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빵차장 #1] 나는 다시 태어났어, 빵차장으로..
빵차장님!
후배님이 나에게 붙여준 닉네임이다. 그 후배님이 이 닉네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는 그냥 흔하디 흔한 '아재 차장'이었다. 그런데, 이 닉네임을 얻고 난 다음에서야 나는 멋 좀 아는 젊어보이는 직딩 아재로 '환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닉네임이 정말 마음에 든다.
그 후배를 모르던 그 시절, 나는 점심 시간에 혼자 홍대 베이커리 맛집에 다녀오곤 했다. 뭔가 혼자 있고 싶어질 때 있지 않은가? 내 삶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슬픔이 찾아올 때 말이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떠났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플레이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보호막을 만든 다음에, 270번 버스를 탄다. 20분 정도 버스전용도로를 달려간다. 막힘 없이...
홍대입구에서 내려서 나는 '버터 베이커리'로 향한다. 노란 간판과 로고가 산뜻한 작은 빵집이다. 5분 정도 홍대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서 그곳에 도악한다. 나는 앙버터빵 2개를 주문한다. 사장님은 말한다.
지금 방금 빵이 나와서 2분정도 식힌 다음에 버터와 팥을 넣어서 드릴께요.
나는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잠시 가게 앞에 나와서 창문을 통해 빵들을 쳐다본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가서 따스하면서도 고소한 냄새를 맡는다.
이 빵들 다 먹고 싶다.
사장님이 포장해 주신 앙버터에서 한 조각을 떼어내서 입에 문다.
아사사삭
캬~~~ 가볍고 경쾌하게 부서지는 빵 속에 고소한 버터와 달콤한 팥이 황금 조합이다.
나는 여기 앙버터빵을 가장 좋아한다. 왜냐하면, 아사사삭 부서지는 과자같은 빵이 좋기 때문이다. 어떤 곳의 앙버터빵은 약간 질긴 빵을 사용한다. 난 그것보다 여기 과자같은 빵이 좋다.
그리고, 팥이 과도하게 달지 않다. 앙버터를 형식적으로 만드는 베이커리의 팥은 너무 달다. 첫맛은 그 달콤함에 매혹당하지만, 두번째 맛만에 질려버린다. 팥의 달콤함이 버터의 고소함도, 빵의 아삭 질감도 모두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빵은 앙버터빵이 아니라 그냥 팥빵이다. 아무리 프랑스산 고급 버터를 썼다고 해도 아무 느낌도 없다.
나는 그렇게 홍대거리를 걸으면서, 아사사삭 앙버터빵을 먹는다. 그리고 남은 1개를 들고 270번 버스를 다시 탄다.
사무실에 돌아와 같은 층에 있는 후배에게 메신저를 한다. 자리에 있으면 가운데 공간으로 오라고... 빵을 주겠다고... 이 후배는 나와 1살 차이 나는 같은 아재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엄청 하고 멋쟁이가 되었다. 그런 그도 빵을 좋아한다.
그에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앙버터빵을 전해준다. 그는 자리로 돌아간다. 잠시 뒤에 카톡이 울린다. 그가 팀에 돌아가서 후배와 앙버터빵을 나눠먹는 사진을 보내준다.
그러면서, 그가 한마디 남긴다.
형님, 내 옆자리 윤대리님이
빵차장님 고맙다고 전해달래요.
빵차장!!!
그렇게 내 닉네임 빵차장은 탄생했다. 그때는 빵차장 닉네임을 불러준 윤대리님 이름도 얼굴도 몰랐다. 그래도 난 빵차장이란 닉네임이 넘 좋았다.
내 삶은 빵차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빵차장 이전의 나는 성실, 책임 이런 것에 억눌린 범생이였다. 그리고, 빵을 먹으면서 나는 껍질을 깨고 내 안의 나를 해방시켰다. 솔직히 말하면, 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빵차장인 나인지 그 이전의 나인지 말이다.
그런데, 빵차장으로 환생하면서, 훨씬 더 자유로워지고 재밋어진 것은 확실하다. 정차장 안에 숨어 있던 빵차장은 이렇게 살고 싶었나보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무엇이냐면, 늙어보이지 않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며, 이쁘고 멋진 음식과 디저트를 좋아하는 아재같지 않은 아재다. 아재같지 않은 아재... 말만 들어도 웃기긴 하다.
나는 그때부터 아재 같지 않은 빵차장 아재로 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