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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웅주 Oct 28. 2018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 없지만 <2>

두 남자의 태풍 속으로 여행 - 군산 / 부안 / 고창 / 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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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었고, 지옥 같던 불더위는 사그라들었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가을의 문턱을 지난 후였습니다. 저는 아직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상황이었고 언제 떠날 수 있을지도 막막하던 시간이었죠.


금요일 밤 경부고속도로는 퇴근 차량과 우리처럼 어디론가 급 떠나는 사람들의 차가 뒤엉켜서 대단히 혼잡했습니다. 아마 하늘에서 바라보았다면 대한민국의 대동맥이 흘러가는 듯한 대단한 장관이고 절경이었을 겁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


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문제는 누누히 이야기 했지만, 태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비바람이 치는 도로 사정이었습니다. 가뜩이나 꽉 막힌 금요일 밤 도로가 비바람 태풍까지 한데 어우러져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시간이 딜레이 되고 있었던 순간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었던 탕슉과 짜장면이 괜히 야속해졌지만 걔네들이 무슨 죄겠어요...


인생을 낙관적으로 사는 방법은 막히면 쉬다 가고, 짜증나면 먹으면서 가는 것입니다. 천안 / 공주의 명물 호두과자


다행히 경부를 가다 천안-논산 고속도로로 빠지자 차들이 많이 줄기 시작했고, 당진-서천 고속도로를 가자 마치 하늘로 이륙이라도 하는 기분을 느끼며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단, 기분만 그렇게 즐겨주세요. 비바람이 많이 치는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 이상의 과속은 자칫 ....



흔들리는 차를 따라 내 마음도 싱숭생숭, 사진도 개발새발 삐뚤빼뚤. 아무튼 도로는 한산합니다.


남자 둘이서 90년대 2000년대 음악을 틀어놓고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갔어요. 동영상도 살짝 찍었는데 아무도 보고 듣고 싶어하지 않을 것 같아서 이 부분은 빠르게 스킵. 오늘도 명색이 여행기인데 두번째 편까지 군산을 밟아볼 수 있을지나...


문산이 아닙니다. 군산입니다.


말씀 드리는 순간, 군산 TG에 드디어 다다릅니다. 한 4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네요. 8시 정도 출발했으니 대략 자정에 이른 시간입니다. 약 30만이 안되는 한적한 소도시의 쓸쓸함이 느껴지면서도 뭔가 남쪽으로 내려오니 상쾌하고 기분 만으로도 서울을 떠났다는 사실에 후련해지는 그런 순간이었습니다.


자정이 넘은 비오는 새벽의 군산은 당연히 아무두 없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도시였는데요, 아마 저희가 예약한 숙소는 항구에서 근접했던 구시가지에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가끔 이런 구시가지를 볼 때마다 참 마음이 복잡해짐을 느껴요. 도시란 어쩜 사람의 인생과 저렇게 같을까. 사람의 생몰과 흥망성쇠와 같은 단계와 과정으로 도시 하나가 흥하고 몰락하는 과정을 보면 참 인생이 덧없구나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그 도시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결국은 한 명 한 명의 사람이니까요. 한 때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쉴새 없이 짐들이 오고 갔을 군산항의 시끌시끌한 순간을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활력감. 그 항구의 냄새. 


군산 시가 도로를 조금 달려 구시가지 도심을 지나...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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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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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가 그 우리 숙소...?


!!!!!
!!!!!!!!!!


겉으로 느껴지는 이 포스와 아우라.

도대체 우리는 어떤 숙소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 것일까요?




분량 문제로 3번째 여행기에서 본격적인 군산의 하루를 보여 드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사실 이번 두 번째 분량은 출발과 본격적 군산에서의 하루를 이어주는 브릿지 역할을 하기 위한 부득이한 연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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