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기가 싫습니다. 회사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어 10일 이상 고생하고, 1달 동안 회사 업무에 시달렸어요. 이럴 때 두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번째, 타임머신이 있어서 3달 전으로 돌아가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내 상황이 달라졌을까... 두번째, 그냥 오늘 여기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 말이다.
이렇게 오늘 여기가 싫어서 <휴남동 서점>을 읽기 시작했어요. 베스트셀러인데 힐링 소설이라고 하니까 선택했어요. 특별한 기대 같은 거는 당연히 없었구요. 오늘 여기에 대한 생각을 지워주기를 바랬을 뿐이예요.
책을 다 읽었어요. 그리고, 나는 생각했어요.
나도 오늘 여기를 떠나 쉴 수 있을까? 휴...
2. 판타지일까, 리얼리티일까...
우리 인생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 <휴남동 서점>
'갭이어'라는 말이 유행했었어요. 휴남동 서점을 읽고 나서 첫번째 떠오른 단어가 갭이어였어요. 나에게 갭이어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휴식'이라는 의미였어요. 그런데, 소설의 '갭이어'는 '커리어 터닝포인트'이더라고요.
직딩에게 커리어 터닝포인트는 하루 24시간 365일 원하는 로망이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누릴 수는 없는 그런 거예요. 그런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용기 있게 과감하게 갭이어를 선택하더라고요.
휴남동 서점의 주인장인 '영주'는 워커홀릭 직딩이었어요. 그런다, 어느날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워커홀릭 삶을 용기있게 정리해버려요. 워커홀릭답게 그 선택도 과감하게 선택하더군요. 그리고, 서점 주인이 됩니다.
그에게 서점은 어린 시절부터 로망이었어요. 그래서 1년 후 등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서점을 오픈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예전에 만나지 못했던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그는 2nd life를 시작해요.
다른 인물들도 비슷해요. 명문대 출신 취준생인 민준도 취업에 계속 실패하자, 그냥 커피 바리스트 일을 시작해요. 그리고, 승우라는 인물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가 갑자기 글쓰기에 몰입하고요.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갭이어르 보내면서 자기가 꿈꾸던 2nd life를 찾아요.
직딩 현실에서 이것은 일어날만한 리얼리티일까요? 그냥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로망일까요?
3. 두가지 불만...
소설을 덮고 2가지 짜증이 났어요. 첫째, 이런 소설 주인공은 모두 워커홀릭 스타일인가? 이런 내용을 다루는 대부분의 영화, 소설에서 주인공의 과거는 거의 백퍼 워커홀릭이예요.워커홀릭으로 살다가 외부의 강력한 한방에 의해 원하지 않던 변화를 선택항죠. 그 강력한 외부 한방이 건강문제이든, 회사에서 짤리든 말이죠.
난 생각해요. 워커홀릭들은 뭘해도 그것에 미쳐서 올인하는 스타일이라고요. 학교 다닐 때는 공부에 워커홀릭하고, 회사를 다미녀 회사 일에 워커홀릭하고, 연애할 때는 단기간에 연애에 워커홀릭하고...
그런데, 이런 워커홀릭들이 우리 주위에 흔할까요? 아니지요. 우리 주위 사람들은 그냥 사람들이예요. 워커홀릭 아니죠. 그런데, 워커홀릭 아닌 사람이 주인공인 스토리는 없어요. 이것이 왜 짜증났다면, 내가 워커홀릭이면 이런 스토리를 읽고 나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어요. 그러나, 다수의 Not 워커홀릭에게 이런 스토리는 현실이 될 수 없거든요. 절대로...
두번째 짜증은 '꿈'에 대한 거예요. 서점 주인 영주는 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고 서점 운영을 꿈꿨다고 하잖아요.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이해는 되요. 영주라는 인물이 뜬금없이 동네서점을 오픈하는 행동에 이유를 주어야 했을테니까요.
그래도 짜증나요. 꿈이라는 용어는 20대 초반까지만 유효한 거잖아요. 덕업일치가 최고의 성공으로 불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직딩들은 꿈이 없어요. 꿈이 있는 직딩은 직딩 초기에 회사 그만두지요. 그리고, 남은 직딩 중 소수는 회사 내 승진을 꿈으로 삼죠. 그리고 나머지는 꿈없이 살아요. 오늘을.. 그리고 여기에서...
4.
나에게는 아직 1년 유급 갭이어가 남아 있다!
나는 '오늘 여기'가 싫습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1년 유급 갭이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그 기회는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1년 휴직권이예요. 그것이 그냥 탈출구일지, 터닝포인트일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