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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31. 2023

이혼위기에서 신혼으로 1

감사일기를 쓰면서 변화된 삶




"내게 여유를 주어서, 아이들이 커가는 걸 볼 수 있게 해 주어서 당신에게 참 많이 고마워"








올해는 나와 남편에게 큰 성장을 준 해인 것은 분명하다. 삶은 변하지 않았는데, 그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동이 변했다. 여태 살아본 적 없는 생각의 흐름을 갖게 된 것인데,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다르듯, 남편도 작년의 그와 올해의 그가 다르다.

그것이 서로의 눈에 보일 정도로, 아이들이 계단식으로 성장하듯, 우리 부부도 계단식으로 성장했다.




감사일기를 쓰게 된 건, 협의이혼신청서를 작성하고 난 후부터이다. 남편이 이직을 앞두던 때였는데, 우연히 유튜브에서 지나영 교수의 영상을 접하게 되었고, 아이들 육아에 관련한 것부터 보다가 스트레스 완화에 좋은 방법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감사일기였다.




그 당시에 나와 남편은,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내는 상황이었다. 나는 과거의 스트레스를 소화시키지 못해 마치 화산에서 용암이 흘러넘치듯, 나 자신까지 잡아먹힐 정도였고, 결국엔 몸이 감당하지 못하여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술이란 것도 해보았다. 남편은 대상포진에 이어 코로나를 연달아 두 번이나 걸렸었다.




스스로의 화에 집어삼켜질듯함을 느꼈을 때, 감사일기를 써보자 한건 사실, 내가 살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내가 나를 살린 것도 모자라 남편까지 살리게 되었고, 아이들에게 온화한 엄마까지 덤으로 오게 되었다. 내게 삶의 방향을 전환시켜 준 것은 감사일기가 반할 은 했다고 생각한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은, 남편에게 느끼는 감정이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도토리 키재기해도 될 만큼 스스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남편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감당하고, 나는 사치품 구입만 담당한다.

살다 보니 어쩌다 이런 패턴이 생기게 되었는데 나는 이 패턴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하고 나면 여자들이 남편에게 명품백 받는 것을 당연할 정도로 요구한다는데, 나는 오히려 결혼 전에 갖고 있던 것들을 팔아 남편 선물을 구입하는데 종종 사용하게 되었고, 내가 주고 싶은 것을 주는데도 남편은 내게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남편 전용 스타일리스트를 자처한다. 내 남편이 깔끔하고 트렌디하게, 그리고 나이에 맞는 세련된 중후함을 스타일링해서 밖에 내보내면 뿌듯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리고 내가 가정의 생활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에 먹여 살려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일을 해도, 일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의 벌이로는 나의 사치만 채우면 되었던 마치 시집가기 전 생활처럼, 결혼하고 나서도 동일한 생활패턴을 이어갈 수 있었다. 전반적인 생활을 남편이 책임지고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만약 남편 혼자서 버는 돈이 우리 집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나는 사치는커녕 내가 벌었던 모든 돈은 생활비로 들어갔어야 했을 것이고, 아이들이 커가는 이 예쁜 모습을 눈에 담지 못했을 것이고, 아이들 앞에서도 늘 여유 없는 모습의 엄마만 보여주었을 것이기에 나의 결혼생활의 만족도는 0%에 수렴했을 것이다.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이 부분이었다.




나는 일을 프리하게 할 수 있는 데에 비해서 남편은 고정적인 생활비를 감당해내야 하기에 아이들이 커나가는 예쁜 모습을 눈에 담을 새도 없이 주말에만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주말부부는 아니지만 남편은 새벽에 나갔다가 밤 10시가 넘어야 들어온다) 나는 여유 있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이 모든 것이 남편 덕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여유도, 무엇이든 배우고 싶은게 있으면 배울 여유도,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도, 남편을 챙겨줄 수 있는 여유도 모두 남편이 내게 제공해 준 것이라는 걸 알게 되자,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일었다.




분명 과거의 나는, 집에 와서 잠만 자고 나가는 남편에게 집을 숙박업소로 쓰는 거냐며 볼맨소리를 했었는데 지금은 같은 생활패턴을 하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워서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생각은 정말 한 끗 차이였다.

나를 천국에 데려다주기도, 지옥에 데려다주기도 한 것은 나의 생각이었다.




나의 생각이 변하고 나니, 남편이 정말 눈에 띄게 변화했다. 수다쟁이 아들처럼 변하여 나에게 온갖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공감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면, 어쩌면 이 관계의 키는 남편이 아닌 내가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선 좋은 아내가 먼저 되어야 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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