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스무 번의 데이트

by 은빛나

6학년 1학기를 마친 뒤 휴직을 낸 선생님을 대신해 6학년 7반의 새로운 담임교사를 맡아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모든 쉬는 시간과 오후 시간을 비워두었습니다. 아이들과 일대일로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아무리 힘든 학급의 아이들도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모두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다행히 학생수가 20여 명밖에 되지 않아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았습니다. (작년에는 한 반 학생수가 27명이나 되었었거든요.)

아이들에게 선생님과의 데이트를 청했습니다. 아침시간이나 중간놀이시간(20분 쉬는 시간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또는 하교 후 시간 중에 편한 시간을 골라 미리 신청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제일 먼저 하고 싶다는 아이, 아무 때나 상관없다는 아이, 하고 싶지만 말 못 하는 아이, 최대한 늦게 하고 싶다는 아이 그리고 아예 안 하면 안 되냐고 묻는 아이 등 다양한 반응이 쏟아집니다. 아이들의 원하는 시간에 맞춰 스케줄을 짜도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루에 많으면 4명까지 만남이 가능하지만 아침시간에는 늦잠을 자느라 못 오는 아이들이 많고, 중간놀이시간이나 점심시간에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고, 하교 후에는 학원을 가는 아이들이 많아 일대일 만남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스케줄을 짜고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1학기에 본인은 어떤 아이였나요?

2학기에는 어떤 사람으로 지내고 싶은가요?

마음씨앗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요?

어떤 점이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게 만드나요?

그동안 6학년 7반에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요?

어떤 학원을 다니고 6학년 공부 중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선생님께 건의하고 싶은 점은 무엇이 있나요?


전반적인 학급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아이들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이해하며 개인의 친구관계와 학습상태를 파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마지막 부탁을 하고 데이트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선생님께 학급 전체에게 한 부탁이 아니라 나에게만 한 부탁을 들은 아이들은 쉽게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완전히 바뀌어 새사람이 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어느 정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학급 분위기 자체를 부정에서 긍정의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으므로 아이들이 1%의 변화 의지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입니다.


아이들에게 하는 부탁의 내용은 아이들에 따라 조금씩 달랐습니다.


학급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목소리가 큰 아이들의 경우, 그 리더십을 크게 칭찬하며 앞으로도 아이들을 멋지게 이끌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큰 목소리를 이용해 "재밌겠다!" 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누군가 함부로 말할 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고 자제해 주는 역할을 부탁할 수 있습니다.


그다지 남의 일에 끼어들지도 않고 자기 일만 하는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하는 모습을 칭찬하며 그 멋진 모습을 우리 반 전체에 전파시켜 달라고 부탁합니다. 내 할 일을 하며 적어도 내 앞, 뒤, 옆 친구들도 자기 할 일을 할 수 있게 알려주거나 도와주는 역할을 맡깁니다.


원래 조용한 친구들의 경우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선생님께 함부로 하는 아이들,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교실, 늘 고성이 오가는 안전하지 않은 그곳에서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까요. 이제 선생님이 더 따뜻한 교실을 만들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잘 따라와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장난이 심한 아이들의 경우, 행동을 고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타고난 성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대신 때와 장소를 가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유머는 혼자만 재미있을 때가 아닌 함께 있는 모두가 재미있을 때 발휘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장난을 잘 받아주나 받아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장난 가능한 수준과 아닌 것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스무 번의 데이트를 마치고 나자 든든한 아군이 스무 명 생긴 것 같습니다.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선생님께 욕을 하던 아이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천진난만한 6학년 아이들만 남아있습니다.

군중 속에 숨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군중 속에 군림하며 살아왔던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말해도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는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특히 나에게만 특별한 부탁을 하고 나를 특별하게 봐주는,

존중을 부탁하고 나에게 존중을 주는 선생님에게는

자신의 선한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마음씨앗 프로젝트와 더불어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자율 의지와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은

강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