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깔깔대며 비웃는 교실에서 꿋꿋이

by 은빛나

모든 게 엉망이 된 교실에 인성교육이 시급했습니다. 인성이 바로서야 규칙도 규율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습니다.


1학기 담임선생님과 함께 배운 후 놀림거리만 되었다는 미덕을, 새로운 2학기 담임교사로서 정면으로 부딪쳐 보았습니다.


"1학기에 미덕교육했다면서 어땠어?"


미덕이야기가 나오자 아이들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 찼습니다.

"설마 선생님도 미덕 교육할 거 아니죠?"

그 말이 뭐가 우스운지 아이들은 깔깔대고 웃으며 웃긴 표정을 지어 보였습니다.


"야, 선생님 말씀하시는데, 친절하게 잘 들어야지, 우리 미덕의 아이들이잖아?" (비꼬는 말투)

"너나 친절 같은 거 잘 지키고 이야기하던가!" (이미 화가 난 말투)

"우린 할 수 있어!"(웃긴 말투)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실천하기 싫은 미덕을, 더 쓰기 싫은 필사(따라 쓰기)까지 하며 선생님이 강요하는 것이 싫다고 했습니다.


"그럼 64개는 너무 많으니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꼭 필요한 20개만 고르고 필사 같은 건 절대 시키지 않을게, 한번 해볼래? 이걸 제대로 배우면 무의식을 변화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을 찾을 수 있거든!"


깔깔대며 비웃으며 야유를 보내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꿋꿋하게 제가 기획한 마음씨앗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씨를 마음에 품고 있어. 그것이 착한 마음씨든, 나쁜 마음씨든 말이야.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고운 마음씨를 가꾸고 노력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어. 여러분 마음에도 마음씨가 있단다. 바른 마음으로 성장하기 위해 그 마음씨를 심어 잘 가꾸어야 해. 여기 선생님이 마음씨앗 20개를 알려줄게. 여러분에게 꼭 필요한 것으로만 골라본 거야. 혹시 이 중에서 알고 있는 마음씨앗이 있나? 이미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씨앗들이 있나 살펴볼래?

지금 6학년 7반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마음씨앗을 골라 20개를 알려주었습니다. 시큰둥하니 관심 없어 보이던 아이들도 어떤 마음씨앗이 있나 살펴보긴 하였습니다.


감사 경청 공감 공정 긍정 기지 도움 열정 용기 용서 우정 유머 유연성 자율 정직 존중 책임감 친절 평온함 협동

(아이들에게 배부한 마음씨앗 학습지에는 마음씨앗의 이름과 함께 그 뜻이 적혀있고, 1년 동안 자주 볼 수 있게 컬러인쇄 및 코팅까지 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알고 있는 마음씨앗이 몇 개나 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쓸데없는 승부욕이 발동한 몇몇은 다 아는 거라며 큰소리를 치기도 하였습니다. 또 몇몇은 처음 보는 마음씨앗이라며 신기해하다가 1학기에 배운 미덕과 비슷한 것을 보고 그렇게 필사를 하면서도 미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20개밖에 안되지만 한 번에 다 설명하려고 하면 아이들은 지치기 마련입니다.


오늘 꼭 소개할 3가지만 선정하였습니다.


"이 중에서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마음씨앗이 있어, 물론 마음씨앗이면 다 좋아하지만, 특히 이 3가지는 받으면 기분이 좋고, 여러분이 꼭 선생님에게 해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과연 무엇일까?"


별거 아니지만 맞추면 또 호들갑을 떨며 좋아합니다. 이럴 땐 역시 아이 같습니다.


선생님이 제일 받고 싶은 마음씨앗은
감사, 긍정, 존중이야!


[감사]


오늘 하루 수업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습지 인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사소한 거지만 선생님의 호의에 감사인사를 보내면 선생님도 기분 좋고, 너희들도 기분이 좋아질 거야.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거든. 이 마음씨앗 학습지 하나만 봐도 선생님이 직접 만들고 편집하고, 컬러인쇄를 하고, 그것도 20장이나, 그리고 전부 코팅까지 하며 준비한 거잖아. 받는 사람은 한 개지만 선생님은 그거 한 장에 몇 시간을 투자한 거야. 너희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한마디 해주면 선생님은 그 몇 시간 노력이 뿌듯해지면서 다음에 더 잘하고 싶어져.

누군가는 애들한테 그런 것을 생색낸다며 못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선생님의 노력을 안다면 작은 학습지 하나 함부로 다루지 않습니다. 말 안 하면 아이들은 모릅니다. 생색을 낼수록 아이들은 우리 선생님 우리를 가르치느라 고생하시는구나, 하며 더 잘해주고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긍정]

무의식이 가장 쉽게 움직이는 건 너네들이 부정적일 때야. 부정적인 것은 까맣게 물들기도 쉽고 따라 하기도 쉽지. 반대로 긍정은 따라 하기도 어렵고 쉽게 얻을 수 없는 마음씨앗이야. 그래서 부정은 멀리하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해. 혹시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차라리 혼자 부정을 따라가. 한마디라도 표현하면 옆에 있는 우리들까지 금방 물들어버리잖아. 우리는 이제부터 무의식을 하얗게 만들기로 도전 중이잖아. 긍정적인 생각이 들면 일부러 크게 말해봐. 주변에 있는 우리들도 하얗게 물들게 말이야.

학급을 맡고 모든 것이 선생님의 지도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보통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 내의 집단 역동입니다. 선생님보다 친구들의 인정이 더 중요한 시기니까요. 그래서 분위기 자체를 긍정적으로 만들어두면 좋습니다.

"에이, 그런 거 하기 싫어요.", "그런 거 왜 하는 거예요?", "재미없어!" 등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면 다들 놀래서 쳐다볼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두면 그다음은 훨씬 쉽습니다. 점차 부정적인 친구 때문에 나까지 부정에 물들까 염려하는 아이들이 생기게 됩니다. 조용히 친구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런 말은 너 속으로 혼자 해!'


대신하기 싫은 수업 활동이라도 누군가 "와, 재밌겠다!"라고 이야기하면 싫더라도 군말 없이 따라오게 되고 하다 보면 재미를 찾기도 합니다. 특히 목소리가 큰 친구들에게 미리 살짝 부탁해 두면 억지로라도 "와,, 하하,,, 재,, 재미있겠다"라고 하면서 모두가 웃는 얼굴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작의 판이 깔리게 됩니다.


[존중]

이 중에서 선생님이 1번으로 좋아하는 것은 바로 존중이야. 선생님에게 존중을 주면 너희들에게도 존중을 줄게. 존중의 의미를 함께 읽어보자.
[누군가를 귀하게 여겨 예의를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것]
혹시 선생님을 어떻게 귀하게 여겨 줄 수 있는지 알아?

존중은 실천하기 어려우면서 사실 알고 보면 가장 쉬운 마음씨앗입니다.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구체적인 예시로 알려줍니다.


아침에 선생님을 만나면 인사하기

쉬는 시간이나 오후에도 복도 등에서 지나가다 만나면 또 인사하기

선생님은 수업을 하는 사람이니, 수업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기-> 수업시간에 미리 책을 펴고 수업준비하기

서운하고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뒷담화 하지 말고 직접 와서 이야기하기(우리는 앞담화라고 부릅니다)


6학년은 어느 정도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하고 (가끔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문제아, 꼴통이라고 바라볼 어른들이 아닌, 자신들의 상황을 공감해 주고, 존중해 주며 공정하게 판단해 줄 선생님이 필요했습니다. 선생님이 먼저 존중을 주겠다 약속하고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의 존중도 부탁했더니 거래가 성사되며 저는 학교의 나쁜(?) 어른들 편이 아닌 아이들 편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프로젝트 첫 시작이 좋습니다.

적어도 비웃거나 농담하는 아이들이 조용히 입을 닫았으니까요.(긍정)

집에 가면서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건네었으니까요.(감사)

이제 내일 아침부터는 모두들 선생님께 인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할 테니까요.(존중)


내일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