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오래 산다고 합니다. 교사들끼리 우리는 아주 오래 살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오늘도 그 말을 가슴속에 되새기며 안정을 찾아보지만 어찌 된 게 욕은 적응이 안 될까요? 특히 어린이들에게 듣는 욕은 마음의 일렁임을 잠재우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 반에는 1학기 동안 학교폭력심의가 3번이나 열렸습니다. 3번 모두 한 아이가 중심에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학부모님들조차 그 아이에게 사과받고 싶어 법적인 절차를 가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이 아이를 모두 감싸주었거든요. 소위 말하는 6학년의 짱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아이들은 이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며 옹호하기 바빴습니다. (친구가 뭐라고 어떻게 그렇게까지 해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 아이는 우정의 마음씨앗을 잘 실천하고 있는 걸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학교폭력 심의에서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되곤 하였습니다.
제가 2학기에 새롭게 담임을 맡은 후 이 아이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갈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수업 내용엔 거의 관심이 없고 교과학습도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수업이 끝났다며 무조건 밖으로 달려 나가는 아이입니다.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 정면으로 부딪히는 일은 없습니다. 대놓고 장난치거나 친구를 놀리는 일은 없습니다. 뒤에서 뒷담화하거나 조용히 불러서 해결합니다.
선생님에 대한 불만도 최소한 친구를 통해 표현하게 하거나 아무도 몰래 교탁에 쪽지를 붙이고 도망갑니다. 쪽지에는 체육시간을 제대로 해달라, 선생님 먼저 쉬는 시간을 지켜야 나도 수업시간을 지키겠다, 등의 협박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로부터 이 아이가 붙이고 가는 것을 보았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하루는 이 아이가 다른 반 친구와 다툼이 생겼습니다. 제가 복도에서 싸우고 있는 두 아이를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이라면 선생님이 중재하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조금 참거나 기다릴 줄 압니다. 하지만 이 두 아이는 선생님이 있든 없는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하고 있는 선생님은 투명인간이 되고 자기들끼리 실내화를 던지고 침을 뱉고 서로가 잘못했다며 욕하며 싸우기 바빴습니다. 도저히 중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중재해 봤자 소용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일단은 둘 사이를 떨어뜨려놓고 각 반에서 잘 생각해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교 내에서는 다른 반에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눈 채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우리 반 아이에게 다른 반 그 아이가 또 다가왔습니다. 또 싸우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 저는 그 아이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선생님을 무시한 채 이야기를 나누던 그 아이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보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을 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우리 반 아이에게 먹은 욕이 아니니 다행인 걸까요?
혹시.. 설마... 저에게 한 욕이 아닌 걸까요?
...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지 중재에 나서야 하는 건지 교사라는 짐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6교시 체육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운이 없는 채로 강당에서 아이들과 체육시간을 시작했습니다. 체조가 끝난 뒤 오늘 활동을 설명하려고 하였습니다.
"자, 모둠별로 서보세요!"
이 별거 아닌 이야기가 언제 별거 있는 이야기로 변신했나 봅니다. 한 여자 아이가 욕설과 함께 뒤돌아섭니다. 주변엔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선생님만 그렇게 황당해하며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담임교사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기본을 가르치는 것,
존중을 가르치는 것,
가야 할 길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