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으로 담배를 샀다, 코로나 자가격리
코로나가 일깨워준 가족의 소중함
by TimmyChoi Apr 10. 2020
20여년 만에 담배를 샀다. 세 갑씩이나.
나는 고교 2학년 때 학교 화장실서 담배를 배운 뒤 40대 초반까지 뽀금 담배를 피웠다. 담배는 내 청춘의 궂었던 날들을 뽀송하게 말려 준 뜨거운 존재였다. 또 청춘의 소중한 시간을 야금야금 태워버린 야속한 존재이기도 하다. 지금은 니코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혐오할 정도로 담배와 멀어졌다.
그런데 웬 담배를 내 돈으로 산다?
자가격리 중인 작은아들에게 주기 위해서다. 며칠째 담배를 못 피니 금단현상으로 죽을 맛인 모양이다.
어젯밤 마눌님이 아들의 호소를 듣고 퇴근길에 담배를 좀 사다 줄 수 있느냐고 떠 봤다.
"당신 지금 무슨 소리 하나! 금연하라고 해도 시원찮을 판에 애비가 아들 담배를 사다 준다고?"
버럭 화를 내고, 이 기회에 담배를 끊어라고 하라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오죽하면 청춘을 담배로 태울까 싶어, 마음이 흔들렸다.나도 한 20년 태우다 끊지 않았는가.
아들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벽이 쳐져 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나의 권위의식이 적잖은 작용을 했으리라. 아들로선 아빠에게 담배를 부탁할 엄두를 낼 수 없었으리라.
이 기회에 나의 부드러운 면을 어필해보자.
"아들 퇴근길에 담배 사다 줄까?"
카톡을 넣으니, 즉문즉답이다.
"감사합니다, 아빠. 죄송해요."
담배 이름까지 써져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 자신이 정말 많이 변했다. 아니, 유약해졌다. 아들놈에게 담배를 사다 바치다니... 옛날 같으면 호로자식이란 소리를 듣고도 남을 놈!
나의 시절은 서서히 저물고 있다.
살아생전, 아들과 조금이나마 마음의 간극을 좁혀 보고 싶은 아비의 허허로운 심사를 알기나 할까...
C. 윤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