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운법, 직딩 아재의 개운법, 빵집 어택!

[어설픈 빵차장 #6] 마음속 소심이를 달래고 반복의 감옥 끊기

by 감자댄서


* 빵운법 : 빵 + 개운법 (내 운을 좋게 만드는 방법)


1. 오늘은 어디 빵집에 갈까...


오늘 오후에는 휴가다. 그냥 멍때리고 싶어서 낸 반차 휴가다. 무엇을 하지?


"차장님, 요즘 합정동 여기가 핫하데요."


우리 팀 유일한 20대 소영 대리가 한 곳을 카톡으로 보내준다. 합정동의 베이커리 '밤부'라는 곳이었다. 그에 따르면, 일반 개인 주택을 베이커리 카페로 개조해서, 가정집 같은 갬성이 있다는 거다. 거기다 정통 크로와상에 초콜릿 또는 딸기 같은 달콤한 토핑을 얻어서 개성 넘친다고 말한다.


오늘의 목표는 여기다.


나는 서둘러 회사 PC를 끄고 합정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합정이란 동네, 나 처음이다. ㅎㅎㅎ




2. 일단 빵집으로 출발해!


내가 빵차장이란 달콤한 세계에 푹 빠진 뒤, 마음이 답답할 때는 빵집 어택 퀘스트를 떠난다. 그리고, 퀘스트란 단어에 맞게 자주 가서 익숙한 곳이 아닌 밤부 베이커리처럼 새로운 곳에 간다. 새로운 곳에 가기로 마음 먹은 순간, 뭔가 긴장하고 어색한 마음이 생긴다. 그 어색함을 토닥이며 그곳에 도착하면 일종의 게임 포인트를 얻는 듯 하다. 예를 들면, 방어력 +50, 공격력 +30 이런 식으로 말이다.


오늘 밤부 베이커리 가는 길도 그런 긴장감으로 아주 아주 많이 어색했다. 합정이라는 낯선 동네, 그런데 그곳은 젊은 친구들에게 아주 힙한 동네였다. 나같은 직딩 아재와 어울리는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가는 길 내내 마음 속 소심이가 나를 말렸다.


'뭐 대단하다고 거길 가니?

그냥 어디를 가든 익숙한 스타벅스에 가서 편하게 있는게 좋잖아.'


나는 소심이의 말에 흔들린다. 굳이 합정까지 가서, 힙해서 젊은이들이 넘친다는 곳에 직딩 아재 혼자 간다는 게 좀 웃기니까... 아.. 고민스럽다. 그 때 내 마음 속 빵차장이 말한다.


'나는 빵차장이야. 어설프긴 해도 빵 좋아하잖아. 내 돈 내고 내가 사 먹는데 뭐 신경쓸게 있니?'

'거기 크로와상이 그렇게 대단하다는데, 얼른 가서 맛을 보자니까...'




3. 소심이 vs. 빵차장, 대결 결과는?


그렇게 한발 한발 과감하게 내딛어서 드뎌 밤부 베이커리 도착... 그냥 정보 없이 여기 골목을 지나가면, 여기가 베이커리 카페인 줄도 모를 정도로 그냥 가정집 같다. 나는 잠시 다시 입구에서 머뭇거린다. 정말 들어갈 것인가?가정집 스타일이라 입구 찾기도 애매하다. 아자자자. 마음에 허세 기합을 불어넣고 그 옛날 가정집 마당을 가로 질러 베이커리 문을 연다.

우와... 주문 데스크에 다양한 토핑이 되어있는 크로와상이 주르르륵 놓여 있는거 아닌가? 나는 미리 점찍어둔 2개를 주문했다. 직원이 묻는다. 먹고 갈 것인지 포장인지.. 여기에서 나는 갈등에 빠진다.


- 빵차장 : 이왕 여기까지 와서 포장하는게 무슨 의미니?커피 주문해서 먹고 가...
- 소심이 : 여기 둘러봐라. 모두 20대야. 나 같은 나이대 사람 없어. 거기다 다 커플인데 나 혼자 어색하게 뭐하니?


이런 갈등을 하고 있을 때, 소심이가 나 대신 얼른 대답한다. '포장해 주세요.'라고... 솔직히 커피를 함께 주문해서 먹고 가고 싶었는데. 그만 소심이에게 지고 말았다. ㅜㅜㅜ


이렇게 밤부 베이커리 어택 미션은 끝났다. 나는 힙 점수 20점과 대범함 10점을 획득했다. 처음으로 합정동에 가보았으니까 대범함 점수를 높게 주고 싶은데, 마지막에 소심이가 빵포장을 선택하는 바람에 그럴수는 없다. 그렇지만, 합정이란 동네와 가정집을 개조한 베이커리 카페 유행을 경험해 보았으니 힙점수 20점을 주었다.




4. 빵운법 (빵 + 개운법)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이런 빵집 어택 미션했다고

내 인생이 갑자기 달라질까?"

사주명리학에 '개운'이란 표현이 있다. 개운이란 답답하게 막혀있는 내 운을 확 트여준다는 의미다. 그 이론 체계 속에서는 오행이라 부르는 다섯개 요소 '목화토금수' 중 필요한 기운을 얻는 방법을 의미한다. 그런데, 고미숙 선생님은 개운을 이렇게 심플하게 말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사항은
반복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반복은 순환의 죽음이다.
- 고미숙, <내 인생 사용설명서>


고미숙 선생님에 따르면, 자연의 최고 이치는 '순환'이다. 그런데, 일상 생활의 반복이 그 순환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인들에게는 더 그렇다. 하루 일과가 뻔하다. 어떤 새로운 것도 없다. 매일 하던 일, 매일 만나는 사람, 매일 익숙한 공간들...


그래서, 나는 '개운법'으로 베이커리 어택을 선택했다. 음하하하하~


솔직히 웃기지 않은가? 빵 먹으러 베이커리 다니는 일이 내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니 말이다. 억지 같다. 그렇지만, 내가 밤부 베이커리처럼 새로운 빵집 어택을 하면, 그 시점이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된다. 물론 그 변곡점의 임팩트는 크지 않지만, 이런 작은 변곡점들이 모여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꺼라 믿는다.


빵집 어택 개운법, 빵운법...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