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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Mar 20. 2021

세상은 뻔뻔해야 한다. 스벅에서 리셀러를 마주친...

[1일 1 S.O.M.E.] 소심한 나에게 뻔뻔함 주사 놓기

1.


대형 여행 캐리어와 백팩을 끌고 매고 한 분이 스타벅스에 들어온다. 난 그분이 여행온 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자주 가는 스타벅스에는 비즈니스호텔이 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분 후 대반전이 발생합니다.


1분후, 나는 고개를 들고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수 없었습니다. 대형 여행 캐리어를 끌고 온 그분은 오늘 출시된 벚꽃 굿즈 30여개를 캐리어에 담고 있었습니다. 저건 뭐일까 생각하다가, 아하 저런 사람들이 리셀러라 부르는 못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참, 뻔뻔한 사람들입니다. 사재기를 한 다음에 말도안되는 가격에 다시 파는 사람들이니까요. 이런 리셀러들을 직접 보니 아주 화납니다. 저렇게 꽁으로 돈을 벌고 싶을까요?


2.


나도 저렇게 뻔뻔해질 수 있을까요?


작년 여름이었어요. 스타벅스 레디백 열풍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을 때입니다. 나는 레디백 2개를 받았어요. 내가 쓰려고 말이예요. 그런데, 이 가방이 당근마켓과 중고마켓에서 비싸게 팔리고 있었잖아요. 그래서, '나도 해볼까?'라는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커피 17잔을 마시고 레디백 입고날 스벅에 달려갔습니다. 오전 6시 40분... 스벅 오픈은 7시이고 내 앞에는 12명의 대기자들이 있었어요. 아뿔사.. 레디백은 4개 단위로 입고되기 때문에 12개 아니면 16개인데, 나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습니다. 드디어 7시 오픈되고, 스벅 파트너가 나와 '오늘 레디백은 12개입니다.'라고 말합니다. 허거걱.. 오늘 실패입니다.


허탕을 치고 허무한 마음으로 스벅을 나왔습니다. 나는 뻔뻔하게 욕심을 내도 안되는 구나라는 자책감을 가지고 말이지요. 한편으로는 더 뻔뻔했어야 했나라는 후회도 들었어요. 뻔뻔해질 바에는 더 뻔뻔하게 말이죠. 양심의 가책 따위는 바닥에 던져 버리고, 오로지 꽁으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그 뻥뻔하고 당당한 마음이 있었어야 하나봅니다.



3.


사실 내가 리셀러들에 화를 특별히 내는 이유가 있어요.  이번주 망설이다가 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아쉽거든요.


전 부서 동료에게 화이트데이 사탕을 주고 싶었는데 못 주었어요. 줄까 말까 망설이다가 말도 못꺼냈어요. 포스트잇에 꺼놓은 짧은 편지 마저 꾸겨서 휴지통에 버렸어요. 그깟 화이트데이 사탕이 뭐라고 말이죠. 쭈삣거렸을까요. ㅠㅠ


리셀러들은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가끔 나는 그들이 부러워집니다. 그들이 꽁으로 돈을 버는 게 부러운 건 아닙니다. 그들의 뻔뻔함이 부럽습니다. 남들이 자기들을 어떻게 보던지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목표로 세운 일을 해내니까요.


나도 할 수 있을까요?


나는...

안되려나 봅니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망설여질 때, 저 못된 리셀러들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들의 뻔뻔함을 생각하면서 내 부끄럼움을 부스터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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