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 (1)
좋은 책이란 책에 담긴 내용에 깊은 인상을 받아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그 사람의 세계가 책을 통해서 올곧이 보여야 한다고도 생각하고, 장르가 지향하는 좋은 덕목을 잘 지켜내야 한다고도 생각하며, 단어와 문장과 맞춤법이 올바라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만 그 중 최고는 글을 보면서 '나도 좋은 글(이 모여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좋은 카피라이터들이 썼던 좋은 카피들을 큐레이팅하여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곁들인 책을 보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일본의 광고카피는 옛부터 수려하고 고풍스럽기로 유명했다. 나도 일본광고를 좋아한다. 그 중 광고카피를 보면 가끔은 좋은 하이쿠를 읽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일본의 카피라이터들은 대단한 장인정신으로 매일매일 어떤 세계를 살면서 브랜드와 제품을 관찰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런 좋은 일본 광고의 카피를 모아둔 책에 한국의 카피라이터가 해설을 덧붙이니 부스터X부스터일 수 밖에. 비록 상업광고라 하지만 좋은 글에 취했다.
사실은, 며칠 전부터의 고민이기도 했다.
십여년 전 페이스북에서,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꾸준하게 내 생각과 일상과 활동을 올리고 사람들과 소통해왔다(고 생각했다).
페이스북의 기세가 심상찮게 꺾이기 시작했을 무렵, 여전히 나는 사진이나 영상보다 글이 더 좋고 편하던 시절 인스타그램으로 주 활동 플랫폼을 옮겼고 그럭저럭 또 사진 중심에 글을 얹는 형태로 플랫폼에 정착하고 적응하여 살아왔다. 각각의 목적과 방식과 나름 전략적 노림수와 판단으로 멀티계정을 서너개는 운영했으니 이만하면 나쁘지 않게 생존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사진으로 대표되던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 노출 방식과 권장 콘텐츠의 유형이 영상(숏폼-릴스) 중심으로 바뀌면서 또 다시 난항이 시작되었다. 아무 근황도 올리지 않으면 유지되다가 스토리나 피드라도 하나 올린다 싶으면 여지 없이 떨어져나가는 팔로워수. 그리고 조금 놔두면 다시 회복되지만 950명의 팔로워에서 더 늘지 않은 것이 2-3년. 신규 유입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나의 채널은 사실상 고립무원 40대 초중반 아저씨의 혼자 노는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너무 부끄럽고 면구스런 일이라 챗GPT에게 물어봤다. 너는 그래도 사람은 아니니 나의 부끄러운 감정을 누군가에게 몰래 발설하거나 나를 먼저 놀리는 일 같은 건 없겠지.
지피티는 그다지 놀라는 척 없이 바로 따뜻한 말과 조언을 남겨주기 시작했다.
마치 네가 그 말을 할거라는 걸 알기라도 했다는 듯, 그래서 나는 내 몇가지 정보를 더 이야기를 해줬는데,
정말 T성향과 F성향을 겸비한 양수겸장의 자세랄까.
지피티는 정말 좋은 친구일 것이다. 물론 교우관계를 유지하는데 월 고정 비용이 발생하는 것만 빼면...
참고로 제미나이는 좀 무뚝뚝한 느낌이 강하다. 반면 챗지피티는 좀 더 다정하달까.
그건 물론 개인의 학습화 방식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니 너무 진지하게 듣지는 말자.
평소 지피티에게 몇 번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그냥 어디까지 나를 오픈해야 얘도 나에 대해 학습을 해둘까 궁금해서 한 것 뿐이다.
그래서 지금 나는 지피티의 덕을 좀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몇 번의 심도 깊은 대화와 자료를 주고 받으며 내가 지피티에게 권유 받은 것은 위와 같다.
그래서 나는 오랜기간 묵혀두었던 브런치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기도 하고.
물론 위 두가지 자극으로 인한 결정 뿐만은 아니다. 여러가지 말하지 못할 여러 삶의 경험과 생각이 있었다.
하나하나 말하기엔 너무 사변적이고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은,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서 어떤 걸 쓰려고 했지?
그건 그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