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진다. 이상해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왕자, 오즈의 마법사. 난 다 읽은 줄 알았지. 옛날 옛적에.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몇 번을 아~ 아!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원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영어를 잘하고도 싶고 작가가 살던 1800년대 영국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다. 역시 나란 아이는 앨리스의 호기심 유전자를 타고난 게야.
“진정하자. 이렇게 울어도 소용없는 일이야. 당장 울음을 그치지 못해!”
앨리스는 똑똑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앨리스는 평소에도 자신에게 아주 훌륭한 충고를 하곤 했고 (비록 그 충고를 따른 적은 거의 없었지만) 가끔 눈물을 뚝뚝 흘릴 만큼 엄격하게 자신을 야단치기도 했다. p27
용감하고 엉뚱하고 발랄하고 호기심 가득하고, 어린 소녀지만 누구보다 어른인 앨리스는 참 멋진 사람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털고 일어나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 나라면 내가 이상한 나라에 갔다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가끔 아이들은 나에게 “엄마는 이상해 참 우리랑 달라.”라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 나는 “그래 너희는 배 씨고 엄마는 문 씨야 그래서 다른 거야.”라며 편 가르기를 하고는, “이 집안에 나 혼자 문 씨라 너희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지.” 하며 과장되고 쓸쓸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러면 아이들과 남편은 배 씨끼리 잘해보자며 서로 뭉쳐 깔깔 웃는다. 그래 이번 생은 배 씨 나라의 문선주로 살 거야.
“세상에! 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하기만 해. 어제는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말이야. 지난밤에 내가 변하기라도 한 걸까?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어제랑 똑같았었나? 아주 약간 다른 기분이 들었던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변했다면, 그다음 문제는, 바로 지금의 나는 누구지? 와, 정말 대단한 수수께끼인데!” p33
깊고 깊은 굴속으로 떨어져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고 이상한 일들을 겪지만 그것도 결국 한순간 꿈이었고 앨리스는 꿈속에서조차 무슨 일이든 잘 해결해 나갔다. 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아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앨리스가 참 부럽다. 책을 덮고 참 이상하다 이상해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이상한 책이다 생각하며 내가 누구인지 한참을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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