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험범위를 모른 채 시험장으로 향하는 기분이랄까

by 은빛나

9월 1일 복직 전에 미리 학교로 찾아갔습니다. 여름방학이던 학교는 몇몇 방과 후를 찾아온 아이들 외에 한가했습니다. 새롭게 출근하게 된 학교도 살펴보고 교실도 둘러보고 교장, 교감선생님께 인사도 드렸습니다.


사실 오늘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6학년 학급 상황이었습니다. 과연 1학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담임선생님께서 그만두셨는지, 아이들이 무슨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 수 있을까 기대했습니다.

처음으로 뵙게 된 교감선생님께서는 여자분이셨는데 그저 엄마처럼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이셨습니다.

"젊으신 선생님께서 오셔서 다행입니다. 선생님을 보니 이제 안심이 되네요. 9월 1일부터 6학년 7반으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혹시 제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지 물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출근하면 아이들과 직접 만나보라고만 말씀하실 뿐이었습니다. 아무런 단서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제 머릿속은 걱정과 두려움 반, 그리고 설렘 반이었습니다.



보통 3월에 새로 만나 새 선생님, 새 친구들과 함께 적응해 나가며 1년을 지내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을 배워 1년을 함께합니다. 하지만 제가 맡게 될 학급은 이미 친구들끼리 합을 맞추며 그 사이에서 아이들끼리의 권력다툼과 포지션이 이미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그 한가운데 선생님인 제가 오히려 이방인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시험을 봐야 하는지 모르는 채 시험장으로 가는 기분이랄까요. 모든 과목을 대략적으로 공부했지만 기출문제를 풀어보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랄까요.


어쩌면 시험 속 문제들이 어려운 문제들로만 가득하면 어떨까 두려운 마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시험 속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설레는 마음일 수도 있겠습니다.



9월 1일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의 출근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옷을 입을까, 화장을 어떻게 할까, 몇 번이고 고민하였습니다. 첫날 수업자료는 잘 챙겼는지 호주머니 역시 몇 번이고 확인하였습니다. 다행인지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개학 전에 꾼다는 악몽은 꾸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들의 가장 큰 절망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시에 전혀 따르지 않는 무기력을 느낄 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몇몇 선생님들은 개학 전에 학교 꿈을 꾸기도 합니다. 제가 꼭 그렇습니다. 대부분 꿈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 손을 잡고 등교시키는 엄마가 아닌, 오랜만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들어섰습니다. 대신 1학기 내내 엄마와 함께했던 라라와 루루는 둘이서 손을 잡고 씩씩하게 학교에 갔습니다.

6학년 7반 교실은 4층입니다. 4층까지 걸어 올라갔습니다. 조금 숨이 찼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등교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복도에 없습니다. 잠긴 교실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찬찬히 교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도 구경하고, 교실 환경도 살펴보고, 교탁과 책상배치도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이 오기 전 수업준비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습니다. 저번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컴퓨터에 로그인하였습니다. 조금 있으니 하나둘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어색한 눈 맞춤과 호기심 넘치는 눈빛이 컴퓨터를 하는 저에게 쏟아졌습니다.


그때 앞문이 열리며 선생님 한분이 들어오셔서는 교무실로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함께 간 그곳에 몇 분 선생님께서 모여 계셨습니다. 다들 얼굴이 심각해 보였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다가오시며 제 어깨를 두드리고는 힘드시겠다며 힘내라는 말을 전하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함께 교실로 동행했던 교무부장 선생님께서 무겁게 한마디 하셨습니다.

"교실에 가면... 절대 웃지 마세요!"

그러고는 선생님들의 온갖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1학기 동안 6학년 7반 아이들이 저지른 실태를 듣고 나니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가슴에 턱, 올라앉았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