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내 글에는 내 감정이 들어있이 않을까요?

<독후감쓰기 모임> 2주차 후기

by 감자댄서

내 글에는 내가 없는 것 같아


매주 수요일에는 숭례문학당에서 운영하는 독후감쓰기 모임에 2주째 나가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독서모임이기도 하지만, 방점은 이름 그대로 독후감을 쓰는 것입니다. 멤버들이 각각 독후감을 써와서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독후감이라는 단어는 친근하지만 왠지 낯설기도 합니다. 친근한 이유는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많이 독후감 쓰기를 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매번 방학이면 원고지 20장짜리 독후감을 2개 정도씩 숙제가 있었고, 나는 책을 억지로 읽고 억지로 20장을 꾸역꾸역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지만, 학교 레벨이 올라가면서 독후감 형식 보다는 리포트 형태를 많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독후감과 리포트의 차이를 얘기하자면, 리포트는 철저히 '감정'을 배제하고 문제-원인-해결책에 대해서 쓰는 방식입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런 리포트식 글쓰기에 더욱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글에는 '내'가 없습니다. 내 삶의 이야기가 없고, 내 감정이 들어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몰랐습니다. 독후감쓰기 모임에 나가 다른 분들의 독후감을 읽으면서 그제서야 이 것을 느꼈습니다. 슬펐습니다. 그냥 마음 한구석이 쓰렸습니다. 나는 원래 이랬을까요?



내 과거에는 내'가 있었을까?


고등학교 때를 회상해 볼까요? 고등학교 때 독서토론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독서 대상은 한국 근대소설 중 단편소설 중심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김동인의 <감자>, 김유정의 <봄봄>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그 소설들을 읽고 토론하기 위해 책을 분석했던 것 같습니다. 서글프게도 그 소설들을 '느꼈다'라는 기억이 없네요. 아마도 잘난체하려는 어린 시절의 허영 때문에 분석만 했던 것이 아닐까요?


대학교 때는 더 했습니다. 전공이 사회학인지라 주로 읽는 책이 논리로 무장된 사회과학책이다 보니 감성과는 멀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90년대 대학생에게 필독 소설이었던 무라카미 하루끼의 <노르웨이 숲(상실의 시대)>가 나에게는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소설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그냥 느껴야 하는데, 나는 그 감정을 분석하려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슬프네요. 그때 20살 시절로 돌아가 그 책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여하튼 그렇게 무뎌진 감성은 가끔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생명을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어떨까요? 내 블로그와 브런치에 영화 또는 소설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렇지만, 독후감 또는 감상문 형태가 아닙니다. 감정은 대부분 짤라낸 뒤에 그 것들에서 내 삶에. 적용할만한 2~3가지 포인트를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한효주가 천사처럼 눈부시게 나왔던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쓴 글이 있습니다. 한효주가 이쁘다, 둘의 사랑 이야기가 달콤하다 등의 표현이 전혀 없습니다. '소심이의 전략'이라는 테마로 글을 썼습니다. (그래도 제목은 '마음 여린 내가 그녀의 마음에 다가갈 수 있을까?'라고 감성적으로 썼네요. ㅋㅋ)



왜 나는 감성적 글쓰기를 포기했을까?


내가 감성적 글쓰기를 못하는(안하는) 이유를 찬찬히 생각해 봅니다. 음.. 첫째, 글쓰기를 할 때 감성적 글쓰기로는 '나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실용적인 일상 생활 레시피를 뽑아내는 글방식에 올인했습니다.


둘째, 내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또는 감정을 잘 못 느낍니다.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에니어그램 교육을 9주동안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매주 수업 시작할 때 수강생들에게 1주일 동안이 감정가 몸의 상태를 얘기해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매주 내 감정 상태를 얘기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 왜냐하면, 에니어그램은 '머리, 감정, 몸' 3가지 요소의 균형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슬픕니다. 해답이 없습니다. 어떤 자기계발서에도 '자기 감정 잘 느끼기'라는 주제를 다루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하지요?


우선 감정이 많이 들어있는 소설, 영화, 드라마를 1주일에 1개 이상 만나보려고 합니다. 요즘 열심히 보는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과 독후감쓰기에서 추천받은 책들을 중심으로 만나야겠네요.

그리고, 모든 글쓰기에 '내 느낌'이라 항목을 넣어보렵니다. 슬펐다, 심장이 쿵했다 등 감정 표현으로만 한 단락을 채워 보렵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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