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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Dec 07. 2023

승진은 너나 해, 난 어설픈 빵차장으로 살래!

[점심을 먹으며 뻔뻔함을 충전합니다.]

[3줄 요약]
ㅇ 인사평가 면담에서 뭐라고 얘기할까 고민된다.
ㅇ 그래, 솔직히 말하겠어. 난 승진이 싫다고...
ㅇ 난 내 기준에 따라 살겠어. 그렇게 심판을 받겠다고...

1.


초겨울 찬바람과 바싹 마른 낙엽이 골목에 뒹군다. 나는 점심 시간에 홀로 카페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오후에는 올해 인사평가 면담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


- 승진에 도전해볼까?

- 아니면,

    다음을 노려볼까?

- 그것도 아니면,

   승진을 포기할까?


이번에 인사평가를 잘 받는다면, 승진을 노려볼 만하다. 작년, 재작년 모두 A등급을 하나씩은 받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올해 C등급을 받는다면, 속칭 '리셋'이다. 즉, 승포자 (승진 포기자)가 된다. 왜냐하면, C등급이 하나 생기면, 전체 평균을 엄청 깍아 먹기 때문에, 다시 3년 점수를 고득점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평가 면담에서 나는 어떤 방향을 선택해야 할까?



2.


내년 운세가 궁금해서 셀프 타로점을 봤다. 타로 연도카드라고 부르는 점이다. 내년은 '심판의 해'가 될 것이란다.


무시무시하다. 심판의 날...

심판 카드를 뚫어져라 쳐다 보다가, 내가 '원하는 삶''두려운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앗.. 쓰다.


첫 한 모금 마신 커피의 쓴 맛에 쓰디쓴 예전 기억을 떠올려본다.


2016년이었다. 그 때 난 승진 바로 턱밑까지 갔다. 그러나, 요만큼 차이로 떨어졌다. 그 다음해에는 승진은 따 놓은 것이나 다름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바로 휴직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휴직을 말렸다. 여기서 1년만 더하면 승진 가능성이 높은데, 왜 휴직을 하냐고 말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휴직이라는 예상 밖의 길을 선택했다. 왜냐하면, 승진이라는 고속도로에 들어가서 유턴도 못하고 다른 IC까지 무조건 달리기가 두려웠다. 승진을 해서 직책자의 길에 들어서면, 나는 흑화될 것이 뻔했다.


직책자가 되고 나서 흑화된 사람들을 많이 봤다. 팀원일 때는 그렇게 친절하고 공감력이 높았던 사람이 팀장이 되고서는 180도 변한다. 막말하고 신경질 내고, 팀원들 일 못한다고 구박한다.



3.


나는 흑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다. 흑화되는 인간은 딱 두가지 유형밖에 없었다.


첫번째, 인간 자체가 막장 빌런인 사람이다.

자기만 잘 났다고 생각하면서, 주위 사람들 무시하면서, 신경질과 화를 내는 인간들이다.


두번째,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다.

소심하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마상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마상을 스스로 소화시킬 맷집이 없다. 그래서, 그 마상을 주위 팀원들에게 쏟아낸다.


나는 두번째 유형에 가깝다. 그래서, 승진의 길이 아닌 길을 가려고 한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편하게만 살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편하게 살명 안되는건가?

그게 내 방식이면 되는거지...


그래서, 나는 승진을 다른 욕심쟁이에게 밀어주고, 어설플 빵차장 (빵 좋아하는 아재 차장)으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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