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경화 Sep 16. 2021

당신은 누군가에겐 악마지만,
또 천사이다.

당신의 '찐'이 되고 싶은 '악마'가 이글을씁니다.(^∇^)


세상 앞에 놓인 당신,

많은 이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각인을 찍히고자

수없는 명함을 돌리고, 술자리를 다니며 눈도장을 찍고

전우애를 외치며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 우정은 영원하다며

왠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쓸쓸히 달빛을 비춰주는 

고독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오늘 처음 만난 왠지 느낌 좋은 상대에게

천사로 인사한다.

새로운 인연의 감사함을 느끼며 이것이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이라며,

사람 사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최선을 다한 채 '천사'의

본분을 지킨다.


하지만, 나는 다른 공간에서 오래된 인연인 상대에게는 

모진 말을 쏟고 감정이 삐뚤어져 서로에게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주고받은 채 '악마'의 피사체가 되었다.




그렇다. 우린 누군가에는 나쁜 놈이고 나쁜 년이며,
또 누군가에는 착한 놈이고 착한 년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건 정치인의 허무맹랑하며

국민들이 믿지 않는 공략처럼 신뢰할 수 없는 것들이다.

'모두'라는 대상은 그렇듯 이도 저도 아닌 매우 애매하고 

고정적이지 못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나쁜 놈에게는 나쁜 놈이 되는 게 맞고

좋은 놈에겐 좋은 놈이 되는 게 쉽다.

모두에게 '좋은 놈'이 되는 건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조차도 더러 인간은 불신하는 세력이 있기에 

신이라고 다 인간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인간은 신 따위 이미 뛰어넘었다.



-




박애주의적이며 인간애가 유독 심한 나 같은 사람을

보통 '오지랖'이라 부른다.

대학시절 캠퍼스 보안관이었을 정도로 

술 취한 학생들, 더 나아가 시내, 술집, 동네 어귀 곳곳에 

싸움꾼, 난봉꾼들을 보지를 못했다.

말리는 건 기본이고, 옆에 있다 줘 얻어터지고

112 신고는 기본이었다. 참고인 조사도 정말 많이 했다.

목격자 진술도 많이 했다.


술 취해 자는 사람을 절대 지나치고 가지 못했다.

얼어 죽으면 어쩌지...

더워서 쪄 죽으면 어쩌지..

발길이 떨어져서 꼭 관할 파출소로 옮겨드렸다.


사람들이 엉켜 붙어 싸우는 현장을 목격하거나

그중 한 명이 심하게 피투성이가 되어 일방적으로 맞고 있거나

고등학생들 패거리들이 돈을 뺏거나 , 일명 다구리 하는 걸 보면

눈이 돌아가서 참지 못했다.


그건 나의 학창 시절 때도 그랬지만

약자가 당하는걸 조금도 참지 못하는 부분이다.


-




서울 HSBC 홍콩 상하이 은행 직장 생활할 때였다.

내 앞에 지하철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여성분의 치마가 스타킹으로 말려들어가 

뒤쪽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옆으로 올라가 내 핸드백으로 치마를 가리며 속삭였다.

"지금 빨리 화장실 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치마가..."


오지랖이 많지만 낯가림 심한 내가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데요?? 무슨 상관인데요?" 하며


차가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가버렸다.

차가운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부딪히며 내 마음이 시베리아처럼 얼었다.


서울에서 생활은 매우 고단했다.

창고 같은 집이나 반지하 원룸에서 살았다.

하지만 나는 정이 참 많은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퍼주기, 나눠주기, 나눠먹기를 마다하지 않는 가정 안에 살고 그런 엄마를 보고자라 나눠주는 삶에 

익숙했다.


지금도 비가 오면 파전을 몇 장씩 굽어 경비아저씨부터 챙기고 

동네의 송경화 베프 할머니, 할아버지 군단들에게 돌린다.


마찬가지로 강남에서 반지하 원룸 생활할 때 빗소리가 발바닥에 치고 반지하 창문으로

빗 소식을 초라하게 인사할 때  땡고추를 팍팍 넣어 전을 구웠다.


아무리 작은 양을 구우려고 해도 손이 큰 나는 포일에 전을 

두장씩 포장해서 나의 옆집부터 초인종을 눌렀다.


딱 한 집 빼고는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이 아래 위로 훑더니 아무도 내 전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날, 나는 반지하에서 가장 많이 목놓아 울었던 하루였다.

천사에서 악마의 피사체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서울에서 느낀 오고 가는 사람의 정서는 내가 느끼기엔 삭막하고 차가웠다.


서울이란 곳의 나라는 사람은 지금 막 이민 온 새로운 국가에서 시차 적응을 

한 참 해야 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곳이다.

어려운 곳이고 그런 마음이 지금도 좀처럼 쉽게 가질 않는다.


-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자 하며, 모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 자체에 대한 '애정' 자체가 많았던 '나'라는 사람도

그 어떤 사람에게는 '악마'로 기억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리 좋지 않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긍정한다.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개그맨, 가수들, 유명인들 중...

싫어하는 이 하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 아니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악마'의 존재다.

모든 이에게 모두가 '천사'로만 남을 수 없는 것이다.




오지랖을 아무리 갖다 붙여서 

선행을 베풀고 세상에 좋은 것을 다 하고 10억을 기부하는

'나는 좋은 일을 하는 좋은 사람이요'라고 하는 자선사업가라고 한들 

그 사람조차도 누군가에게는 심지어 본인의 가족에게

'악마'의 존재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의학은 발달되었지만 

알 수 없는 미래로 흔들리고 불안한 세상이라 인식하는 

현재의 사람들에게는 '인간관계'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일명 '찐'이라고 한다.

"우리 찐이지?"

"너 나한테 찐이지?"

진짜 나의 사람인지 서로에게 의심과 확신을 묻는 신조어다.


물론 그 '찐'도 언제 천사가 될지, 악마로 돌변할지 모른다. 당신의 마음에 따라서...


-





작가의 이전글 선한영향력의 오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