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대장을 선생님 편으로 만들기 위한 미션이 시작되었습니다. (구체적인 대장의 이야기는 앞의 글 #8을 보고 오세요!)
1. 대장은 자기가 엄청 똑똑하다고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보다 한 수 아래임을 깨닫게 해 줍니다.
수학시간, 학교에서는 원리와 개념에 대한 이해를 가르칩니다. 수없이 학원을 다니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계산 능력만 익힌 아이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문제를 왜 그렇게 푸는 것인지 이 기본을 알지 못하면 응용과 심화 문제도 접근이 어려워집니다.
6학년 2학기 수학시간은 분수의 나눗셈으로 시작됩니다. 3학년부터 배워온 분수를 누구나 잘 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색종이 같은 구체적인 조작물을 활용해 분수를 설명해 보라고 하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아는 사람?
슬며시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뽐내봅니다.
2. 대장은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잘난 것을 세워주는 것도 좋습니다. 잘하는 것은 잘한다 하며 칭찬도 해줍니다. 칭찬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주면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몇번 칭찬을 받으면 더 칭찬받고 싶어 칭찬할만한 일을 찾는 게 일반적인 도덕성을 지닌 아이들입니다. 대장도 결국 6학년 아이입니다.
3. 대장은 수업시간을 장악합니다.
6학년 아이들도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면 처음에는 에이~ 저 책 읽을 수 있어요, 하면서도 재미있게 듣습니다. 대장이야기와 비슷한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이 책에는 이런 아이가 있는데 우리 반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객관화를 시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조목조목 이야기해 봅니다. 어차피 수업시간을 장악하는 대장과 선생님 두 사람의 토론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들러리처럼 가만히 듣고 있지만 속으로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장은 전체 앞에서 주인공의 잘못된 점을 짚으며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견을 내어봅니다. 잘못된 점을 잘 찾아 이야기해 준 대장을 칭찬하며 수업이 끝났습니다. 우리 반에서는 모두가 의견을 내고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멋진 교훈도 남았습니다. 변화의 모습을 보인건 그 바로 다음 수업시간부터였습니다. "오늘은 00 수업해 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모두들 대장의 입만 바라봅니다.그러자 바로 대장이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칩니다.
"야~ 왜 다들 나만 쳐다봐, 하하"
4. 대장은 자기편을 잘 챙깁니다.
대장과 개인적인 상담을 진행합니다.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대장에 대해 더 알아봅니다. 잘하는 점을 칭찬하며 앞으로 우리 반을 긍정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네 도움이 필요하다는 선생님의 부탁까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80% 정도는 넘어오고 있습니다.
5. 대장은 지금까지 져본 적이 없습니다.
승부욕이 대단한 대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무조건 1등을 해야 했습니다. 쓸데없는 고집은 꺾어줍니다. 교실에서 글짓기 잘하는 아이를 뽑아 교내대회에 출전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장은 1등을 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준비해 왔으나 더 잘한 아이에게 그 기회가 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큰소리로 자기가 1등이라며 농담처럼 말하더니 결국 뽑히지 않자 이유가 무엇이냐며 항의를 합니다. 대장이 쓴 글에서 무엇이 문제이고 왜 핵심을 벗어났는지 몇 가지 짚어가며 알려주었습니다. 그 뒤로는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계속 궁시렁거리면서 말도 안 된다는 식으로 계속적인 압박을 넣었습니다. 뽑힌 아이도, 선생님도, 반 아이들도 불편하게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선생님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번에 잘해보라 해도 소용이 없고 무시해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선생님의 목소리가 낮아집니다.
"이제 되었어, 그만해. 결과에 인정해. 네가 계속 그러면 다들 불편하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나쁜 거야."
대장의 목소리는 높아집니다.
"내가 생각하기엔 내가 제일 잘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고요!"
또 선생님께 대드는 1학기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 듯했습니다. 교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한 듯싶었습니다. 또다시 1학기처럼 돌아가긴 싫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번엔 절대 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수업시간에 방해가 되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학급 아이들의 달라진 변화를 인지한 탓인지 대장도 몇 번 더 소리를 지르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하더니 자리에 앉아 입을 닫았습니다. 저는 아무 일도 없던 듯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대장은 아마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져본 경험이었나 봅니다. 시간이 좀 지난 후 조용히 다가가 다독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까는 화가 많이 났지? 너는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 가끔은 이렇게 배울 때도 있는 거야, 이번일을 계기로 더 글을 잘 쓰게 될 거야. 실패라는 경험은 너를 더 단단하게 할 거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 힘내!"
아이들의 의견을 전부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친절한 선생님, 다만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하는 단호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이 학급에서 대장은 내가 아니며,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그렇다고 선생님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급 전체의 이야기를 존중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는 긴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