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지는 것에게 보내는 애정
어제 퇴근길에 갑작스래 찾아가게 만들었던 탁탁탁 소리는 자동차 히터 쪽 액츄라레이터(사장님 발음을 따라 쓴 거라 부정확할 수 있다)가 깨진 것으로 판명되어 그것도 갈았다.
그리고 자동차에 엔진 오일 갈아달라는 시그널이 떴고, 때마침 1만 km는 탄 것 같아서 엔진오일도 갈았고, 파워 스티어링 오일(사장님 발음을 따라 쓴 거라 부정확할 수 있다)도 쇳가루가 필터에 가득 껴서 그것도 갈았다.
내 차는 잘 알다시피 중고. 5만 8천km에서 인수해서 현재 약 8만 8천을 탔다. 약 1년 간 1만 km는 타는 것 같으니 적게 타는 편이지만 적게 타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차는 구입과 동시에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일종의 소모품이고,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부를 과시하는 사치품이기도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하는 생활품이기도 하다.
시원 씁쓸하게 약 77만원을 일시불로 결제하고 (ㅠㅠ) 집으로 차를 몰고 돌아오는 길에 한층 조용해진 차 소리와 진동을 느꼈고, 훨씬 유려하게 돌아가는 운전대의 부드러움을 느꼈고, 흔들림 없이 잘 가고 잘 멈추는 쌔삥 타이어의 존재감도 느꼈다.
앞으로 차는 계속 부품 교체 시기가 되면 신호를 보낼 것이고 나는 열심히 돈을 더 벌어서 최대한 오래 탈 수 있으나 점점 내 품에 맞는 차를 만들어 갈 것이다.
돈이 들어서 그런지 오늘 내 차가 한층 더 좋아졌다. 정신승리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아이폰 SE를 잘 쓰고 있었는데, 배터리 광탈과 발열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지난 뉴스들을 복기해 보니 아이폰 배터리를 34,000원에 교체할 수 있는 기회가 올해 연말 즈음이면 종료된다는 것을 알게되어 오늘 아침 명동 유베이스에 가서 수리를 받았다.
사실, 아이폰을 최신 XR이나 XS로 바꾸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X 정도는 바꿔볼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그 때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폰의 사이즈는 4.3인치이고, SE는 지금까지 내가 쓴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폰이었다는 것에 늘 그 마음을 접었었다.
체크를 해보니 약 1000회가 넘는 충전 횟수를 기록했고 이제는 배터리 성능이 85% 정도라 이 정도면 이제 배터리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말씀을 엔지니어 선생님이 해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엔지니어 선생님 말씀으로는 아이폰 SE가 동시대에 나온 6S나 그 이후에 나온 폰보다 오히려 배터리 소모량이 가장 적은 기종이고 앱이 계속 무거워지더라도 여전히 꽤 쓸만한 기종이라는 말을 해주셔서 앗싸라비야 나이스다 싶었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나니 새폰과 다를 게 없다. 비록 겉은 낡고 흠집이 생겼어도 나 정도면 참 폰 깨끗하게 잘 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될 때까지 더 써볼 요량이다.
오늘은 이거 틀어놓고 자야지.
https://www.youtube.com/watch?v=Me92SCf2MbU
<참고>
** Jeep 오너 분들, 자동차 진단이나 소모품 교체, 경정비 등을 믿고 맡길 곳이 필요하다면 이 곳에서 꼭 진단을 받아보세요. 사장님이 정말 Jeep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이 넘치십니다.
** 아이폰 배터리 교체는 아래 URL을 확인해 보세요.
https://support.apple.com/ko-kr/iphone/repair/battery-power
** 저는 오늘 여기서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엔지니어분들이 참 친절하고 좋습니다. 다만 이런 정책적인 배터리 교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단가는 애플스토어에 비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