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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Sep 22. 2022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너에게 듣고 싶은 말

스즈키 루리카(鈴木るりか)


200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문학상의 상금을 모아 좋아하는 잡지를 사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으로 일본 문학계에 유례없이 초등학교 4, 5, 6학년에 걸쳐 일본 대표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남기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작가의 꿈이다.

반나절 만에 쓴 열한 장의 자필 원고에서 시작된 소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은 열네 살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며, 출간 직후 10만 부 이상 판매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14살에 소설 출간. 뭐 14살이 그렇게 잘 쓸까. 하지만 나는 첫 문장부터 무릎을 꿇었다. 그래 이 아이는 타고났구나 싶었다. 작가의 글에는 종종 선생님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실존 인물인 듯하고 글 곳곳에서 보이듯 선생님이 글쓰기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얼마나 멋진 선생님 일까? 멋진 선생님과 멋진 제자.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안 그래. 타고난 영리함은 기본적으로 평생 안 달라진대. 학교 선생님이 그랬어.” p97


다 읽고 북한도 무서워 못 쳐들어온다는 중학교 2학년 딸아이에게 보여 줄 참이었는데 망설이게 된다. 나는 이만큼 열심히 치열하게 자식들을 위해 살고 있는가? 자꾸만 되돌아보게 된다.


“응, 엄마가 ‘이 사람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아, 그거라면 미즈타 육교 아래에 사는 노숙자 아저씨.” (중략) 상상도 못 할 고독이지. 평범한 사람은 그런 환경에서 열흘도 못 버틸 거야. 먼저 정신이 이상해지고 몸도 망가질 테지. 그러니까 그 아저씨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정말 단단한 사람이야. 극한과 극서에서 살아남는 강인한 신체와 강철 같은 정신력을 겸비한 사람이지. 엄마도 그 아저씨한테는 못 이겨. p28


막 노동을 하며 홀로 딸을 키우는 엄마, 떨어진 음식물을 지나치지 않고 주워 먹는 엄마,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 엄마, 끼니마다 두 세 공기씩 후딱 먹어치우는 엄마. 그런 엄마를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걱정하는 딸, 언제나 섬세하게 엄마를 지켜보고 안쓰러워하는 딸, 엄마가 부끄러워할까 봐 잘못된 말이나 생각도 웃어넘기는 딸. 때로는 엄마가 딸 같고 딸이 엄마 같고 세상에 둘뿐이라 더 서로가 애틋하다.


몸이 저절로 굳는 것 같았다. 엄마가 맞선에서 거절당했다. 아무래도 나 때문인 것 같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벌을 받은 것이다. 들떠서, 혼자 흥분해서 욕심 가득한 꿈이나 꿨다. 신바람이 나서 두둥실두둥실 떠오르려는 찰나, 갑자기 하느님이 통굽 슬리퍼로 나를 찰싹 후려쳐서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기분이다. p66


항상 배고픈 엄마가 슈퍼 주인에게 시집가 음식을 주워 먹지 않고 배부르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기뻐하던 딸은 엄마의 재혼에 자신이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고 재혼 상대를 만나 자신이 사라지면 되겠냐고 부탁을 해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유가 있어 거절한 것이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 고작 초등학생이 이토록 엄마를 걱정하는 이유는 뭘까.


제목처럼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할 거니? 라고 딸아이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돌덩이 하나가 걸려 차마 묻지 못했다. 너에게 묻지 않아도 언젠가 이 말을 꼭 듣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시태어나도엄마딸 #스즈키루리카 #다산북스 #독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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