라 날씨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마포구 측에서 특수 아크릴판도 제작하고 나름 신경을 많이 쓴듯했다. 하지만 일정이 예상보다 미뤄졌고 어쩌다 보니 눈비에 한파라는 말도 안 되는 콜라보 속에 마포아트페어가 진행되었다.



소속감에 대한 소고를 담았는데 요즘 소속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서 더욱 감회가 새로운 작품.


* 여행(旅行)_oil on canvas_40.9x31.8_2023

주변에서 역마살이 낀 것 같다고 의심할 정도로 여행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 어디서도 소속감을 못 느끼는 내 모습이 조금 의문스러웠는데 그래서 여행지가 편했는지 모르겠다. 혼자 여행을 가면 우린 이방인이라는 이름을 얻어 어딘가 당연하게 소속되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홀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함에서 오는 소외에서 해방된다.

여전히 소속감을 느끼기 어렵지만 요즘 바뀐 소속감에 대한 소고를 풀자면, 사람은 모두 다르기에 그 누구도 완전한 소속감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 속으로 나를 내던지면 내가 선호하고 추구하는 것들을 찾을 기회와 함께 같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도 커진다. 그게 나의 아주 작은 일부일지라도 그런 경험들이 쌓여 나의 다양성을 만나 공유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소속감이나 동질감, 그 엇비슷한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올해를 마무리하며 키워드를 딱 하나만 고르자면 성장.


* 변화(變化)_oil on canvas_40.9x31.8_2023

성장이란 내가 커지려 애쓰는 게 아니라 타인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 타인이라는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수용하면서 나의 다양한 자아를 발견하고 마침내 나의 세계가 넓어진다. 사람은 타인에게 영향을 주고 때론 받기도 하면서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화를 포용할 때 나를 그리고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 

여전히 나만의 선이 깊지만 요즘은 정말 중요한 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조금 흐리게 만들려고 한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면 요즘은 나를 기꺼이 변하게 만드는 것을 알아가고 싶다.



다정해지고 싶고, 다정해질 품이 생기는 것 같은 요즘


* 다정해지는 법2 (多情)_oil on canvas_65.1x53.0_2023

사람에겐 부족함이 느껴질 때 그 부족함을 무엇으로 채우려는 욕구가 있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남의 주머니를 뒤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우리는 정이 부족할 때 교활하게도 남의 마음을 뒤진다. 하지만 나의 역량이 커져 어떠한 가치가 되면 재화는 자연스레 따라오듯이 내 마음이 풍요로워 타인에게 정을 베풀 수 있을 때 상대방도 나에게 마음 한 편을 내줄 수 있다. 정을 나눈다는 건 타인의 정을 갈취하여 나의 정서적 허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내면을 단단히 하여 어떠한 기대 없이 타인에게 정을 베풀 줄 아는 마음가짐이다. 

물론 나도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으며 어쩌면 영원히 못할지도 모른다. 또한 갖추었다 해도 이를 잃게 되는 순간이 다시금 찾아온다. 하지만 미완성의 노력은 순환고리가 되어 우리를 더욱 단단하고 빛나게 만들 것이다.



꽤 오래 상주할 예정이었지만 이 날씨에 야외에 있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지인이나 친구에게 말하기도 미안해서 인스타로 홍보만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은 못했다. 그럼에도 많은 지인들이 방문해 주셨고, 방문만으로도 감사한데 사랑스럽게 선물까지 챙겨주셨다. 천사표 쿠키는 독서모임의 다정한 지인들이 챙겨주셨고 느낌 있는 그림책은 독서모임을 통해 알게 된 귀여운 작가님께서 안겨주셨다.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소소하게 선물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자 행복이다.



마포아트페어, 홍대 레드로드R5_ 23.12.12~12.17


요즘 성인이 된 이후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존재에게 소속감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어딘가에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이 이렇게 따듯한 감정인 줄 몰랐습니다. 오만하게도 오랜 세월 강인해지기 위해 이러한 감정들을 나약함으로 여기며 멀리했지만 오히려 이제야 그토록 지향했던 단단함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덕분에 저의 부족함을 꾸짖기보다 그대로 비워두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백수 한의사의 작가생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