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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 Oct 25. 2019

브런치에 온 지 26일째

욕망의 가오나시가 되다.

브런치에 온 지 26일째.


이곳은 글을 낳는 어미들이 모인 곳이다.

새벽의 영감을 받은 어미 닭들이 자기만의 닭장에

자유로운 생각의 알을 낳는다.


많은 이들에게 풍요롭게 먹힐 알.

깊고 뜨겁게 품어질 알.   

굴려봐도 깨어지지 않는 알.


브런치는 매일 맛있는 알을 꺼내어

예쁘고 따뜻한 접시에 담아

수많은 독자 앞에 깨트려 준다.


어미가 힘껏 품고 있던 알을 대신 부화해주기도 한다.

삐약대는 생각들, 푸드덕대는 마음들이 밤낮없이 울린다.


이곳 어미들의 위대한 지성과 감성들은

내게 충격을 줬다.

나는 한 직업의 전문가이지만 글을 쓰는 것은

초등의 아마추어였다.

그동안 쉽게 쓰고 말했던 단어들이
이 뜻이 맞는지 사전을 열어 점검하면서

누군가의 글에 속엣말을 하면서     

내 관점과 가치관은 꿈틀거렸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나만의 감성이
어떤이의 문장 속에서 쓸까 말까 고민되었던

진부한 것처럼 느껴졌다.   


껍데기 안의 나는 너무도 미약했다.
무던히 다독였던 감정까지 따라와 더욱 힘들었다.  


나는 이 시간을 딛고
언젠가 내 속의 황홀한 우주가

활자로 펼쳐지길 욕망하고 있다.      


브런치는 'follow' 팔로우가 아닌 'face' 페이스가 아닌 'flow' 플로우이다.

뒤따르고 마주하다 몰입하게 한다.

나는 오늘도 당신들에게 몰입한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일주일째.

미친 듯이 손에 잡히는 대로 먹는다.

갑자기 창고방에 처박힌 누레진 종이들을 뜯어먹었고  

겹쳐 쌓인 창들의 활자들을 게걸스럽게 먹었다.

한 이십 년간 굶었던 사람처럼.

마우스의 딸꾹질이 멈추질 않는다.

퀭한 눈으로 활자들을 먹어치우고 있다.

걸으면서 싸면서 꿈에서도 먹고 있다.

욕망의 가오나시처럼.

거북한 배를 잡고 뒤뚱거리다 한없이 우울해진다.


'도대체 왜 이러는데요. 작가가 뭐라고'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아빠는 경비 초소에서 종이컵 커피와 건빵으로 브런치.

할머니는 물에 적셔진 밥 한 수저와

아침 약 아홉 알로 브런치.

나도 지금 우아한 브런치 중인데 말이야..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브런치 아니던가요.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건가요.


갑자기 우리 집 개가 밥을 달라고 짖어 댄다.

(아! 미안해.....엄마가  밥을 잊다니 ㅠㅠ)


뱉어내고 싶다.

뱉어내고 싶다.

잘 뱉어내고 싶다.


네 혀에 침이 고이는 그런 근사한 브런치를

만들어내고 싶다.

브런치에서 끊임없이 내 알을 탐내는

그런 어미가 되고 싶다.

발행도 안 하면서 도대체 왜 이런다니...  

일단 쓰자.



(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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