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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Sep 13. 2022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나의 꿈은


한 번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묻는다면 아주 난감해하며 말을 돌리거나 아무 말 없이 쓴웃음만 짓겠지.


‘많은 꿈들은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p23


작가는 동화를 쓰고 동물 사진을 찍는 엄마와 소설가 아빠를 따라 초등학교 때 유기견 네 마리를 데리고 한국을 떠나 치앙마이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부모가 남다르게 사니 딸도 남다른 생각을 한 것일까 열일곱 살. 고등학교를 들어가야 하는데 꿈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이 무척 궁금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꿈을 갖고 어떻게 꿈을 만들고 꿈을 이루고 살까 하며 가방 대신 배낭에 한 가지 질문을 담고 세계 25개국 200여 명을 만나 꿈을 묻는 인터뷰를 해 글을 썼다. 지금은 국민대 영문학과에 재학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탈리아 마르살라. 오늘도 마르살라 할아버지들은 꿈을 가지고 산다. 내일 카페에 앉아 친구를 만나고, 마트 전단지를 보면서 세상사를 얘기하는 꿈이다. 사소하게 반복되는 행복이 꿈이 돤다. p28


출판사에서 신간이 나오면 나에게 알림 글이 오도록 해두어 매일 많은 신간들을 이리저리 훑어본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제목 <사는 게 쉽다면 아무도 꿈꾸지 않았을 거야> 출판사 서평을 보니 아직 어린 작가이다. 내용을 보니 얼른 딸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져 주문을 하고는 내가 먼저 읽어본다. 두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다 읽어 버렸다.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다. 그냥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된다. 왜 이런 글을 쓸 수 없는 걸까. 나는 나이도 더 많고 책도 나름 많이 보고 있고 그동안 독서일기 한답시고 한주에 한편씩 글도 썼는데... 자괴감이 밀려온다. 아름다운 그녀의 글들이 오히려 나를 아프게 한다. 상대적 박탈감 인가. 아마도 질투인가보다.


꿈은 때로는 어린 마음의 사소한 궁금증에서 시작해 한 사람의 일생을 만든다. p73


그러나 매일 꿈꾸지 않는다면 어느새 그 꿈은 손가락 사이 모래알처럼 빠져나가 버릴 테지. 지금까지 많은 꿈들을 꾸었지만 한결같이 오래도록 지켜온 것은 무엇인지. 그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보았는지.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해 본다.


“뻔한 인생은 살고 싶지 않지? 그러려면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해. 흥미로운 사람이 되고 싶니? 그러려면 흥미롭게 살아야 하지..” p138


그래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냥 현모양처가 꿈이었고 멋진 남자 만나 아이들 많이 낳고 그렇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안의 나는 너무나 많아 끊임없이 원하고 또 원했다. 초원 위가 아니라 세상 위에 살고 싶었던 것이다.

“불안정해도 괜찮아요! 자신에게 부담감을 주지 말아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이야. 최고의 지식과 지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에서 시작해.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걸 인지하는 것 자체가 무지하지 않다는 뜻이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들이 진짜 무지한 거지. 거짓 통찰력을 가지고 더이상 질문을 하려고 들지 않으니까. 그렇게 무지해서 행복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자신을 한계짓지 말고, 스스로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다, 라고 꼬리표를 붙이지 마.” p212


바싹 메말라 있던 마음에 따뜻한 빗방울을 뿌려주고 세상이 다시금 아름답게 보이도록, 나의 눈이 반짝 빛나도록, 내 안의 많은 내가 다시 깨어나도록 해준 이 책은 신비한 마법서 같다.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저 좋다. 그저 고맙다.



#사는게쉽다면아무도꿈꾸지않았을거야 #다인 #마음의숲 #독서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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