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그 순간까지 갈까 말까 내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굳게 먹고 출발했어요. 그렇게 2년만의 혼행이 시작되었어요. 이번 여행지는 하루 당일치기 강릉입니다. 파아란 동해 바다와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듣고 싶거든요.
왜 혼행을 하냐고요? 그것도 숙박도 하지 않는 하루 당일치기 여행을 말이지요. 내가 혼행을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첫째, 변화없이 흘러가는 일상에 작은 파장을 만들기 위해서고요. 둘째, 뻔뻔해지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예요. 혼자 여행 가면, 밥도 혼자 먹고, 카페도 혼자 가고, 뭐든지 혼자해야 하니까 뻔뻔해질 수 있거든요.
그렇게 나는 강릉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야호~~
2. 멈칫 멈칫 뻔뻔해지기 1 - 테이크아웃할까, 말까?
드디어 강릉 강문해변에 도착했어요. 강릉역에 내려서 택시 혼자 타고 왔지요. 택시는 혼자 타는 데 익숙해서 아무런 거리낌 없었어요.
그런데, 강릉에서 가장 핫한 카페인 '카페 툇마루'에 오자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왜냐고요? 여기에서 테이크아웃할 지, 마시고 갈 지 결정을 못하겠더라고요. 여기가 흑임자라떼란 음료만 유명했는데, 테라스 같은 공간은 가을 느낌으로 잘 꾸며놓았더라고요.
그렇게 머리가 복잡한 상태에서, 주문할 때 나는 테이크아웃을 선택했어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곳에 혼자 앉아서 커피를 마실 뻔뻔함이 나에겐 없었거든요.
아... 아쉬워요. 테라스에 앉아서 한 모금 마시고 나올껄...
3. 멈칫 멈칫 뻔뻔해지기 2 - 바닷가 셀카 찍기
'카페 툇마루'에서 눈물의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면서 바닷가에 도착했어요. 역시 동해바다의 푸른색과 철썩 하는 파도 소리는 시원했어요.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한가지 갈등이 뭉글뭉글 솟아오르고 있었어요.
삼각대로 셀카 찍을 수 있을까?
우선 주위를 둘러봤어요. 대부분 가족 또는 커플이 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커플들은 삼각대를 설치해서 셀카를 많이 찍더군요. 그래서, 나도 용기내어 삼각대를 설치하고 셀카를 찰칵했어요.
바닷가에 앉아 있는 내 뒷모습을 말입니다. ㅋㅋ
'카페 툇마루'에서 머뭇거리다 테이크아웃했던 아쉬움 때문에 이번 삼각대 셀카는 용기낼 수 있었어요.
4. 멈칫 멈칫 뻔뻔해지기 3 - 혼밥 & 소주 한잔
이제 혼행의 마지막 미션, 혼밥 차례가 되었어요. 나는 일단 목표 식당을 정하고, 그 앞을 두세번 왔가 갔다 했어요. 식당 안에 사람은 많은지, 혼자 먹는 사람도 있는지, 테이블 배치가 혼밥에 적당한지 등을 살핀다는 이유를 말하며 말이죠.
그러사, 내 마음속에서는 '들어가자!아니야, 그냥 스벅 가자!'는 생각이 수십번 왔다갔다 했어요.
"에잇, 그냥 들어가자."
그렇게 식당에 들어가서, 식사를 주문하고 소주 1병도 같이 주문했어요. 동해 바닷가에서 혼자 온 사람이 소주 1병 시키는 것이 멋있어 보였거든요.
캬~~~
이런 맛이구나..
5. 이제 돌아가자~~~
소심 아재가 혼자 여행와서 삼각대 셀카 찍고, 혼자 30분 줄 서서 가장 핫한 흑임자 라떼 마시고, 혼밥에 소주 반주 하고... 그렇게 다시 강릉을 떠났습니다.
그래도, 뭔가 달라진 것 같았어요. 뻘쭘했지만, 그 일들을 혼자 해보면서 뻔뻔함의 크기가 tall 사이즈에서 Venti 사이즈가 된 듯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