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꼴통반에서 의리반으로
규칙은 단 2가지뿐!
아이들은 조금씩 자라고 있습니다. 워낙 사건사고도 많았던 1학기에서 쉽게 바뀌진 않았으나 적어도 선생님이 모르는 일은 일어나진 않았습니다.
6학년 7반 교실 옆에는 4학년 교실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9월 1일 첫 출근하는 날부터 4학년 선생님께서 찾아오셔서 수많은 하소연을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6학년 아이들 때문에 많이 힘드셨나 보다, 생각했었습니다. 4학년 아이들은 6학년 선배들이 무서워 쉬는 시간에 이용하는 복도는 물론 화장실을 오가는 것도 눈치를 보는 중이었습니다. 특히 4학년 5교시 수업시간에 6학년은 점심시간으로 소음 때문에 늘 5교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킬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늘 이거 안돼, 저거 안돼하는 어른들에게 지친 아이들에게 수많은 규칙은 어차피 지키지 않을 약속이 되어버리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규칙을 많이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저는 딱 2가지 규칙만 지켜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2가지 규칙만 지킨다면 어떤 행동이든 가능하다고 선언하였습니다.
6학년 아이들은 스스로 어른과 다를 바 없이 모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자율성을 시험해 보고 무엇이든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어 합니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더욱 해보고 싶은 반대심리가 작동합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몰래라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담임교사로서 저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어떤 것이든 다 해보라고 오픈해 줍니다. 적어도 선생님께 숨기는 일은 없게 모든 것을 수용해 줍니다. 대신, 2가지 조건만 지켜달라 부탁합니다.
우리 반의 규칙은 단 2가지입니다.
첫째,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둘째, 안전할 것
아이들이 보기엔 이 두 가지 규칙은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것만 지키면 무엇이든 해도 괜찮다는 말에 선생님과 약속은 쉽게 체결됩니다.
하지만 학급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 두 가지 규칙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규칙만 잘 지킨다면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집에서 아이들과도 이 2가지 규칙과 함께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모든 문제 있는 행동을 생각해 보면 이 두 가지에 대부분 걸러질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두 가지만 생각해 봅니다. 이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가? 안전하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면 어떤 행동이든 스스로 선택해서 행동할 수 있습니다. 규칙이 단 2가지로 줄어든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복도에서 뛰지 마라(안전하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 돌아다니지 말아라(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줍니다), 동생들을 괴롭히지 말아라, 쉬는 시간을 잘 지켜라 등 수많은 규칙 속에서 지키지 않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쫓고 쫓기는 레이스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는 조용히 불러 물어봅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이야기합니다. 다음부터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안된다고, 안전하지 않아서 안된다고 말입니다.
6학년 2학기가 되어 6학년에서는 수많은 사건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쉬는 시간 선생님 몰래 교문 밖을 나가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고 돌아오거나(안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없는 1학년 교실에 가서 실내화를 다 엎어놓고 와버리거나(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줍니다), 수업 시간인 다른 학년의 교실 문을 두드리며 수업을 방해하는 등 생각지도 못한 온갖 사건사고를 벌이고 다닙니다.
하지만 6학년 7반은 그런 일이 절대 없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여전히 장난이 많고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졸업할 때까지 모든 사건사고에서 6학년 7반 아이들의 명단은 찾아볼 수 없었고 그 어떤 학폭이나 문제없이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다른 반 선생님들께서 6학년 7반이 달라진 가장 궁금해했던 비결은 이 2가지 규칙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