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dust Aug 03. 2023

내 남편은 김정일

아내는 이혼이 쉬운 사람 1




남편은 통상 이해가 되는 범위 안에서의 이기심이 아닌, 이해불가능한 이기심을 갖고있던 사람이었다.




남편은 저녁밥을 먹을때 꼭 TV를 켜놓고 먹는 버릇이 있다. 나는 TV를 보며 밥을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습관 마저도 결혼한지 얼마 안되었을때엔 많이 불편했었다.


그런데 밥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밥을 다 먹고 나서 그릇은 식탁위에 그대로 올려놓은 상태로 몸만 쇼파로 옮겨서 마저 봐야하는 것인데, 남편은 내가 그 그릇들을 치우는 꼴을 볼 수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거 내일 치워도 되잖아, 같이 와서 영화보자"


"오빠 봐, 나는 이거 치우고 갈게"


"아니 나중에 치우라고!"



영화를 보다가 끊기면 기분이 좋지 않은건 알겠지만, 나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식사라는게 영화 러닝타임만큼 오래 먹을것도 아니고, 밥을 다 먹고 봐도 되는것을 굳이 밥상차려놓으니 영화를 틀고서는 다 먹고 난 그릇을 본인이 치울것도 아니면서 설겆이도 못하게 잡아두고 같이 영화를 보자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편은 항상 그런식이였다.

본인의 스케쥴에 내가 모든 것을 맞춰야만 하는, 그런데 그것이 이기심이라는걸 인지조차 못하는 사람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혼자 살때 버릇을 아이 둘을 낳은 집에서 여전히 고수하는 것이 이기심인지 인지를 못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시간이 10시야. 영화 다 보고 나면 나도 그 시간에 설겆이 하기 힘들어. 지금 치우고 쉬는게 나아"


"놔두고 내일 하면 되잖아"


"아침에 애들이 식탁위에 올라가서 그릇 바닥으로 내려서 깨지면, 애들 다칠건 생각안해? 그리고 음식물 묻은채로 놔두면 그대로 굳어서 설겆이하기 더 힘들어. 오빠가 할것도 아니면서 왜 나까지 못하게해? 오빠는 그냥 영화보면 되잖아. 나는 안봐도 되는데 왜 같이 봐야한다고 성질을 부리고 있어"



남편은 씩씩거렸다.

결혼해서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돌 되기 전까지 우리집의 저녁 식사시간은 늘 이랬다.

남편이 늦게 들어오기에 나는 아이들을 혼자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나면 9시였고, 저녁을 9시넘어 차리고 나면 밤10시에 먹게되었다.

본인이 먹을것도 내가 만들고, 설겆이도 내가 할 것인데 뭐 하나 함께하는 준비하는 것은 없으면서 영화는 같이봐야한다고 설겆이 하는 시간 마저도 자기가 정해주어야하는,  함께하지 않는 아내에게 성질이나 부리는,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타입의 사람이었다.




이 문제 가지고도 3년을 넘게 싸웠다.

대체적으로 나의 결혼생활은 굳이 싸울 필요가 없는, 당연하게 서로를 배려하면 생기지 않을 문제를 가지고 태생이 이기심으로 똘똘뭉친 사람과 사느라 모든 부분이 마찰이었고, 분쟁이 싫어 원만하게 해결하는 법만 배워온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였다.


'싸우고 소리를 지르고 이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려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밥먹고 설겆이하는 문제가지고 이혼을 입에 올려야만 고쳐질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적어도 그 몇에 나는 없었다.




대체적으로 모든 부분이 그랬다.

꼭 소리를 크게 지르고 화를 내야만 그 못된 이기심을 나에게 적용하는 것을 멈출 수 있었다.

나는 싫은소리 못하고 좋은게 좋은거라고 왠만하면 넘어가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성향인지라 남편의 이 싸움을 싸움으로만 끝내는, 그리고 소리를 질러야만 상대방이 불편한 것을 알아차리는 이 패턴은 견디지 못할정도로 힘이 들었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 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컸었다.





좋게 말해서는 전혀 듣지를 않고, '이혼'이라는 단어를 꼭 입에 올려야만 문제점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기에 남편에게 나는 이혼이 쉬운 사람이 되었고, 나에게 남편은 도무지 좋게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는, 나를 늘 지치게만 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이 문제도, 끝끝내 싸우고 싸우고 싸워서, 이혼이란 단어를 입에 다섯번 즈음 올리고 나서야 고쳐졌다.


이제는 밥을 차려주면 먹고 식탁에서 싱크대로 옮겨놓는 것까진 하고, 영화를 같이 봐야한다고 어거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본인도 별일없이 잘 살고 싶으면서 왜 대화로 풀 수 있는 일을 소리지르고 싸워야만 같이살아질 정도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그래놓고 항상 남편은 내게

"너는 이혼이 쉬워, 키우는 개도 이렇게는 안버려!"라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혼위기에서 신혼으로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