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태풍 속으로 여행 - 군산 / 부안 / 고창 / 전주
매일매일 소비되는 삶에서 충전이란 고작 죽마고우들을 만나 술 한잔, 밥 한끼 하는 정도겠지만 그것도 갈수록 쉽지 않아지는 그런 우울한 30대 중반의 삶을 슬퍼하고 있을 때
유부들과 시간이 안되는 형님을 제외하고 친구 한 명과 (앞으로 제 브런치에서 꽤 많이 나올 친구입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토요일 혹은 일요일에.. 그러니까 1박 2일 혹은 2박 3일로 문득 여행을 떠나자는 충동적인 결정을 하게 됩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한남동에서 집결하여 바로 군산으로 내려가서 거기서 1박을 하고, 내려간 김에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한잔 하고, 조용한 항구의 가을 바다를 바라보며 뜨거운 머리를 좀 식혀보자! 라는 것이었고요, 만일 여행이 만족스럽다면 더 이동하여 하루 더 있어보자. 라는 매우 디테일하지만 대책 없는 일정이었습니다.
어쨌든, 어제의 맛있었던 갈비를 뒤로하고 그 다음날 금요일.
예상했던 것 보다는 일을 정시에 마쳐서 한남동으로 향했지만, 금요일 밤 퇴근시간은 역시 예상대로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몸살이었고... 게다가 비까지 세게 오고, 그리고 사실은 남쪽에는 제 25호 태풍 '콩레이'의 제주 상륙 소식으로 꽤 시끄러웠던 시간이었습니다. (태풍의 성격 상 서해 쪽에 파워가 상당했습니다.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 드릴게요.)
친구 차 한대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선 한남동에서 만나 바로 경부선을 타고 내려가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든 아니면 다른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자. 가 목적이었습니다만,
밥을 먹으며, 다시 한번 심기일전하고 뉴스를 검색해 본 후, 오후에 제가 예약했던 숙소를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숙소는 야놀자로 검색했고, 야놀자로 예약했습니다.
한 때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으로 쌀이며 여러 자원의 수탈 전진기지로 아이러니하게 번성했던 군산항은 광복 이후 흥망성쇠의 과정을 거치며 지금은 조용하고 한적한 소 항구가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항구로서의 흔적들은 여럿 남아 있습니다. 제 아버지의 고향은 충남 서천인데, 지금은 금강 하구둑을 지나면 바로 군산으로 갈 수 있지만 당시에는 도선장에서 배를 타고 군산으로 학교를 통학하셨습니다. 군산상고 다니셨대요. 그러니 군산에 대한 저의 애정은 조금 남다릅니다.
아직도 마도로스의 진한 향기가 배어 있을 것 같은 이름 '호텔 항도'.
아무튼, 출발.
미안하게도 여행 이야기는 한개도 안나온 1편입니다.
분량 관계로 아마 이번 군산 - 전주 이야기는 한 3~5편 정도로 나눠서 연재할 것 같습니다.
사실 진짜 여행의 설렘은 떠나고자 마음을 먹었던 순간과, 떠나기 직전의 그 분주한 준비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