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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댄서 Jul 29. 2024

직딩 아재, 클럽에 춤추러 가면 민폐일까?

#14  아직도 혼자서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 어색한...

1.


혼자 클럽에 갈 수 있다고?


소람 작가님의 <오늘도 혼자 클럽에서>란 책을 읽었다. 책 내용을 쉽고 간단하게 말하면 이런 내용이다.

- 나는 힘든 일을 마치면 내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혼자' 클럽에 간다.
- 클럽에서 음악과 춤을 즐기다 보면 위로를 받는다.
- 클럽보다 완벽한 위로의 장소는 없다.
- 그래서, 음악과 클럽, 일과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 그리고, 나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클럽에 갈 것이다.

재미있다.

정말 재밌다.


아마도 인생의 어느 한 순간, 춤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이 책은 무조건 재밌다. ㅋㅋㅋ

 



2.


나는 클럽에 갈 나이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가고 싶어도 클럽 나이 입뺀 때문에 갈 수 없다. 그리고, 같이 갈 친구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이 책에 꽂힌 이유가 있다.


입뺀 당할 나이지만,
그래도 클럽에 가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20대 초반일 때는 락카페와 유행이었고, 20대 후반부타 30대에는 나이트가 유행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클럽이 주류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클럽 문화를 즐겨볼 기회가 없었다. 거기다 이제는 나이가 나이다 보니 클럽에는 갈 수가 없게 되었다. 20~30대에 열심히 더 놀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설픈 범생이 직딩 흉내내느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나도 열심히 춤추러 다닌 적이 있었다. 나 스스로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음하하하~~~


그 시절은 바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1~2학년 때 신나게 놀던 그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춤을 출 수 있는 곳은 락카페 또는 나이트였다. 지금 MZ들에게는 락카페란 용어는 낯설 것 같다. 쉽게 말하면 가성비 나이트라고 보면 된다. ㅋㅋㅋ


내 고향은 강원도 춘천이고, 대학을 서울로 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춤을 추러 가 본 적이 없다. 고향인 춘천에서만  나이트에 갔다. 고등학교 친구들 또는 초등 친구들과 같이 말이다. 예를 들면, 금요일 오전에 학교 수업을 마치고 춘천에 간다. 그러면,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서 1차로 소주를 먹고, 2차는 노래방 아니면 나이트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렇게 놀다가 다시 서울로 오곤 했다. 웃긴 게 서울에서는 춤추러 간 적이 한번도 없다. 이유는 내 전공이 사회학인데, 우리과 분위기는 진지했다. ㅋㅋㅋ. 춤추러 다니는 친구들은 소수였고, 나는 그 친구들과 그렇게 친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촌뜨기였다. ㅎㅎㅎ


그리고, 직딩이 되어서 나이트를 1~2번 경험한 다음에는 춤과 멀어진 삶을 살았고, 클럽은 구경도 못해 본 채 살고 있다.


나는 춤과 멀리 떨어져서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단지, 현재 춤과 멀어져서 살고 있을 뿐이다.




3.


그리고, 갑지가 기억났다. 나도 클럽에 갔던 적이 있었다.


NB2에 처음 갔던 날이 아직 생생하다. 왜냐하면, 입뺀을 무척 걱정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NB2는 나이 입뺀이 없다는 내용을 검색해 보고 갔지만, 40대 아재 직딩으로서는 불안불안했다.


친구와 둘이서 소주 각 1병을 마시고, NB2 입구로 한발 한발 두근거리며 나아갔다. 그 친구도 표현은 안했지만 긴장하고 있었을 것이다.


입구 직원은 우리를 보더니, "신분증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뻘쭘한 표정으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직원은 7자로 시작하는 주민번호를 보았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내 심장은 쿵쾅쿵쾅거리다 콩알만하게 쫄아버렸다.

 

"입장료 만원입니다."


아싸... 통과였다. 역시 여기는 나이 입뺀은 없었다. 우리는 입장료를 내고 프리 드링크 쿠폰을 받아서 들어갔다. 세계였다. 힙합 음악이 빵빵 울리고, 자유로운 영혼들이 거기에서 몸을 흔들고 있었다.


그렇게 홍대 NB2에 3번 갔었다. 코로나 이전에 2번 갔었는데, 생각해보니 코로나 중에 1번 더 갔었다. 마지막 1번의 기억이 희미한 건, 코로나 중이라 사람도 많지 않고 마스크 쓰고 춤을 춰야 했기 때문이다.    




4.


책 저자인 소람 작가는 말한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클럽에 갈 것이라고. 그에게 그곳은 자기 위로의 장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직딩 아재가 혼자 갈 수 있는 클럽이 있을까? 나도 클럽에 음악과 춤의 세례를 받아서 해방감과 위로를 받고 싶은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을 듯 하다. 특히, 젊은 시절에 클럽을 가보지 못한 나같은 어설픈 범생이에게는...


작가님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혼자라는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못 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건 세상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정말 맞는 얘기다. 나도 조금 더 뻔뻔해져야 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란 영화 대사 처럼 10초만 용기를 내면 내 삶은 더 즐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물어보고 싶다.

40대 직딩 아재가
'혼자'
갈 수 있는 클럽은 어디 인가요?


감자댄서,

야~ 너도 할 수 있어.

클럽...



* 영혼 쇼크 문장

- 원하는 것을 위해서라면 그냥 좀 창피하고 싶다.
  원하는 것을 향해 실컷 넘어지고 깨지면서 계속 달력 가구 싶다.

-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아하는 일이란 어려움이 닥쳐도
  마땅히 감수할 힘과 의지가 있는 이유가 있는 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일.

- 나의 자의식은 생각보다 비대하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내 실수는 나에게나 치명적으로 느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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