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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 That Jul 14. 2017

이상과 현실의 괴리란...

브런치 데뷔 후기

반갑습니다.


마침내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만, 동시에 이상과 현실에 관련한 괴리감과 회의감 또한 느낍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하면,


저는 사실 음악덕후입니다. 하루하루 음악이 없으면 살지 못 하고, 켜켜이 쌓인 음표의 경이로움과 신성함에 전율을 맛 보죠. 공연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보기 힘든 아티스트의 내한공연, 그런 사람들의 공연을 감상하고 후기를 쓰는 것이 가장 큰 취미인 사람입니다.


처음에 저는 그런 후기를 들고 브런치의 문을 두들겼습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본조비 내한공연 후기와 함께 작가가 될 거라는 자신감에 찼으나, 웬걸, 브런치는 아임 쏘리 데헷! 이라는 말과 함께 저의 입성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의 후기에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무엇이 브런치로 하여금 이 친구는 안 된다는 판단을 서게 했는가에 대해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습니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결과 내려진 저의 결론은, '나의 후기엔 나의 이야기만 가득하고 전문성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연을 가지 않은 사람들이 내 글에 공감할 수 있는가? 저는 그 질문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음악을 취미로 삼으나 업으로 삼지는 않았기에, (소망이 그러함을 뒤로 하고) 저의 후기는 전문성과 분석력이 부족했고 감성으로만 가득 차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첫 번째 기회를 떠나 보냈습니다. 물론 브런치에 떨어졌다고 해서 제 글의 정체성을 바꾸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저'의 후기는 '저'의 이야기를 가득 담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냥저냥 브런치와 제 글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위안했습니다.


저는 약 1년 뒤, 제가 아닌 뮤지션들의 이야기로 브런치에 재도전했습니다. 우리가 많이 듣는 명곡들에 숨겨진 사연, 혹은 뮤지션들의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중요한 사건을 포토카드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사연의 해당곡을 BGM으로 삼고, 나레이션에 적당한 감성을 곁들여주면 충분한 드라마가 되리라 생각했죠. '모두의 인생은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저의 지론에 입각한 이 포토카드 제작은 한없이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퀸, 신해철, 클리프 리차드, 폴리스, 차게 앤 아스카 등 여러 뮤지션의 사연을 탐구하고 제 힘으로 재구성하는 과정 그 자체로 즐거움이자 희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포토카드 역시 브런치의 성에는 차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라는 다섯 글자를 보자마자 저는 뒤로가기를 누르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이것도 실패라니, 저는 또 한 번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여 두 가지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하나는, '사진 위주의 글이 브런치에 들어가기엔 걸맞지 않구나!'라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음악 쪽 글로 브런치에 비빌 방법은 없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후자면 그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 저는 소설을 써도 음악, 평론을 써도 음악이던 사람인데. 그런 제게 모 출판사의 서포터즈 활동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제게 주어진 임무는, 매달 나오는 신간을 읽고, 서평을 업로드하며 책 홍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소설만 읽던 제게는 신선한 기회였죠. 사실 시험공부처럼 압박이 없으면 읽지 않는 전문적인 책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마침 독서모임에서 읽던 책이 있어 그 후기로 저는 서포터즈 활동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평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일' 같았던 글이고, 시간에 휩쓸려 서둘러 읽고 서둘러 쓴 글도 있었는데, 그런 글들이 출판사 공식 블로그에 올라가고 인용 되었습니다. 우수 서포터즈도 되었습니다. 그간 헛되이 글을 쓰진 않았구나, 보람도 찼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지원하면 어떻게 될까?'


그래서 브런치에 제 서평을 제출하고 작가승인을 기다렸습니다. 2전3기의 도전이었습니다. 단, 지원동기란은 이전보다 훨씬 부실했습니다. 여전히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향한 열망이 강했다고 할까요. 저는, 붙으면 기쁘지만, 붙지 않는다 해도 자신을 합리화 할 계책을 어느 정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브런치는 인재를 놓치는 것이야...'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근데 세상에, 하루만에 축하한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이것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인가요. 제 이상은 음악에 있지만 특기는 서평에 있는 걸 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의 서평은 작가와 책을 향한 주제 넘는 비평이라기보다는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소개서에 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브런치에 어필한 걸 수도 있겠죠.


저는 음악 글을 쓰고 싶지만, 독자들의 기호가 서평을 향한다면,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중점을 둘 컨텐츠는 무엇일까요. 일단 음악과 책을 동시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일단 브런치라는 컨텐츠의 일부가 된 사실만 기뻐하고자 합니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제 글을 보시면서 때로는 채찍질도 해주시고, 글이 좋으면 예쁘게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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