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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나 Apr 16. 2024

초고는 쓰레기여도 무조건 킵!

지난 1월에 다리를 다쳐 아무것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을 때 너무 답답했어요.

일이 힘들어 늦잠 자고 싶고,

쉬고 싶을 때마다

늘 침대와 한 몸이 되는 상상으로 버텨왔어요. 그런데 막상 다리수술과 함께

강제적으로 침대와 붙어있고 나니

이제 좀 떨어질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이럴 때 푹 쉬는 거라는데

푹 쉬는 것도 지겨웠습니다.

겨울이라 따뜻한 나라로 여행도 가고

온천여행도 가는 친구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책 속으로 빠지는 것이었죠.

책 속의 세상에서 허우적대다

드디어

수영하는 방법을 깨달았어요!

바로 제가 직접 글을 쓰는 것이었죠.

1월에는 병원생활에 관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어요.

나의 생생한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 또한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월에는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어떤 글을 써볼까 하는 제게

신랑이 툭 던진, 우리 집 강아지 이야기 써봐

라는 한마디로

강아지 이야기를 나갔어요.

처음 써보는 동화는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제 평생 과업을 동화작가로 살아가야겠다 결정할 만큼요.

그 뒤로 크리스마스 이야기,

외계인이야기,

꿈이야기 등 여러 동화를 쓰고 있어요.

동화를 쓴 지 몇 달 안 되어

다시 처음 쓴 강아지 이야기를 읽어보니

매운맛이 하나도 없는 슴슴한 김치 같았어요.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 초고가 있기에

다시 처음부터 시작은 아닌 거죠.


작가님들이 일단 무조건 쓰라고 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초고는 쓰레기다 하고 일단 쓰는 거예요.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그 이후로 퇴고에 퇴고를 거쳐

초고가 거의 사라질 때쯤 제 작품이 완성되는 거니까요.


저는 지금 초고가 4편이나 생겨났어요.

4번째 이야기는 한참 쓰는 중이지 만요.

전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지만,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고민스럽지만,

제게 있어 초고는 시작이라는 대단한 의미를 만들어주었어요.

이 작품이 잘 변화해서

제가 쓴 동화가 세상에 펼쳐보일 그때가

기대가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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