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7휴성일] 직딩 아닌 모임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는데..
숭례문학당에서 운영하는 독후감쓰기 모임에 참석했어요. 숭례문학당이 독서토론, 서평쓰기 등으로 유명한 곳이라 별다른 고민없이 신청하고 편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내 돈 내고 참석하는 모임이니, 내가 부담감 갖고 갈 이유가 없잖아요.
모임 형식은 참석자 각자 선택한 책에 대해 독후감을 낭독하고 얘기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즉, 10명이 참석자면 10권에 대한 독후감을 공유하는 셈입니다.
허거거걱!
아~~ 멘붕에 빠지다!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은 이런 낯선 공간에 오면 기가 팍 죽습니다. 특히, 이번처럼 모임 성격이 나와 완전히 다른 경우는 특히 오그라들고 맙니다. 오늘은 낯선 분위기는 그럭저럭 이겨냈는데, '허거거걱' 오늘 발표할 책 리스트와 독후감을 보자마자 심장이 얼어붇기 시작했습니다.
왜냐고요? 전문 서평가라도 왔나요? 나는 두가지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첫째, 다른 사람들이 택한 책은 모두 문학 계열입니다. 책 제목을 열거해 보자면, 박경리 <토지>, 카프카 <소송>, 중국소설인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등입니다. 요즘의 내가 절대 읽을 리가 없는 분야 책이지요..특히 카프카라니.. 문학전공생도 아니고 왠 카프카란 말인가?
그에 비해 오늘 내가 발표할 독후감은 '무슨 고민인가요?'란 책입니다. 이 책은 타로상담전문가가 쓴 고민상담기지요. 문학 등 인문학 책이 아닌 완전한 실용서입니다.
둘째, 독후감에 목차/소제목이 전혀 없을 뿐더러, 강조(고딕, 밑줄 등) 표시가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음.. 한마디로 한문장 한문장 정성들여 읽어야 한다는 의미지요. 내가 15년 동안 살아온 직딩 세계와는 다른 세상이네요. 이래서 내 멘탈은 깜놀 수준이 아닌 멘붕 수준까지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나는 소심함을 달래서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1단계, 내가 소심해졌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이런 상황 인지를 못하면 그 다음 단계롤 못 가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두려움, 행복을 방해하는 뇌의 습관'이란 책에서 얘기한 대로 일단 '명상'을 했습니다. 거창한 명상이 아니라, 심호흡을 10번 했습니다. 역시..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습니다.
2단계, 나만의 '주문'을 외웠습니다. '쫄지마! 뻔뻔해져라!', '야발라바히기야', '나는 나를 사랑한다.' 등 주문을 외우자 콩닥콩닥하던 심장이 평상 리듬을 되찾았습니다.
3단계, 이제 합리적인 생각을 할 차례입니다. 생각해보니 여기는 내가 내 돈을 내고 온 곳인데, 타인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공간입니다. 내가 지금 회사에서 상사에게 보고하는 자리가 아니지요. 음하하하하! 그러니, 내가 평소 하던대로 내가 계획한 대로 하면 되는 거네요. 내 방식대로 하다가 내 기분 나쁘면 안 나오면 그만이고요.
나는 이런 다른 세상을 만나서 약간 긴장을 했지만, 뻔뻔하게 내 스타일대로 독후감을 발표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써온 글을 줄줄줄 그냥 읽더군요. 난 내 스타일대로 써온 글을 토대로 얘기하듯이 발표했습니다.
내가 발표를 마치자, 주관하는 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새로운 양식의 독후감이었습니다.
어제 상민님한테 이 글을 받고 어떻게 발표하실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다른 한 참석자분은 또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독후감 발표가 아니라 프리젠테이션 같았습니다.
그림도 있고 소제목도 있고..
이런 새로운 방식도 재밋네요."
그 순간, 내 머리속에 스쳐간 생각은 '이런 방식이 왜 새롭지?'였습니다. 이런 글쓰기와 발표방식은 흔한 것인데 왜 그 분들은 날 새롭다고 말할까요?
그런데, 이런 내 질문을 바꿔봤습니다. '내가 왜 새로울까?'란 질문을 '그들의 방식에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로 말이지요. 난 여기에 내 방식을 설득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온 것이니까요.
독후감 쓰기 모임 기본 멤버들이 나를 새롭다고 표현한 것처럼, 나에게도 그 모임은 다른 세상을 만나게 해 주었습니다. 음.. 요즘의 내가 너무 '실용주의'라는 우물에 빠져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나는 직딩 생활과 관련이 없는 인문학 책은 비실용적이라는 이유로 멀리 했습니다. 대학교수들이 자기만족 차원에서 일종의 '순간적인 힐링'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모임에서 발표한 책 중의 하나는 카프카의 <소송>이었습니다. 그 소설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다룬 내용인데, 40대인 내 입장에서는 이미 경험해서 알고 있는 내용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글이 재미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나, 이제는 좀 가까이 해야겠네요.
그리고, 책(또는 영화)을 읽으면 '느낌'보다는 '지식'에 초점을 맞춰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책을 읽고 쓴 글 또한 차가웠어요. 즉, 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따스한 감성과 열정을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 분들이 마음이 아닌 머리에게만 호소한 셈이었죠.
그래서, 다음주 독후감쓰기 모임에서는 나도 변화해 보려고 합니다. 나를 얽매고 있던 실용의 사슬을 풀어헤치고, 따스한 감성이 녹아나는 글을 써야겠어요. 이렇게 나도 다른 세상을 만나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야겠지요? 육아휴직이라는 기간에 나도 모르는 여러 감옥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깨트렸으면 합니다.
# [Business Model 관점] 독서토론 모임에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겠구나!
'인문학 중심 & 진지한 글쓰기' 세상이 내 세계가 다르다면, 나는 '차별성'을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내 세계와 유사한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 방식은 먹힌다는 의미지요. 한마디로 다른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인문학 중심 & 진지한 글쓰기 시장에서는 여기가 중심이지만, '직딩 또는 자기계발' 시장은 다른 방식의 독서토론이 먹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 '직딩 또는 자기계발' 시장의 고객이 원하는 독서토론은 무엇일까요?
1) 내 현실적 고민과 책 내용/주제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2) 한눈에 핵심 파악이 가능해야 한다.
3) 내가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야 한다.
음.. 이 BM을 하나씩 구체화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