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네 편 내편

by 은빛나

6학년 2학기에 담임교사가 되고 보니 아이들은 적어도 한 달간 선생님의 간을 봅니다. 선생님이 짠지, 단지, 쓴 지 나름의 테스트를 거칩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내편인지 아닌지는 꽤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음을 열지 말지, 줄지 말지 저울질합니다.

테스트에 통과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무조건 아이들과 같은 편에 속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생떼를 부려도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한 번은, 우리 반의 녹색어머니 봉사활동 날짜가 다가왔습니다. 녹색어머니 활동은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활동입니다. 각 학급에서 5명 정도 모집을 해서 8시 20분부터 50분까지 하루 30분 정도 아이들의 길안내를 합니다. 1학기에 이미 정해져 있지만 2학기에 담임이 된 나는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누구인지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선생님, 왜 녹색어머니를 우리 엄마가 해야 하나요?"


다른 학년이나 다른 반에도 많이 있을 텐데 꼭 일을 하는 엄마가 일을 쉬고 나와서까지 해야 하냐는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반 대장이 나서서 큰 목소리로 불만을 표하자 다른 아이들도 이때다 싶어 모두가 불만스러운 말투와 표정으로 소리칩니다. 심지어 봉사활동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일단 큰소리부터 치고 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너는 도대체 왜?' 하는 마음을 접어두고 처음에는 살짝 변명을 해주었습니다.


"바쁘신 분들이 많으니 다하는 거 아니고 5명 정도만 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 반에는 단 1명의 신청자도 없자 1학기때 담임선생님께서 반장들 위주로 무조건 하라고 하셨나 봅니다.


맘에 안 든다, 왜 이렇게 해야 하냐, 하면서 아이들이 속상해하면 굳이 변명하거나 달래줄 필요는 없습니다. 선생님도 같이 한 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 불만을 퍼부어주는 것이지요. 오히려 더 큰소리로 그런 것이 다 있나, 하며 속상해하면 아이들의 말은 쏙 들어갑니다.


"그래, 일하시는데 어떻게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거야? 없으면 할 수 없지, 봉사활동을 억지로 시키면 안 되잖아! 왜 한다 했어? 다른 할 사람 많았을 텐데.. 다음부터는 절대 안 된다고 해."


선생님이 나서서 말도 안 돼, 왜 그러는 거야?라고 이야기하자 맞아요, 이상하죠? 라며 맞장구치고는 어느새 불만은 쏙 들어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번은 신청했으니 그냥 해야죠, 뭐!"



또 한 번은, 수업시간에 체육이 너무 적다, 공부하기 싫다, 빨리 방학하면 좋겠다, 학교 오기 싫다 등등 학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냅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공부를 시키면 어차피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또 선생님이 먼저 나설 차례입니다.


'아유, 그러게, 누가 교육과정을 이렇게 짜놓고 이런 수업을 반드시 하게 하는 거야? 선생님도 아침에 늦잠 자고 싶다. 한 10시쯤 수업시작하면 안 되나? 맨날 영화 보고 놀고 그렇게 수업하면 좋겠다! 선생님도 게임만 하면 정말 좋을 텐데! 생각해 봐, 체육을 한 10시간 하는 거야! 우와, 좋겠지! 너네들이 교육청에 가서 맨날 놀자고 말해봐~ 단, 선생님이 시켰다고 하지 말고!!!"


늦잠 자고 10시쯤 수업하고 싶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저도요, 소리가 새어 나오고, 맨날 영화 보고 놀자는 말에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아이들 입가에 미소가 새어 나옵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선생님도 우리와 똑같구나,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구나, 이런 생각에 학교와 공부에 대한 불만이 선생님에 대한 불만으로 옮겨 붙지 않습니다.

곧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상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기분 좋게 다시 수업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이들도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금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배워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요.

꼭 어른이라고 바른 편에만 설 필요는 없습니다. 말로는 무슨 말이든 못 해줄까요? 저는 아이들과 같이 즐거운 상상을 해주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학생들보다 방학을 더 기다리는 사람은 바로 선생님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