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로 출근하는 일이 정말 좋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하루가 늘 즐겁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일이 참 행복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근을 합니다.
그렇게 학교 출근하는 일이 즐겁더니 갑자기 권태라는 녀석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저 쉬고 싶었습니다.
마침 제 딸인 라라가 1학년이 되어 학교 생활을 적응하도록 도와준다는 핑계 삼아 휴직을 하였습니다. 또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아 그 여유를 평온하게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휴직을 결정하였습니다.
마음이 묵직하니 무거우면서도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을 알까요?
저는 1월이 되어 겨울방학이 시작함과 동시에 백수처럼 놀 수 있었습니다. 남편 혼자 월급으로 4명이 먹고살고, 마당 있는 집의 주택담보대출까지 갚아야 했지만 지금은 그저 행복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과 늦잠을 자고, 동네를 산책하고, 학교 놀이터에도 놀러 갔습니다. 1학년에 입학할 때는 입학식에도 참여하고, 반 엄마들 모임에도 참여하고, 매일 아침 학교에 데려다주며 아이와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일들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학교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아이가 하교할 때 마중 나갔습니다. 아이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맛있는 간식도 만들어주고 까르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마당을 바라보며 차 한잔에도 마음의 여유가 가득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갔을 땐 실컷 책 속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운동도 배웠습니다. 아이친구들 엄마들과 브런치도 먹으며 수다도 실컷 떨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출근을 했다면 누릴 수 없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렇게 3-4달을 놀고 나니 문득 불안해졌습니다. 뭔가 사회의 의미 있는 사람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 내 할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불안감이 스쳤습니다. 물론 통장도 자꾸 비어져갔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해 보니 충분히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며 나의 영양분을 차곡차곡 쌓으며 잘 살고 있었는데 그때는 알지 못했나 봅니다. 그때도 글을 썼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후회가 이제야 밀려옵니다.
그렇게 행복했던 휴직생활은 1학기로 끝이 나고 9월 1일부터 복직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복직을 결정하고 보니 작년에 출근하고 있는 학교에는 자리가 없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 했습니다. 전근 간 김에 이사한 집과 가까운 곳으로 오고 싶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애매한 9월에는 남는 자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제가 들어가게 된 자리는 담임선생님께서 너무 힘든 나머지 1학기를 마친 뒤 포기하고 떠난 6학년 담임교사 자리였습니다. 처음 가보는 새로운 학교에, 6학년에, 게다가 담임선생님이 힘들어 포기한 자리... 복직을 괜히 했나 싶은 생각이 절로 나왔습니다.
기 센 6학년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을 쫓아냈다고 의기양양해있을까, 누가 새로운 담임선생님으로 오나 두고 보자 하며 신경을 곤두서고 있을까, 반년을 쉬었다 다시 복직한 내가 아이들과 다시 합을 맞출 수 있을까
이런저런 걱정으로 9월 1일은 성큼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