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댄서 Feb 25. 2021

오늘 점심 메뉴가 나를 아재로 만든다.

[1일 1 S.O.M.E.] 순대국과 사케동, 그리고 스콘

1.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어야 하나? 결정을 못하겠다. 그냥 팀원들 따라가서 순대국 이런 거 먹어야 하나.. 아니면, 누구 불러서 사케동과 스콘 먹으러 가자고 해야 하나..


이런 사소한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내가 밉다. 그래서, 무작정 타로 카드를 뽑았다. A와 B 중에 선택을 해야할 때 타로점을 보면 날카로운 조언을 해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오케이!!!
사케동과 스콘을 먹으러 가는 거야.
팀원들과 순대국 먹으러 갔다면, 내 마음에는 후회만 남을 꺼야. 오른족 타로 카드 (소드 9번)를 봐봐.
카드 속 인물이 고개를 푹 숙이고 좌절하고 있잖아.


그래서, 나와 맛집 & 디저트 코드가 맞은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점심 가능하냐고... 1번은 선약이 있다하고, 2번은 팀 점심이라 하고.. 3번 친구가 오케이란다. 친구야! 가즈아!!!



2.


이 친구가 나를 구원해주지 않았다면, 오늘도 나는 팀원들과 순대국을 먹으러 가야했을 것이다. 팀원들과 함께 먹으면, 메뉴 선택이 순대국, 육개장, 콩나물해장국 등 속칭 아재 메뉴다.


팀원들은 이런 메뉴를 아재 메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냥 자신들이 자주 먹어와서 친숙한 메뉴를 선택할 뿐이다. 그들의 취향인 셈이다. 내가 사케동과 스콘을 좋아하듯이 말이다. 단지 내 취향이 다수표를 얻지 못해 아재 메뉴로 식당이 정해질 뿐이다.


그런데, 이런 순간마다 갈등이 생긴다. 내 취향대로 점심을 먹고 디저트를 먹으려면, 팀원들과 함께 점심 먹은 시간이 줄어든다. 그만틈 그들과 친해지지 않는다.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친하지 않으면 그것도 불편한 일이다. 레마다.




3.


아재란 무엇일까?


아재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사는 사람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아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싶다.


나는 오늘 점심으로 사케동과 스콘을 먹었다. 살 것 같다. 아니, 살아 있는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딩 아재의 마음 슬럼프 끊어내기 비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