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차장 비긴즈, 익선동 서울커피

[어설픈 빵차장 #5] 앙버터 먹고 꼰대에서 빵차장으로 환생

by 감자댄서
[3줄 요약]
ㅇ 내 고민 : 내가 원하는 삶 vs. 남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삶
ㅇ 친구에게 한마디 : 익선동 서울커피 앙버터 먹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아재가 있더라고... 웃기지 않니?


1. 나는 그냥 소보루빵 아재였지...


나는 소보루빵 아재였다. 내가 빵차장이 되기 전에는 말이다. 그냥 동네빵집에서 단팥빵, 소보루빵만 먹는 가성비 빵아재말이다. 그런 아재에게 빵이란, 커피와 함께 먹는 디저트용이 아닌, 간편식사 대용 용도였다. 그랬던 내가 변했다. 빵차장으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떻게 변했냐고?


옛날의 나는 카페를 도서관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빈 시간이 생겼을 때, 숙제처럼 책을 읽는 장소로만 카페를 이용했다. 나는 그냥 직딩 범생이였던 거다. 특히, 빵을 먹는 것을 쓸데없는 돈 낭비로 생각하기도 했다. 밥 먹고 배부른데 왜 빵을 먹냐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빵은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배를 채우는 실용적 용도였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허걱' 그 자체다. ㅋㅋ


빵차장이 되고 나서 어설픈 자유인 수준으로 나는 변했다. 빵차장이 되기 전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한숨 돌리는 그 자유를 몰랐다. 좋은 분위기에서 달콤한 빵과 고소한 향의 커피를 마시면서 눈을 감고 있는 나를 생각해 보라. 그 자체로 자유인 아닌가? 음하하하~~~


여기서 나는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빵차장으로 변신한 걸까?




2. 익선동 서울커피 앙버터빵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달콤한 빵을 디저트로 처음 먹어본 그 날을 말이다. 그때 그 장소는 익선동 서울커피였다.


그날, 팀 후배들이 익선동에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다. 물론 나는 익선동은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힙한 공간 익선동...


"와우~~ 드디어 가보는구나!"


그런데, 점심 먹으러 가면서 택시를 타다고? 헉... 회사에서 익선동은 걸으면 10~15분 걸린다며, 후배님들이 택시를 타자고 한다. 그리고, 이동시간이 걸리니 조금 일찍 나가자고 한다. 범생이 아재 직딩에게 출근시간 9시, 점심시간 12~1시는 왠만하면 지켜야 하는 필수 사항인데.. 그러나, 후배들 눈치 보느라 그런 얘기는 못하고 그들을 따라 일찍 사무실을 나와서 택시를 탔다.


일단 점심을 먹었다. 팀 후배님들은 밥을 먹고 반드시 커피를 마시러 간다. 그 날 후배님들이 나를 데려간 곳이 '서울커피'였다. 그리고, 아재 차장을 위해 앙버터 식빵을 주문해 주었다. 후배님들은 아재들처럼 커피만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커피는 달콤한 디저트와 같이 먹는 게 국룰 아닌가?


앙증맞는 크기의 까만색과 하얀색 미니 식빵이 나왔다. 이 빵이 앙버터빵이란다. 빵 사이에 팥과 버터가 들어있다. 우선 비주얼이 너무 귀엽고 맛나 보였다. 그 앙버터 식빵을 나이프로 살짝 잘라서 '앙' 깨물었다.


천국의 맛이다!!!

앙버터의 맛이 입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두 팔로, 그리고 두 다리로 전해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꼭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몸이 두둥실해졌다. 세상에,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앙'이라 불리는 팥은 팥죽과 팥빙수 말고는 쓰임새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앙'이 버터를 만나서 이런 천상의 맛을 만들어내다니.. 첫 맛은 팥의 달콤한 맛이 혀를 휘감고, 곧 버터의 품위있는 고소함이 팥의 단맛을 휘감는다. 예술이다. 예술...





3. 그러나, 난 고민에 빠졌다.


점심 시간에 익선동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앙버터빵을 처음 먹었다. 그런데, 그렇게 커피와 빵까지 맛나게 먹고 사무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후배님들이 걸어가잔다. 그런데, 내 머릿속 소심이는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지금 걸어가면 사무실에 1시까지 도착하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우샤인 볼트의 스피드로 달리지 않은한 말이다. 그러나, 후배들은 전혀 그런 걱정이 없다. 나만 그런 불안에 쌓여 있었다.


걸어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다른 사람들은 업무 시작한 시간에 뻘쭘한 표정으로 내 책상에 가서 앉았다. 휴~~~ 조금 뒤 후배님들이 카톡으로 1/n 정산서를 보냈다. 헉... 점심값으로 17,500원이었다. 밥 8천원 + 커피 5천원 + 빵 3천원 + 택시비 1500원 ...

내 머릿속 소심이는 말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4천원이면 해결할 수 있는 점심인데 그 4배 금액이라니 너무 심한거 아니니?'라고... 점심시간 규칙도 어겨가면서 말이야.'


그러나, 내 마음속 자유인은 말했다. "익선동 앙버터빵을 또 먹고 싶다!!!"라고...





4. 빵차장 비긴즈~~~


이렇게, 앙버터빵은 빵의 세계로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그렇게 그것은 내 최애빵이 되어버렸고, 아재 직딩은 일주일에 한번씩 익선동 서울커피에 가서 앙버터식빵을 먹었다. 크흐흐흐


앙버터빵을 먹는 시간의 나는 아재 직딩이 아닌 듯 했다. 앙버터 빵을 한입 깨어무는 순간, 나는 변신했다. 회색빛 셔츠를 입은 아재에서 오렌지색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자유인으로 말이다. 그 시간만큼은 몰디브 바닷가에서 모히또를 마시고 있는 자유인이었다.


직장 상사에 쪼이고, 말도 안되는 보고서를 써야 하고, 그 보고서에 무수히 빨간펜을 당하는 어설픈 직딩 아재는 없었다. 멋을 아는 힙한 아재로 변신해서 무지개색 상상 속 세계에 잠시 머물 수 있었다. 나는 그 환상 속 세계가 너무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이런 것을 모르고 어떻게 살았나 싶었다.


세상이 이렇게 달콤하고 사랑스러웠구나!!!


이렇게 앙버터를 찾아 떠나는 빵차장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빵차장 비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