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단장 Sep 07. 2022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이 영화가 내게 남긴 흔적>


참으로 정신없이 살고 있네. 어디로 휩쓸려 가는지도 모른 체 빠져나오려고 허우적거리고만 있는 게 아닌가. 나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마치 뒤엉킨 실타래를 풀지도 못하면서 애쓰고 있는 아이처럼 아침마다 실타래를 보며 훌쩍 거리고 있다. 책도 눈으로 스캔만 되고 정작 머릿속까지 팩스가 가지 않는다.


아니야. 이럴 때일수록 책을 봐야해. 나에게 늘 해답을 주고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는 ‘책’을 말이야. 책방의 서가를 훑어본다. 소설, 아니고. 에세이, 더 아니고. 시, 보고 싶지만 나의 갬~성이 바닥이고. 그러다 딱 마주한 이 책. 아~ 좋다. 글도 사람도.


씨네21 편집위원이자 영화학 전공자가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 일기>라고 연재하자고 했지만 끝까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라고 고집했던 그녀.  저널의 1저자는 영화이며 자신은 다만 매일 영화가 보여준 것을 적어두는 속기사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너무나 객관적으로 영화 한편 한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내가  영화를 보았을  느낌을 그녀에게 들려준  같은 내용이 글로 표현되어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건 후천적이 아니라 선천적이라고 믿게 된 건 이유가 있다.

외할머니- 앉아서 TV 영화채널을 돌려보시며 특히 서부영화 주인공들 이름을 거의  아시던 기억이 난다.

엄마-삼일 밤낮을 중국 무협영화 보느라 식음을 전폐한 전적이 있고, 중학생도   나를 데리고 밀양 남보극장 직원 아저씨에게 슬쩍 웃으며 청소년 관람불가 <폭풍 속으로, 1991> 좋은 영화라며 보여 주었던, 아직도  스크린  밀려오던 파도가 기억난다.

- 여자의 영향을 받아 잡식성으로 영화를 보는 중이고 특히 뱀파이어 분야의 영화는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이다. 판타지물은  좋아하며 모성을 자극하는 비극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이런 영화를 보면 거의 일주일이 힘들다. 유일하게  보는 분야는 공포인데 귀신만  나오면 괜찮다.


내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나의 판타지를 머릿속이 아닌 스크린에서 보기 위함이고 또 그 판타지를 때로는 가족과 친구와 함께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영화 속 다양한 인간과 그 외 생명체들의 이야기도 나에게 무한한 아이디어를 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내가 김혜리에게 하고 싶었으나 아직 못 한 말은 이것이다.

“당신처럼 써보고 싶어서 영화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어요.”  -신형철 문학평론가


어느 평론가가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인데 이 책을 읽고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그동안 많은 영화를 보며 느낀 지점들 그때의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 하나 둘 기록해 두었으면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기가 되었을까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남은 날들 동안 영화가 내게 남길 흔적들을 그녀처럼 차곡차곡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 엉킨 실타래들이 하나 둘 풀려간다.

역시 책이란...


#나를보는당신을 바라보았다 #김혜리 #어크로스 #독서일기

매거진의 이전글 롤리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