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내내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고,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교실에 들어오는 모든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끊임없이 불화를 만들어 낸 6학년 7반 아이들과 만났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두 손 두 발 들고 휴직을 내버린 자리였습니다. 교실에 있는 아이들끼리도 남녀 간 불화가 심각해 늘 서로를 차별한다 생각하며 서로를 미워하고 욕하고 싸우기 바쁜 아이들이었습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그 싸움 속에 머물 자리를 찾지 못하고 쉬는 시간이면 자리를 피해 교실 밖 복도와 계단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이면 다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늘 북적이는 화장실에서 땡땡이를 치고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학급 내에서는 학교폭력이 벌어져도 그 누구 하나 손내밀 도움을 주는 아이들이 없어 3번째 학교폭력심의를 거치는 중이었습니다.
배움은커녕 정글의 교실이라고 할만하였습니다. 선생님이나 어른의 권위가 바닥을 치고 교육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초등학교는 기초, 기본, 보통교육이 주요 목표입니다. 그중에서 학교 교육과정, 학년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과정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교사에 다른 학급 교육과정에 따라 재량껏 교육할 수 있습니다.
제가 초임교사 때는 학습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숙제를 많이 내주고, 수업시간에 많은 양의 내용을 가르쳐주고자 노력하며 모든 과목의 단원평가를 통한 성적향상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3년 차 이후에는 재미있는 수업에 초점을 맞추며 교육연극을 수업에 도입하고, 각종 토론 수업과 협동학습 등 아이들이 직접 몸으로 움직이고 학습할 수 있는 수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0년 차 이후에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바른 인성으로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고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성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몇 년쯤 뒤에는 아들러심리학과 자율성에 관련한 교육서적을 출간하였습니다.
현재는 자율성 및 다양한 마음씨앗을 가꾸고 실천할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젝트를 실천하며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습니다.
선생님 마음대로 올해도 역시 저의 학급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는 인성교육과 독서입니다.
저는 이 정글 같은 곳의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먼저 가르쳐 무너진 교실을 일으켜 세워야겠다 생각하였습니다. 누구나 따뜻한 교실 속에서 위로받고 안전하다 느낄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1학기에 담임을 맡았던 선생님께서 이미 미덕교육을 실천했다가 미덕 이야기만 나오면 비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상대해야 했다면서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절대 웃지 말고 무섭게 아이들을 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며 무서움으로 행동을 누르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자발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발적인 동기에 의한 행동은 남들이 시키는 일보다 훨씬 빠른 변화를 이끌어오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신 있었습니다. 미덕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놀리기 바쁘고, 어떤 미덕이 있는 줄도 모르며, 오히려 미덕을 실천하고 아이들이 비웃음을 당하는 교실에서 전혀 다른 교실 분위기를 이끌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담임교사가 바뀌고 새롭게 아이들과 만나는 9월 1일, 첫날, 첫 시간, 제 소개를 하며 바른 마음에 관한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이미 교실에서 기대도 마음도 떠나버린 아이들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계속 문을 두드려 보려 합니다.
저의 첫 시작은 선생님 힘들다는 감정적인 호소도 아닌, 말 좀 잘 들어라는 훈계도 아닌,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로의 접근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수많은 행동의 선택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그 선택은 누가 하는 걸까요? 사실 내 의지대로 의식이 선택하는 것 같지만 그 마음속에는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아이가 숨어있어요.
여기 빙산을 보세요. 아주 거대하죠? 이 바다 위로 떠있는 빙산이 여러분의 의식이에요. 잘 보세요. 아래쪽으로는 겉으로 보이는 빙산보다 더 큰 빙산이 잠겨있어요. 바다 밑에 가라앉아있는 빙산이 여러분의 무의식이에요. 의식이 아무리 크고 거대해도 여러분의 무의식은 그보다 훨씬 크고 그 깊이를 알 수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는 대략 200여 개의 선택을 한다고 해요. 그 모든 선택은 이 알 수 없는 무의식에서 자동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 무의식을 어떻게 채워주어야 할까요? 여러분의 무의식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요?
빙산사진 이후 무의식을 거인으로 형상화한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무의식은 내 평생을 따라다니며 내 인생의 모든 선택에 관여할 것이며,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무의식이 전부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함께 해 나갔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까맣게 부정적으로 변해버린 무의식을 다시 하얗게 변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앞으로 선생님만 따라오면 된다고 기대감도 심어주었습니다.
어쩌면 오늘 아이들은 마음의 문틈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밀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